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대상은 크게 세 가지다. 5·16 군사정변의 정당성 여부나 유신 독재에 대한 평가, 인혁당 사건(인민혁명당 간첩 조작 사건으로 죄 없는 8명이 사형당한 사건)에 대한 입장 등이다. 박 후보는 이 세 가지에 대해 당 경선 과정과 후보 선출 이후에도 꾸준히 입장을 내놨다. 5·16 군사정변에 대한 가장 최근의 발언은 지난 7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다.
박 후보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유신 독재에 대해선 9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했다”며 옹호했다.
이날 인혁당 사건에 대해 발언한 것이 과거 논란의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유신 시절 일어난 인혁당 사건에 대한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또 어떤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논란이 커진 지난 9월 13일 당원협의회 연수장에서 기자들의 인혁당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에도 “전에부터 제가 당시 피해를 본 분들께 참 죄송하고 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을 많이 했거든요”이라며 “유가족이 동의한다면 직접 찾아뵐 의향이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이런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표심은 싸늘하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9월 12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양자 대결 시 지지율이 47.3%와 44.1%로 나타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48.0% 대 42.2%로 조사됐다. 이는 인혁당 발언이 있기 전인 9월 10일 발표 결과(박 후보 48.7% 안 원장 44.1%, 박 후보 50.5% 문 후보 40.3%)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박 후보 캠프나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관이나 안 되면 발언이라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캠프 좌장, 우장 격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도 잇따라 “박 후보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말을 했고 박 캠프 핵심 의원들도 기자들과 만나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역사의식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과도 연계돼 있어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실제 박 후보의 이런 발언은 23년 전인 1989년 MBC의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박경재의 시사토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들과 거의 변화가 없다. 그는 23년 전 TV에 출연해 “5·16혁명도 4·19의 뜻을 계승하고 있다고 본다. ‘구국의 혁명’이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사회적인 안정이 유지되려면 강력한 지도체제가 불가피했다”고 했는데, 이는 최근 홍사덕 박 후보 경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 “유신은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한 것”이란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박 후보의 역사관이 보수층에 미치는 영향은 높지 않겠지만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세대인 40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중도층에선 확실히 표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7일 발행 한경비즈니스 877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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