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역시 아마존이다. 역시 제프 베조스다.9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아마존 프레스 이벤트를 지켜본 소감은 이랬습니다. 아마존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혁신 기업이고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혁신(innovation)의 아이콘’으로 꼽힙니다. 베조스는 이날 킨들파이어와 킨들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킨들파이어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이고 킨들은 전자책 단말기(e-reader)입니다. 아마존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역시’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이패드와 갤럭시탭7 등에 맞설 수 있는 진지를 탄탄하게 구축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이날 킨들파이어 업그레이드 버전인 ‘킨들파이어 HD’를 내놓았습니다. 기존 제품과 같은 크기의 7인치 제품 외에 8.9인치 제품도 내놓았죠. 기존 킨들파이어는 성능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췄습니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 페이퍼화이트’도 내놓았습니다.
아마존은 ‘전자책 혁명’을 선도하는 미국 기업입니다. 2007년 11월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내놓고 전자책 바람몰이를 시작했죠. 2010년 4월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은 직후에는 킨들 가격을 낮추고 킨들파이어를 내놓아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그러나 킨들파이어는 아이패드에 밀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구글이 넥서스7을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를 내놓기로 해 자칫 설 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킨들파이어 HD는 아이패드 대응용으로 보입니다. 화질과 반응속도를 개선하면서 화면 크기를 7인치와 8.9인치로 나눴습니다. 8.9인치 제품은 아이패드(9.7인치)를 겨냥한 모델입니다. 7인치 킨들파이어 HD는 애플이 10월 중 발매한다고 알려진 ‘아이패드 미니’나 구글 넥서스7에 맞서기 위한 제품이죠.
아마존의 무기는 가격입니다. 7인치 킨들파이어 HD는 16기가바이트(GB) 모델이 249달러, 32GB 모델이 249달러이고 8.9인치 제품은 299달러(16GB, 와이파이) 내지 499달러(32GB, LTE). 기존 킨들파이어의 가격은 159달러입니다. 아이패드는 16GB 499달러, 64GB 699달러이고 넥서스7은 8GB 199달러, 16GB 249달러입니다.
아마존이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는 것은 콘텐츠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이날 “우리는 하드웨어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그것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때 돈을 번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으로 양동작전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은 2007년 11월 킨들을 내놓아 전자책 단말기 시장을 선점했고 이번에 ‘킨들 페이퍼화이트’를 추가했습니다. 가격은 광고를 보느냐 보지 않느냐, 이동통신망에 연결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119달러 내지 199달러입니다. 기존 킨들은 폰트를 추가하고 반응속도를 개선하면서 가격은 69달러로 낮췄습니다.
아마존이 양동작전을 펴는 이유는 뭘까요. 소비자 중에는 종이책 느낌을 살린 전자책 단말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자책 단말기는 흑백 버튼식이죠. 불편하지만 장시간 들여다봐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배터리 수명이 깁니다. 태블릿은 이런 장점은 없지만 컬러 터치스크린이라서 편합니다. 물론 킬러 콘텐츠는 전자책이죠.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 양쪽에서 다양한 모델을 갖춤으로써 전자책 붐이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전자책 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최근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한국어 전자책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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