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랭킹
한국과 미국의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지면서 작년 4월부터 시작된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 1라운드를 마쳤다. 삼성의 완패로 판결났지만 뜻밖의 마케팅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2012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각종 특허 공세에도 튼튼한 기업’이란 이미지가 형성되고 삼성과 애플이라는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그러나 ‘특허 괴물’은 기업의 허점을 노려 거액의 특허료를 뜯어내는 데 집중하므로 최소한의 긍정적인 효과조차 기대할 수 없다. 특허 괴물은 특허를 미리 확보한 후 시장이 커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특허 침해 소송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받아내는 전문 소송꾼을 뜻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괴물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7년 만에 6건(2004년)에서 94건(2011년)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은 4년 만에 36건(2007년)에서 80건(2011년)으로 늘었다. 미국 소송 제도의 특성상 패소하면 막대한 비용과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보통 타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특허 괴물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특허제도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1위 애플, 역으로 특허 괴물 세워
특허 괴물로부터 소송당한 미국 내 기업 1위는 애플로, 소송 당한 건수는 152건을 기록했다. 특허 괴물은 주로 시장의 규모가 커 로열티로 들어오는 수익이 많고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정보기술(IT) 분야를 노린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세계적 IT 기업들은 작년과 올해 소송 방어를 위한 특허 매입에 20조 원 이상을 쓰기도 했다. 애플은 방어에 그치지 않고 공격에까지 나섰다. 파산한 캐나다 통신기기 제조사 노텔의 특허 6000여 건을 45억 달러에 인수해 특허 괴물인 록스타비드코를 세운 것이다. 뒤를 이어 휴렛팩커드가 146건의 소송 건수로 2위를 차지했다. ‘hp’라고 쓰여 있는 로고가 더 친숙한 이 기업은 컴퓨터와 그 주변기기, 네트워크 등 첨단 정보통신 제품을 생산한다. 2010년까지 특허 괴물로부터 소송 당한 기업 1위였던 휴렛팩커드가 2위로 내려간 이유는 PC 수요 부진과 경쟁력 약화로 최근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휴렛팩커드의 부진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 새로운 첨단 기기로 향했기 때문이다.
3위는 소송 건수 127건을 기록한 삼성전자다. 특허 괴물은 부상하고 있는 한국 IT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추세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소니 등이 세운 특허 괴물 록스타비드코는 최근 와이파이, 동영상 재생 등 비표준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10위를 기록한 LG전자와 팬택에까지 수조 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세계적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을 미국·일본·캐나다 기업이 특허 괴물을 앞세워 압박하는 것이다. 록스타비드코는 무선 네트워크, 반도체, 인터넷 기술 등과 관련된 특허를 가지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국내 모든 전자 업체를 노릴 수 있다.
이시경 인턴기자 ckyung@kbizweek.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