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만큼 기후변화협약을 윤리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벌써부터 올해 말로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에서는 회원국들이 윤리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 협상에 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협약을 윤리적 문제로 다뤄야 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피해와 혜택이 분리되고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사망 사고 등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구적 환경문제는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공간적·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올여름 북반구 지역에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은 지구 환경문제의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은 온실가스(GHG)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가난한 국가들이다. 윤리학 이론들은 식물·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책임에 관해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윤리 체계가 엄격히 금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윤리적 문제로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재앙으로 닥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기후변화는 인명·건강과 지속적인 삶을 위한 자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물과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 피해는 질병·가뭄·홍수·태풍에 의한 사망, 해수면 상승, 강력한 태풍, 농업에 대한 악영향, 질병의 다양화, 식량의 부족, 삶의 터전의 상실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불구하고 각국이 자신의 경계 내에서 심대한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울타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각국 정부는 윤리적 의무감을 갖고 타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자국 국민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대책 차원에서 ‘그린 성장’, 기업은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일이 그 어느 과제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기업이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원자력·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매스(Biomass) 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추세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은 이상기온을 일으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대체할 광합성 작용 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식물성 유기체를 통칭하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가 부상하는 데에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 등은 에너지 자원을 재배·육성해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다. 또 바이오매스 자원은 에탄올·디젤 등과 같은 액체연료나 메탄·수소 등과 같은 기체연료로 변환해 기존의 석유나 가스의 대체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주목해야
하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전 세계 국민들의 보편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하지만 산림 조성과 토지 확보 등과 같은 재생을 위한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또 계절에 따라 자원량이 급변해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매스는 그동안 식량·소재 등으로 이용돼 왔는데 이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것은 부가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현재 바이오매스는 연간 2000억 톤이 생성되는데 이를 모두 전력이나 열에너지로 전환할 때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8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이용 가능한 바이오매스는 농산물·삼림·해양식물의 일부로 한정돼 왔다. 앞으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관련 영역을 확대해 나갈 때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은 무궁무진하다고 관련 기관들은 보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협약 시대에서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을 연소시키더라도 대기 중에 방출되는 CO₂는 바이오매스 육성 시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는 중립적인 에너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바이오매스 에너지 자원과 관련된 단점을 보완한다면 대체에너지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기후변화협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에 대비해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현황 파악과 산림 보존 등을 통해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참고로 국제농업기구 세계 산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바이어매스 에너지원이 5억70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외적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보유국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 앞으로 유망 산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나가는 노력이 형성돼야 한다. 바이오매스 산업의 특성이 현지 토착형인 만큼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가이드할 때 현지 토착화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 많은 바이오매스 에너지 보유국 가운데 지리적으로자원 개발이나 해외 자금 유치에 한국 기업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일 뿐만 아니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매스 에너지 분야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대외 개방도가 낮은 것이 일반적인데도 인도네시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해외 자본에 호의적이어서 신에너지 자원이 절실한 우리나라로서는 인도네시아의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개발과 이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무분별한 자원 개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벌채에만 주력하기보다 열대림 등 바이오매스 자원을 처음부터 키워 활용한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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