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사업 부문은 곳곳에서 실적 개선을 예고하는 청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FPR) 3D TV와 LTE 폰 등 전자 부문 계열사들의 간판 제품들이 최근 ‘역시 LG’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에서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어 ‘전자 명가’ 명예 회복에 속도감을 더하고 있다. FPR 3D TV와 LTE 폰은 LG전자(완제품)·LG디스플레이(패널)·LG이노텍(부품)·LG화학(소재) 등 LG의 주력 계열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들을 집약한 제품이라는 면에서 이들의 약진은 고무적이다. 전자 부문 대표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12조8590억 원, 영업이익 3490억 원을 달성했다. TV와 가전의 성장으로 전체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MC(Mobile Communications) 사업본부가 3분기 만에 적자를 낸 탓이다. 그러나 이는 피처 폰 물량 감소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확대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120% 증가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유로화 환차손을 감안할 때 영업이익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는 평도 있다. LG는 3분기에는 전사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3D TV 세계 1위 달성과 LTE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 확대, 910리터급 냉장고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가전제품 마케팅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LTE 폰 등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확대
그동안 LG전자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휴대전화 사업 부문은 이미 반전 분위기로 돌아섰다. LTE 서비스가 가장 먼저 시작돼 양대 시장으로 불리는 북미와 한국에서 LG전자의 LTE 폰 판매량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전체 스마트폰 사업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글로벌 LTE 폰 판매량 400만 대를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8월 들어서는 북미와 한국에서만 판매량이 각각 200만 대씩을 넘어선 데 이어 8월 중순에는 글로벌 판매량 500만 대를 다시 돌파한 것. LTE 폰 선전에 힘입어 LG전자는 지난 2분기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도 1분기보다 18% 이상 증가한 580만 대를 기록했고 LG전자 전체 휴대전화 판매량 중 스마트폰 비중도 1분기 36%보다 8% 포인트 상승한 44%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북미 LTE 폰 시장에서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한 것은 LTE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 LTE 본고장에서 이룩한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북미 시장에서 LG전자 전체 스마트폰 점유율도 반등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SA(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에 미국에서 21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8.2%를 기록, 기존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이는 230만 대를 기록한 3위 모토로라를 바짝 추격한 것으로, ‘옵티머스 LTE’와 ‘옵티머스 태그’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한 데 따른 결과다.
LTE 스마트폰 판매량의 빠른 증가는 LG전자가 LTE 특허 1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높은 신뢰도가 제품 구매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지식재산권 컨설팅 전문 기관인 테크IPM(Tech IPM)은 최근 올 2분기까지 미국 특허청에 출원·등록된 LTE 핵심 표준 특허를 분석한 결과 LG전자의 보유 특허가 가장 많다고 발표했고,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엔코도 ‘LG전자가 LTE 특허 세계 1위’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다양해진 스마트폰의 라인업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해 5월 북미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첫 LTE 폰 ‘레볼루션’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스펙트럼’과 ‘니트로 HD’를 각각 버라이즌과 AT&T를 통해 공급했고 지난 2분기에는 스프린트에 LTE 스마트폰 ‘바이퍼(Viper) 4G’를 공급하는 등 북미 3대 통신사에 모두 LTE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르면 3분기 중에 ‘옵티머스 LTE 2’와 ‘옵티머스 뷰(Vu:)’의 미국향 모델도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최강 LTE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LTE 폰 판매를 시작한 국내에서도 다양한 라인업이 판매량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LG전자는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LTE 폰을 포함한 스마트폰의 점유율 확대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2년간 스마트폰에 쏟아 부은 연구·개발(R&D) 역량이 제품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3분기 ‘흑자 기조’에 청신호가 켜졌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 부문 약점은 아이폰과 같은 히트 모델이 없다는 것인데, 하반기에 신규 LTE 폰이 나오면서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PR 3D TV로 세계시장서 돌풍
TV 부문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부는 지난 2분기 216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체 이익의 62%를 차지했다. 3분기 이후 TV 부문의 전망 역시 3D TV의 약진과 함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전자 부문 계열사들이 LG화학과 협력해 ‘세계 3D TV 시장 재편’을 목표로 야심차게 내놓은 FPR 3D TV가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겁고 불편한 배터리식 전자 안경을 없앤 눈에 편한 3D TV’로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하며 매 분기 판매량 신기록을 경신 중인 것.
