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 덤앤더머스 대표
남성 직장인들은 대개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철마다 와이셔츠를 사러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야 하는 것을…. 면도기나 양말·속옷 등을 사러 수시로 마트에 가기도 한다.몹시 귀찮은 일이다. 와이셔츠는 생각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색상과 브랜드만 보고 샀다가 의외로 별로인 것도 태반이다. 덤앤더머스는 이런 생활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남성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덤앤더머스의 조성우 대표는 2007년 현대중공업 홍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00학번인 그가 졸업 후 입사한 현대중공업에서 맡은 일 중 하나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관련된 홍보 업무였다. 올해 초까지 현대중공업에 있던 그는 “회사 생활을 정말 후회 없이 했다”고 말한다. 정주영 회장 홍보하다 창업의 꿈 갖다
정주영 회장과 관련된 홍보를 담당했기에 그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 땅에 태어나서’ 등 정 회장이 쓴 책도 모두 봤을 터였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그의 창업 스토리에 감동을 받고 그의 인생 역정에 가슴을 치면서 공감하기도 했을 법하다. 자극을 받아 더욱 열심히 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회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더 늦기 전에 내 일을 하자.”
그에겐 때마침 함께 창업하고 싶은 같은 과 후배들이 있었다.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던 이들을 떠올린 그가 연락하자 즉시 동참하겠다는 화답이 왔다. 그가 창업을 함께할 생각을 했을 정도로 뜻이 잘 통했던 이들은 즉시 자신들과 뜻이 맞는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철강 영업을 담당했고, 특히 중국어에 능통한 정원선 이사가 영업 담당자로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에 있으면서 기업홍보(IR) 업무, 특히 해외 쪽 일을 했던 이승주 이사는 해외 담당을 맡았다. 소프트웨어 업체 알투소프트,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대우정보통신 출신의 이승호 이사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슷한 나이 또래에 3~5년 대기업을 경험해 봤다는 것.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공감하는 분야가 많다는 점이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후회 없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한다. ‘용 가는 데 구름 가고 범 가는 데 바람 간다(雲從龍 風從虎)’라고나 할까.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서로 구하고 좇으면서 더욱 긴밀해지듯이 이들도 그랬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손에 확 잡히는 그런 분명한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초창기, 이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일보다 확실하게 시장이 존재하는 사업에서 자신들의 사업적 가능성을 실험했다. 그들이 처음 택한 것은 소셜 커머스였다.
소셜 커머스를 시작하면서 이들이 내세웠던 것은 소비자들에게 제품 이상의 가치를 주자는 것. 지난해 10월 창업한 회사 이름을 덤앤더머스(DUM &DUMMERCE)로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덤앤더머스라는 서비스명(회사명)에는 고객들에게 주문했던 것보다 부가적인 가치(덤)를 더 주고 이를 통해 보다 더 윤택하고 편리한 삶을 제공하며(더머: 덤의 비교급), 이를 커머스(상업)를 통해 구현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포부를 갖고 서비스에 자신들의 뜻을 구현해 올 2월 문을 열었다. 소셜 바우처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셜 바우처란 예를 들어 50%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사고 해당 지역의 오프라인 매장 할인 쿠폰을 쓸 수 있는 혜택을 추가로 더 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덤앤더머스의 소셜 커머스 사업은 금방 한계에 부닥쳤다. 일차적으로는 티켓몬스터·쿠팡·그루폰·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이른바 빅4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너무 높아 후발 주자들이 파고들 여지가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표현에 따르면 ‘돈을 계속 태워야 하는’ 소셜 커머스의 사업에 이들이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내부적인 회의가 점점 커졌어요. 소셜이 없는 소셜 커머스를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는 걱정이 있었죠. 그래서 6월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일상다반사’ 커머스
이때부터 덤앤더머스 창업팀은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분야는 알겠으니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기존 소셜 커머스가 여성, 그것도 주로 젊은 여성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점에 주목한 이들은 성인 남성, 그것도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남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조 대표는 자신이 재학 중인 연세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에서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와이셔츠·면도날·양말·속옷 등 구체적인 품목이 나왔다. 이런 제품들을 주로 어디서 구매하는지도 파악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백화점 가판대(와이셔츠), 대형 마트 가판대(양말·속옷 등) 등에서 물건을 샀다. 면도기와 면도날은 계획적인 구매보다 필요성을 느껴 즉석에서 판단해 사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시장조사를 나갔다. 백화점의 가판대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와이셔츠를 할인 판매한다면서 4만~5만5000원에 팔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이월 상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가판대 판매 상품은 할인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판대 전용 상품으로 출시된 것들이었다.
“브랜드는 같지만 디자인이나 섬유 재질이 본매장 상품보다 떨어지는 제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면도기와 면도날도 마찬가지예요. 다들 마트에서 사면 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비싸게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모른다는 점을 이용하거든요.”
자체적으로 이들은 백화점 수준의 고급 와이셔츠를 백화점보다 오히려 더 싸게,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2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상품 공급처를 확보했다. 면도기는 최대 40%까지 싸게 판매한다. 덤앤더머스는 이 상품들을 정기 배송 방식으로 공급한다.
매달, 또는 2~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필요한 생활의 잡다하지만 꼭 필요한 물건들을 받아볼 수 있다. 면도날·면도기·마스크팩 등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8월 공개됐다. 9월에는 직장인들의 탈모 문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정기 배송 서비스가 다는 아니다.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 섭외 고민을 해결해 주는 ‘대동회식도’라는 검색 서비스도 개발했다. 앞으로도 할 게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진출.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들은 생활 잡화의 정기 배송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밖에 만남, 가족 관계, 직장 내 모임 등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들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직장인들의 필수 종합 포털로 자리 잡을 겁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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