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연 셰일가스다. 셰일가스는 지하 2000m 아래 주로 진흙으로 굳어진 암석층(셰일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로, 기존 가스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기술력을 갖춘 미국에서 몇 년 새 개발 붐이 일면서 각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미국에서 셰일가스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정부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셰일가스 선점 마스터 플랜을 지난 9월 6일 내놨다. 소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에너지 관련 산업계 대표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셰일가스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셰일가스 개발·도입 및 활용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해외자원개발협회·플랜트산업협회 등은 ‘셰일가스 개발·도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자원 개발 공기업을 해외 에너지 메이저 기업급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자본금을 대폭 확충하고 민간 기업과의 공동 투자 확대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2020년까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의 20%를 셰일가스로 확보해 중동·동남아 등에 치우친 천연가스 수입처를 다원화하고 국내 가스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에 대한 증자와 차입 여건 개선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 여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9월 중 두 회사의 투자 재원 확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자본금 및 투자비는 엑슨모빌 등 주요 글로벌 자원 개발 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10년 석유공사의 자본금과 투자비는 각각 89억 달러와 43억 달러에 머물렀다. 같은 해 엑슨모빌의 자본금과 투자비는 각각 1527억 달러와 717억 달러로 석유공사보다 17배나 많았다. 중국의 석유공사인 시노펙과 비교해도 석유공사의 몸집은 7분의 1 수준이다. 가스공사도 자본금 3억 달러, 투자비 4억 달러에 불과하다.
[경제부처 24시] 셰일가스 선점 마스터 플랜
공기업-민간 기업 손잡는다

정부는 또 삼성·SK·GS 등 민간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금융 지원을 대폭 강화해 해외 셰일가스 전문 기업 인수, 가스전 매입, 액화 플랜트 건설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자원 개발 분야 수출입 은행의 여신 규모를 현재 2조8000억 원에서 21조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00억 원 규모의 해외 자원 개발 융자 사업도 셰일가스 분야 민간 투자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3.4%에 머물렀던 셰일가스 자주 개발률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자주 개발률은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개발하는 자원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에너지 자립도가 뛰어나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확보된 셰일가스의 탄력적 활용을 위해 국내 소요 물량 외 잉여 물량에 대한 트레이딩 허용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가스공사와 민간 기업의 국내 LNG 저장 시설도 두 배 정도 확충하기로 했다.

셰일가스 개발 기술의 확보와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전략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셰일가스 개발 기술의 수준이 선진국 대비 20%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2016년까지 이를 50%, 2020년까지 80%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셰일가스 개발 기술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관련 해외 기업의 인수와 공동 사업 수행, 공동 연구·개발(R&D)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미현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mwise@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0일 발행된 한경비즈니스에 수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