최근 특허권 공방이 뜨겁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특허권 침해 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완패를 당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 이와 관련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특허권 관련 이슈의 진행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소송 과정이 언론을 통해 연이어 중계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납품 거래 부품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락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필자는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첫 번째, 현재의 휴대전화 시장은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허 소송은 시장 규모가 일정 규모로 성장하지 않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특허 소송은 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성장해 손해 배상금 혹은 특허료를 징구할 수 있을 시기, 경쟁 업체의 시장 잠식이 우려될 때에만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통해 본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어느 정도 성숙 국면에 한 발짝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선진국 보급률은 50~70%를 웃돌고 있으며 금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보급률이 40%에 이를 것이라고 시장조사 기관들은 전망한다. 즉 특허와 관련된 일련의 송사는 스마트폰이 대중 시장으로 진입하게 됐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스마트폰 시장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제품 간 차별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별성은 소비자들을 ‘결정’하게 만든다. 아이폰의 초기 제품들은 출시될 때마다 환호성을 들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제품 역시 전 세계에 급격하게 보급되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차별성이 약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선두 업체들의 특허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즉 이제부터는 선두 업체 다음의 후발 업체(2ndTiers)들의 공격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는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어려웠던 노키아·모토로라·LG전자 등이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으로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제품의 대중화는 가격을 우선적인 조건으로 만든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 시작되나
필자는 이 같은 스마트폰 관련 이슈들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먼저 대량생산 체제가 진행되면 핵심 부품 업체들의 수혜 폭이 커질 수 있다. 기술 발전이 숙지된 상태에서 가동률이 증가할 수 있으며 영업 레버리지 증가 효과 가능성이 있다. 성숙 국면 진입에서는 생산 수율 안정화 부품 업체들의 기회가 더 높다.
대량생산 효과로 가격 인하분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분을 흡수할 수 있는 요인은 새로운 원재료 및 생산 공법 변경 등 기술 개발 능력이 요구된다. 신소재 및 부품 개발 능력이 우수한 부품·재료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발생된다. 반면 단순 조립 및 기술력 기반이 약한 부품, 소재 기업은 가격 인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대량생산 체제 시장으로 진행된다면 후발 업체들의 전환(Turn Around) 기회가 생겨날 수도 있다. 기술 차별성이 약화된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으로 후발 업체들의 시장 참여 기회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대치보다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중 소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가격 경쟁 심화는 마진(이익)을 훼손할 수도 있다. 성공 여부에 대한 위험 요인도 있다. 전환형 기업의 가치가 적정 수준에서는 한계성이 노출될 수도 있다.
부품 시장에서의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생산 기술력의 한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품의 대중화는 이뤄졌지만 부품 업체들의 충분한 대중화는 아직은 아닌 듯하다. ‘기술’의 가치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휴대전화 부품 중 핵심은 운영체제(OS:Operating System)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던 2007년부터 애플 휴대전화 OS용 하드웨어인 AP(application processor) 반도체를 위탁 가공(Foundry) 생산했다.
하지만 2011년 애플은 대만 파운드리 생산 업체인 TSMC와 차세대 iOS 생산 28nm, 20nm 공정 기술 채용 기술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2011년 9월). TSMC의 사업 모델은 60~300nm의 다양한 생산 설비를 확보하고 다양한 전 세계 다품종 고객 기반에 대응하는 사업 모델이다.
전 세계 최대 파운드리 생산 업체다. 그러나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업체들과 다르게 미세 공정(migration)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30nm 이하 공정 기술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SSD 생산에서 20nm 공정까지 진보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휴대전화의 자체 OS용 반도체 AP를 생산하고 있어 가장 높은 미세 공정 기술을 보유 중이다. 30nm대 공정도 안정화돼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이 삼성전자로부터 iOS용 AP 위탁 가공 생산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TSMC를 제외한 여타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를 수용할만한 투자 자금 및 기술력이 취약한 상태다.
애플은 2012년 8월 말 TSMC에 10억 달러(1조1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지만 TSMC는 이를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최대 업체인 퀄컴도 유사한 규모를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블룸버그). 2012년 5월 퀄컴 롱텀에볼루션(LTE) 원칩(베이스밴드+AP, 원 칩)의 위탁 가공 생산에서 TSMC 28nm급 생산 수율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의 스마트폰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애플은 터치 패널 생산 방식을 신제품 아이폰5 모델에서는 인셀(In-Cell)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기존 방식과 다르게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 생산 공정에서 터치 기능의 ITO(indium tin oxide) 센서를 장착하는 기술이다. 새로운 방식의 기술적인 문제에 따른 패널 업체들의 생산 수율 개선의 어려움으로 신제품용 패널 공급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인셀 방식의 패널 공급 업체는 일본의 샤프·재팬디스플레이, 한국의 LG디스플레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샤프사가 패널 생산 수율 문제에 따른 생산 차질 뉴스도 있다(9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 애플은 신제품인 아이폰 5 패널을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 비중을 확대해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FT-LCD TV 시장 정체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기술 개발 적응력 낮은 업체와 차별적인 상황이 전개 중이다. 주식시장에서의 반응은 샤프는 하락세를 지속했고 최근 LG디스플레이는 반등 국면이 진행 중이다. 이는 핵심 부품 업체의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이슈의 등장이 가능할 수 있다. 첫째, 핵심 주요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가 주요한 과제다. 이들의 생산 물량이 증가하면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가격 인하 효과를 흡수할 수 있다. 둘째, 원가 개선을 위한 신재료 및 부품 개발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술 개발 역량을 보유한 부품·재료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터치 패널 방식의 새로운 변화에 따라 애플에 공급하던 대만 터치 패널 생산 업체의 주가는 3월 1일~9월 6일 44% 하락했다. 기술 변화는 기존 업체의 사업 모델을 급격히 훼손할 수 있다. 기술 변화는 가격 경쟁 구조에서 변화 요인이다. 가격 경쟁에 따른 휴대전화 생산 업체들의 마진 축소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변화 경쟁력이 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게 된다. 후발 업체들의 한계성도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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