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8년 에너지 음료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10배 늘었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DAWN(Drug Abuse Warning Network)이 작년 11월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에너지 음료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뉴욕시는 에너지 음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공공장소 금연, 비만과의 전쟁 등을 추진해 온 마이클 블룸버그(70) 뉴욕시장이 이번엔 에너지 음료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검찰은 최근 에너지 음료 업체들을 대상으로 원재료와 열량, 영양 성분 표시 등을 속였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 검찰총장은 지난 7월 에너지 음료인 ‘AMP’ 제조업체 펩시코와 ‘몬스터’ 제조업체 몬스터비버리지, ‘파이브아워(5hour)’ 제조업체 리빙에센셜스 등에 소환장을 보냈다. 검찰은 마케팅과 광고 활동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이들이 부정확한 제품 정보와 광고 행위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오도하고 있는지 조사에 나선 것이다.

뉴욕 검찰이 조사를 시작한 것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에너지 음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술과 함께 에너지 음료를 섭취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아멜리아 아리아 메릴랜드대 교수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가 알코올 남용을 유발한다”며 “고카페인 음료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소비자협회도 “에너지 음료를 섭취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수면장애·야뇨증·불안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소년들이 고객으로 유입되면서 에너지 음료 시장은 음료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 음료의 매출은 89억 달러로 전년보다 16% 늘었다. 에너지 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코카콜라는 올 들어 몬스터비버리지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블룸버그 시장이 추진해 온 시민 건강 증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 시내 식당에서 트랜스 지방의 사용을 금지하고 메뉴판에 칼로리 함량 표기를 의무화하는 한편 공공장소 흡연 금지와 담배세 인상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를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설탕이 들어간 용량 16온스(약 480ml) 이상의 음료를 음식점·영화관·야구장 등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 정책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그는 트위터를 통해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탄산음료 용량이 커진 것은 고객들이 원해서가 아니다. (더 많이 팔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일 뿐”이라는 글을 올린 것. 논란을 빚을 줄 뻔히 알면서 이런 정책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그는 “비만 퇴치는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공장소 금연 이어 탄산음료 판매 제한

이 같은 정책들은 블룸버그의 정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시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정치’가 그것.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시장에 오른 그는 당이 시민의 이익보다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판단한 순간 과감히 당적을 버렸다. 뉴욕 시민들은 블룸버그 시장의 정책을 지지했다. 확고한 양당 체제인 미국에서 무소속으로 3선(選) 시장이 된 비결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그를 ‘미국의 새로운 행동 영웅(Action Hero)’이라고 표현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공공 서비스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형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무소속인 그를 영입하기 위해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부 핵심 관료들과 함께하는 골프에 초대했다. 경쟁자인 공화당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그의 자선 재단 사무실을 찾아가 “한 수 배우러 왔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0일 발행된 한경비즈니스에 수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