FPR 3D의 최선봉장 격인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말 판매 집계에서 FPR 3D 패널 누적 판매량 15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0년 12월 첫 출시 후 5개월 만에 누적 생산량 100만 대를 달성하며 본격적인 출하 신기록 행진을 시작해 15개월 만인 지난 3월 말 업계 최초로 3D 패널 출하량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이어 무려 4개월 만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1500만 대 고지를 넘어선 것. 올 들어서는 매 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의 출하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4분기 중 누적 생산량 2000만 대 돌파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분위기대로라면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오는 3분기 FPR 방식의 3D TV가 시장점유율 52.5%를 기록, 셔터글라스(SG) 방식을 역전할 것이라고 내놓은 분석도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FPR 3D와 SG 방식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각각 37%와 63%로 1년 만에 완벽한 역전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12월 FPR 3D 패널 출시 후 1분기 만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35% 이상의 점유율로 줄곧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FPR 3D 패널 출하량 증가는 글로벌 고객군인 TV 제조업체의 FPR 진영 합류와 제품 라인업 확대에 따른 것이다. FPR 3D TV 제조업체가 늘어나면서 이들 업체들의 3D TV 프로모션 효과와 3D 콘텐츠 확산에 의해 3D TV 침투율이 상승한 것도 또 다른 배경이다. LG전자의 3D TV 시장점유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세계 3D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16%로 끌어올려 2위를 지켰고 1위와의 격차를 1년 만에 26%에서 9%로 17% 포인트 줄이며 약진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LG전자 측은 “자체 집계 결과 지난 2분기 세계 5대 권역에서 3D TV 판매 전략 시장으로 관리하는 30개국 기준 시장점유율 20% 고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며 “북미 시장에서 1분기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늘었고 LG전자의 전통적인 텃밭인 중남미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더욱 확고히 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3D TV의 선전에 힘입어 LG전자는 지난 2분기 북미와 유럽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분기 사상 최대인 682만 대의 평판 TV를 판매해 하반기 전망을 밝게 했다. LG전자는 향후 전체 TV 제품 중 FPR 3D TV 제품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려 2012년 ‘3D TV 1위’ 목표 달성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LG전자는 FPR 3D로 세계시장 판도를 바꾼 기세를 3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으로도 확산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미 LG전자의 55인치 OLED TV는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드는 LG전자의 HA사업본부도 지난 2분기 1653억 원의 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80% 이상 성장하는 등 상반기 선진 시장 중심의 경기 침체 지속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수익을 올렸다. 하반기에는 세계 최대 용량의 4도어 디오스 냉장고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통해 매출 성장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처럼 휴대전화·TV·가전 등 LG전자 각 사업 부문의 호재들이 잇따르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도현 LG전자 부사장(CFO)도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는 휴대전화 부문 흑자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 수준’이라며 조심스러워했지만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는 “하반기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LGD, 실질적 영업이익은 이미 흑자 전환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서도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에 6조9104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담합 관련 소송의 추가 충당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흑자인 셈이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담합 관련 소송의 추가 충담금 2000억 원이 반영된 것을 감안할 때 순수 영업이익은 17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3분기에는 계절적 수요 증대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출하량은 2분기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에는 LG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뉴 아이패드와 아이폰5 출시 등이 예정돼 있다는 것도 호재다.
이처럼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비중의 확대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말 이사회에서 급증하는 스마트 기기용 고부가가치 패널의 수요에 맞춰 기존 6세대 라인 일부를 LTPS(Low Temperature Poly-Silicon: 저온폴리 실리콘) 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1조2008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TV에서도 시장을 선점하는 등 차별화 제품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며 이러한 실력을 바탕으로 3분기 실적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김병기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은 우상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3분기 및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230억 원, 3160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자 부문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LG이노텍도 3분기 이후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LG이노텍은 지난 2분기에 매출 1조2358억 원, 영업이익 19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부진을 털고 2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3분기에는 국내외 주요 고객사들의 IT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관련 부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백종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3분기 실적이 기대되는 이유에 대해 “LED 부문 가동률 향상으로 영업적자율이 감소하고 카메라 모듈 부문에서 전략 고객 신제품 론칭으로 주문이 급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패키지 인쇄회로기판(PCB) 부문 수율 개선과 소재 부문 주문 증가 가능성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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