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11월 6일)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를 2~4% 차이로 앞서고 있다. 승부를 가를 최대 쟁점은 경제 회복, 특히 일자리 창출이다. 미국인들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으며 1280만 명이 일자리를 찾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이 아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업률이 비록 8.1%로 높지만 집권 후 46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긴 점을 상기시키며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다만 완전히 회복되려면 몇 년이 더 걸린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는 실패했다”며 정권 교체를 역설하고 있다.
워싱턴 저널 "부자 증세 놓고 오바마와 롬니의 설전"
이번 대선 최대 쟁점은 일자리 창출

롬니 후보와 공화당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부자들이 소비를 늘려야 그 온기가 중소기업과 중산층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trickle-down: 낙수효과)’ 논리다.

롬니 후보는 2003년 조지 W. 부시 정부 때 한시적으로 도입돼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세금 감면 혜택을 무기 연장하고 소득세율도 구간별로 20%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가령 최고 세율 35%는 28%로 낮추고 최저 세율 10%는 8%로 인하하는 식이다. 법인세 인하(35%→25%)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도 경제 회생을 위한 세금 인하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6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중소기업과 중산층에 대해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하에는 반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부유층은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낸다”며 오히려 부자 증세를 주장해 왔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나의 소득세율이 17.4%인 반면 비서의 소득세율은 30%가 넘는다”며 부유층의 세율 인상을 주장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착안해 부자 증세를 추진한 것이다.

올해 4월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부자들에게 최소 30%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버핏 룰(Buffett Rule)’ 법안까지 마련해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올해 말 만료되는 ‘부시 정부 세금 감면 혜택’ 연장과 관련해서도 “연소득 20만 달러, 부부 합산 25만 달러 이상의 가구는 예외”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연소득 20만 달러가 넘는 부유층은 미국 납세자의 2% 수준이다.

오바마는 “부자들도 이제 제 몫을 해야 한다”며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롬니 후보는 기업가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면 비즈니스가 위축돼 경제가 활력을 잃고 결국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롬니 후보가 부자 증세를 반대하는 것은 ‘트리클 다운’이라는 경제 논리도 있지만 전통적 지지 기반인 백인 부유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90% 이상이 백인이다. ‘카지노 제왕’으로 불리는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은 지금까지 롬니 후보 측에 36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총 1억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는 아델슨 회장이 1억 달러를 롬니에 베팅한 것은 세금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연간 1조 달러 이상의 재정 적자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부자 증세를 반대할 논리가 궁색할 법도 한데 롬니 후보의 지지율은 오바마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워싱턴(미국)=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7일 발행 한경비즈니스 877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