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교수의 고전에서 배우는 CEO리더십
사물의 합리적 이치를 연구하는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이 세상을 신,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그리스에는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인간들을 벌하곤 합니다. 그리스신화를 모방한 로마신화 역시 신들의 이름만 다르지 스토리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서구 문명의 시조인 그리스는 왜 후배 격인 로마에 멸망당하고 말았을까요.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리스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면 반드시 혈통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자신의 황제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이어받은 능력 있는 후계자에게 물려줬습니다. 혈통과 정신, 이것은 패망과 세계 정복이란 극과 극의 차이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 격인 인물이 바로 황제이자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입니다.
전쟁터에서 쓴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 중 한 명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문학·희극·음악·지리학·문법·수사학·법학을 두루두루 공부했고 스토아철학에 심취해 밤낮없이 공부하다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죠. 공부와 동시에 검술과 체육을 열심히 하니 요샛말로 ‘엄친아’가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서부터 다방면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양할아버지 히드리아누스 황제의 배려와 지도 덕분이었습니다. 일찍이 아우렐리우스의 인물됨을 알아본 황제는 치밀하게 교육을 지원했고 후계 구도까지 짜두었죠. 그는 차기 대권 주자로 안토니누스 피우스란 인물을 세우면서 피우스에게 아우렐리우스를 양자로 삼도록 하는 조건을 걸었죠. 차차세대까지 계획을 세운 것이죠.
마흔 살의 나이에 아우렐리우스가 황제에 올랐을 때 로마제국은 전성기를 막 지난 상태였습니다. 다시 제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아우렐리우스는 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죠. 역대 로마 황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전장에서 보냈을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기처럼 자신의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이것이 바로 로마제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명상록’입니다. 이 책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쓴 것이라기보다 자신을 일깨우기 위해 쓴 책이죠. 그래서 그를 황제이자 철학자라고 말하는 것일 테지요.
그 책의 한 부분을 보겠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찾는다. 그런데 이러한 욕망은 어리석은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우리 자신 안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떤 곳에서도 자신의 마음에서보다 더 많은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없다. …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고 앙심과 증오심에 가득 찬 채로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모두 재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하라. … 모든 것이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를 생각하라.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박수갈채를 받을지라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망설이는 존재이며 항상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라.”
여러분은 이 메시지에서 무슨 교훈을 얻으십니까. 요즘 은퇴 후 3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고민합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퇴임도 늦출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보니 나온 고민입니다. 은퇴 후 30년은 다른 무슨 활동을 하더라도 반드시 ‘배움’의 길이어야 합니다. 배우면서 살아가는 삶은 항상 설레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매일 30분씩 자신의 직업으로부터 은퇴하라는 것입니다. 삶의 활력은 영혼의 적절한 휴식으로부터 나옵니다. 매일 30분씩 은퇴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저 일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30분 동안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자신과의 소통을 시도해 보십시오.
사실 철학은 공리공론이나 사색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철학입니다. 철학은 가장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 응용 범위가 넓은 겁니다. 근본 원리를 터득하게 되면 만사형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본을 모르면 응용도 모른다’는 것이 바로 ‘백 투 베이식(Back to Basic)’의 정신 아니겠습니까. 무슨 조직이든지 철학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사색하는 철학자인 동시에 행동하는 철학자였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실천해야만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지요. 아우렐리우스는 역대 로마 황제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전쟁터에서 자신의 삶을 보낸 황제였습니다. 스스로를 긍정하고 격려하라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도 나약한 인간인지라 끝까지 성공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로마의 전통을 깨고 자신의 친아들인 코모두스에게 왕위를 물려주죠. 코모두스가 자신처럼 현명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불행히도 그는 성격이 포악하고 사려 깊지 못해 모두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인 막시무스 장군(가상의 인물)을 핍박하는 폭군 황제가 바로 코모두스입니다. 사족 같지만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백 투 베이식(Back to Basic)’이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대 자신의 내면으로 은둔하라. 지배하는 이성의 본체는 올바른 일을 할 때는 스스로 만족해 평온을 찾는 그런 특성을 지녔다. 환경에 의해 억지로 어떤 면에서 방해받게 됐을 때는 강제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만 이탈됐다가 신속하게 그대 자신으로 되돌아가면 끊임없이 되돌아감으로써 그대는 조화에 더욱 익숙해진다.” 이 세상 문제의 원인을 항상 자신에게서 찾으세요.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 그때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때 그 인간이랑 잘못 엮이지만 않았더라면, 이 고생은 안 할 텐데….’ 남을 원망하고 환경을 탓하는 것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징표입니다.
강한 사람은 문제의 원인을 항상 내부에서 찾습니다. 자신이 고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찾는 사람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고 하는 말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명상록’의 메시지는 아직 유효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인정 중에서 최고의 인정은 자신으로부터 받는 인정입니다. 자신에게 인정받지 못하면서 남으로부터 인정받기는 힘듭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남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자신을 끊임없이 격려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늘 인정하고, 격려하고, 칭찬해 주세요. 자신과 긍정적으로 소통하세요.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나는 할 수 있다”라고 10번 외치면서 일어나세요. 1개월, 2개월, 3개월, 아니 1년, 2년, 10년을 계속하면 엄청난 마법의 효과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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