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양국 외교 관계의 악화가 장기화될 땐 FTA 협상 등 경제협력 전반에 충격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일 양국 간 FTA 추진은 한일 양자 FTA와 중국이 포함된 한중일 FTA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 직전 한일 외교 관계 악화로 우리 경제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경제수석실은 ‘다소 악영향은 있겠지만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이란 보고를 했다”고 8월 16일 밝혔다. 일본 정부가 재검토를 언급한 한일 통화 스와프에 대해 “통화 스와프는 한국이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필요뿐만 아니라 엔고 억제를 위해 엔화를 시장에 방출하려는 일본의 이해도 맞물려 있다”며 “대외적인 신뢰도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이 통화 스와프를 파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한일 경제 파장 감당할 수준”
다만 한일 기업 간 비즈니스에는 어느 정도 심리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당장 일본 내 ‘한류 열기’가 식는 분위기다. 일본의 위성 TV인 BS닛폰과 BS재팬은 배우 송일국이 출연한 한국 드라마 ‘신이라 불린 사나이’ 방영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올가을에 잡혀 있는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나 이벤트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우익 세력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때는 한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행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은 물론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 수요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류 스타 김현중을 전면에 내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했던 LG생활건강은 당분간 일본에서 아이돌 스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것과 동시에 독특한 화장품 성분을 강조하는 이원화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일본 업체의 한국 비즈니스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일본 신용카드 회사인 미쓰이스미토모 카드는 한국 카드 회사와 제휴해 9월 초 선보일 예정이었던 한국 여행용 ‘선불카드’의 발행을 연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우익 테러 등의 위협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는 최근 일본 우익 단체로부터 협박성 팩스를 받았다. 골자는 ‘몸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도쿄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은 우발적 테러에 대해서도 조심하고 있다.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지점이 대로변 1층에 자리 잡고 있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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