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에 기름값이 다시 리터당 2000원대로 올라서면서 아예 승용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고유가가 교통수단의 이용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의 교통카드 충전 매출이 지난해보다 57.7% 증가했다. 휘발유 값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든 8월 한 달 동안 충전액은 93.9%나 뛰었고 9월 들어서도 100%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름값 부담으로 자가용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교통카드 매출이 휘발유 가격 추이를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고 말했다.

2009년 불었던 자전거 출퇴근 바람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자전거 출퇴근 카페인 네이버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은 올 들어 회원 수가 48만5000명을 돌파했다. 최근 5개월 동안에만 4만5000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자전거가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올 들어 8월까지 자전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어났으며 자전거 의류 매출도 20% 이상 증가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과거에는 산악용 자전거(MTB)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출퇴근용으로 애용되는 하이브리드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100원 할인 마지막 날인 6일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이마트셀프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7.6
기름값 100원 할인 마지막 날인 6일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이마트셀프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7.6
고유가 타고 수동 변속기 부활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타야 하는 사람들도 기름값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최근 알뜰족들의 발길이 몰리는 곳은 정부에서 만든 알뜰 주유소다.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716개에 달한다. 이들은 공동 구매, 제5정유사인 삼성토탈 등을 통해 주변 주유소보다 저렴하게 석유제품을 공급한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시내 8개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970~1990원으로 서울 평균인 2100원은 물론 전국 평균인 2000원보다 낮다.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가량 싼 이마트 주유소도 인기다. 용인 구성점과 통영점·포항점·구미점·군산점 등 5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 이마트 주유소는 셀프 주유 방식을 통한 운영비 절감, 판촉물 증정 등 서비스 억제, 마진 최소화를 통해 가격을 낮췄다.

미국 등 서구에서 볼 수 있던 셀프 주유소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셀프 주유소는 775개로 작년보다 334개가 늘어났다. 운전자들이 기름값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높아진 기름값을 숨기기 위해 가격 표지판을 잘 보이지 않도록 측면에 배치하거나 현수막으로 가리는 ‘꼼수’를 동원하는 주유소들도 나오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동 변속기 모델이 새롭게 주목받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수동 변속기는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기어를 통해 바로 전달하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적다. 반면 자동 변속은 엔진의 동력이 오일을 통해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동력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차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동 변속기 차량은 자동 변속기에 비해 10% 정도 연비가 좋고 차 값도 150만~200만 원 정도 저렴하다.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차를 빌려 탈 수 있는 카 셰어링도 고유가 시대에 각광받는 틈새 산업이다. 시간제로 차를 빌릴 수 있는 카 셰어링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시간당 7000원 안팎의 대여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차량 유지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그린카·한국카쉐어링 등 10여 개 업체가 영업 중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