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경영 혁신 트렌드 ③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던 마이클 해머가 소개한 ‘업무 절차 재설계(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라는 개념이 기업 경영 현장에 도입된 후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업무 진행 프로세스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큰 효과를 봤다. 그 후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전사적자원관리(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라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해 IT 기반의 새로운 경영 시대를 열었다.

또 품질관리를 위해 다양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6시그마가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모토로라에서 개발돼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꽃을 피운 6시그마는 직원들에게 전문성에 따라 벨트를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사내 인재 육성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최근 언스트앤영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1990년대 6시그마와 같은 특정한 경영 기법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YONHAP PHOTO-3135> IBM employees stand next to the company's booth at the  CeBIT , one of the World's largest computer, electonics and information technology fairs, during last preparations for the opening in Hanover, Germany, Monday, Feb. 28, 2011  (AP Photo/dapd/ Joerg Sarbach)/2011-02-28 22:54:41/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IBM employees stand next to the company's booth at the CeBIT , one of the World's largest computer, electonics and information technology fairs, during last preparations for the opening in Hanover, Germany, Monday, Feb. 28, 2011 (AP Photo/dapd/ Joerg Sarbach)/2011-02-28 22:54:41/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 업무 프로세스의 표준화로 글로벌 경영 효율화

자동차 부품 업체인 포레시아(Faurecia)는 전 세계 243개 법인과 39개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포레시아는 최근 전 세계 글로벌 오퍼레이션 최적화를 위해 ‘포레시아 엑설런스 시스템(FES:Faurecia Excellence System)’이라고 불리는 114개의 전 세계 표준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또 FES 전문가들을 육성해 표준 프로세스에 대한 교육 및 상담 역할을 맡기는 것은 물론 표준 프로세스 준수 여부에 대한 내부 감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포레시아는 2006년 1만 분의 1 수준이었던 불량률을 최근 들어 10만 분의 1, 즉 10배 이상 개선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에 눈을 돌리면서 해외 법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현지법인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또 이를 어떻게 본사에서 관리해 나갈 것인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성공적인 프로세스 표준화를 위해서는 우선 전사 관점에서 모든 업무들을 빠짐없이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규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본사와 해외 임직원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준수해야 하는 프로세스를 직접 고민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정립된 표준 프로세스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고 프로세스별 업무 순서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 등을 전 직원이 숙지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전에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고 전 임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2 IT를 통한 프로세스 자동화로 시스템 경영 도입

아무리 전사 프로세스를 표준화했다고 하더라도 정립된 프로세스가 준수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실행력 제고를 위해 정립된 표준 프로세스가 IT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자동화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금융 기업 A사에서는 매일 아침 직원들이 컴퓨터를 켜면 그날 본인이 처리해야 하는 일, 결재 서류가 우선순위까지 표시돼 팝업창에 뜬다. 직원들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클릭하면 관련 사규, 전결 규정, 업무 규칙 등이 함께 제시되 효율을 높인다. 이런 프로세스 자동화는 업무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처리 기준 및 규칙을 준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 업무 처리 이력을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 많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를 기존의 ERP 시스템과 결재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과 연계해 업무 포털을 구축하기도 한다. 이렇게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 개인 또는 조직에 대한 업무 의존도를 낮춰 업무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고 시스템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프로세스 준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6시그마와 ERP 등을 도입해 내부 프로세스 정립을 시도한 기업은 많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자동화를 통한 성공적인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서는 우선 혁신 대상 업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자동화가 쉽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선정해 우선 적용하고 그 성공 체험을 바탕으로 적용 범위를 차차 넓혀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혁신으로 가는 길] IT 적극 도입해 일하는 방식 표준화해야
3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전략적 의사결정 지원

프로세스 표준화와 자동화 단계를 거치고 나면 프로세스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목표 대비 성과가 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지속적인 성과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최고경영진은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16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IT 기업 IBM은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위해 모든 프로세스의 명칭과 순서, 규칙을 16대 메가프로세스로 통합하고 표준화했다. 이렇게 정립된 프로세스의 준수 여부와 성과 창출 여부를 전사 경영 혁신 조직이 관리하고 있으며 각 프로세스별로 세 가지 관점(시간·비용·품질)에서 성과 관리 지표를 만들어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각 메가프로세스별로 담당 임원을 선정해 전 세계 160여 개국의 프로세스 준수 여부와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관리되고 모니터링된 결과는 대시보드(Dashboard)를 통해 최고경영진에게 전달되는데, 이는 매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에는 매출이나 손익과 같은 결과 지표 외에 일하는 과정에 대한 평가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하는 과정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시각을 가진 경영자들이 많아지면서 프로세스 성과 관리 지표를 선정해 관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프로세스 성과 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천 개의 관리 지표를 도출하는 것보다 마케팅·영업·구매·물류·경영관리 등 각 프로세스별로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상시적인 프로세스 성과 모니터링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IT 시스템에 의한 성과 산출 및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정욱 언스트앤영 한영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