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이면 2009년에 입학한 로스쿨 1기가 얼마나 법조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는지 윤곽이 드러난다. 지난 3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로스쿨 졸업생이 6개월에 걸친 의무 실무 수습을 마치는 때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후 몇개월 동안 1기 대다수가 개업을 포함한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2기의 실무 수습처 확보 및 취업이 진행돼 신규 변호사들의 취업 전쟁이 가중될 수 있다. 2008년 도입 당시부터 숱한 논란을 안고 출발했던 로스쿨은 4년이 지난 현재도 ‘그들만의 리그’, ‘고비용·저효율’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로스쿨 10월 대란 오나
올해부터 로스쿨에서 첫 졸업생이 나오면서 로스쿨생 1500여 명과 사법연수원생 1000여 명이 동시 배출되기 시작했다. 현재 각 로스쿨별로 취업률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단 로스쿨 1기생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과 취업률을 살펴보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고려대 로스쿨은 졸업생 99명 중 98명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합격생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이제까지 취업률을 발표한 학교들을 살펴보면 고려대를 포함한 서강대·경희대 등 서울의 주요 로스쿨은 95% 이상의 취업률을 보였다. 그 외 서울 소재 로스쿨과 지방 로스쿨은 8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로클럭(재판연구원), 검찰, 법무법인·법률사무소, 기업, 정부기관, 법제처 등 다양한 곳으로 취업이 결정됐다.

하지만 취업률을 발표한 몇개 대학의 취업률로 로스쿨 제도의 성공을 가늠하기는 이르다.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6개월 의무 수습제’가 끝나는 10월이 돼야 25개 모든 로스쿨의 취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 로스쿨 졸업생들은 인턴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고 로펌 취업은 몇몇 상위권 로스쿨에 국한됐다.

로스쿨 지망생과 재학생들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법률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 아직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로스쿨 제도는 아직 시행 초기라는 비안정성과 사법시험으로부터의 전환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 내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08년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고비용 구조, 수업 질에 대한 의구심, 질적 평가 부재 등 여러 문제들이 제기됐었다. 시행 4년 차인 현재 당시의 우려는 상당수 현실화되고 있다.
로스쿨 10월 대란 오나
우선 로스쿨의 고비용 구조는 법조인 진입 장벽을 높였다. 현재 자녀 한 명을 로스쿨에 보내는 건 3~5명을 4년제 대학에 보내는 것과 같을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 과거 사법시험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있고 ‘노력한 자가 승리한다’는 공정 사회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은 돈 있고 서울 명문대 출신에 나이가 어려야 진입할 수 있는 것으로 여러 통계에서 나타났다. 가난한 지방대 출신이지만 실력과 노력으로 승부하려는 이가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기 더욱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로스쿨 측은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소규모 정원으로 인가해 줘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로스쿨 예산 수지 현황을 추정하면 총운영 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이 34.2%로 매우 낮다. 나머지는 법인 전입금이나 기부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국내 현실상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이미 ‘돈스쿨’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차츰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라는 과제도 있다. 기존 사법시험에 비해 로스쿨 졸업자가 치르는 변호사 시험은 당락의 결과만 나올 뿐 점수와 순위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자 측에서는 로스쿨 학점도 이미 인플레가 있고 인턴 기간 동안의 실무 경험으로는 실력을 측정하기 힘들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사를 채용하는 로펌과 기업에서는 단지 로스쿨의 명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기존 사법시험 제도에서의 전환기에서 아직 개선해야 할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관계자들은 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변호사 및 일부 법조계는 ‘사법시험을 존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로스쿨의 정원을 늘리거나 추가로 로스쿨을 지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법연수원에 지원하던 인적·물적 비용을 로스쿨 교육에 투자해 개별 로스쿨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우리에 앞서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지원자가 급감해 로스쿨을 폐교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 취득이 너무 어렵고 양적으로 급증한 변호사 수에 돈벌이와 명예가 예전만 못해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 일본 로스쿨은 지난 5년간 신규 변호사 1만1000여 명이 배출됐고 한국은 이제 갓 1500명을 배출했다. 현재 로스쿨 제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넘어 미래 변호사 수만 명 시대에 다가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례를 진지하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때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