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1기 변호사들이 사법시험을 존치하라고 주장하며 입법 의견서를 냈다. 이 의견서의 요지는 “사법시험의 폐지는 서민들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 사회’ 시책의 취지에 반한다”며 “로스쿨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서민들이 변호사·검사·판사 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는 주장이었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에 따르면 일본은 로스쿨을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도 사법시험 응시 자격을 주고 있고 미국의 다수 주에서도 통신 강좌 이수자 등에게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나온 배경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앞으로는 로스쿨로 일원화되기 때문이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로 기존 사법시험은 단계적으로 선발 인원을 축소해 가다가 2017년 완전 폐지된다. 법무부는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의 선발 인원을 매년 순차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2012~2013년 사법시험 운용 계획’에 따라 사법시험 선발 예정 인원은 2012년 500명, 2013년 300명으로 줄어든다.


‘그들만의 리그’ 비판…서민 진입 힘들어

문제는 로스쿨이 이른바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면서 서민층의 법조계 진출 기회를 박탈한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8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법학 교육 정상화와 법조 인력 양성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양재규 변호사는 “고액의 로스쿨 등록금과 서민층에게 불리한 로스쿨 입학 전형으로 인해 서민들의 법조계 진입이 원천 차단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학비는 재학 3년간 6000만 원에 이르며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1억 원에 달한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비용과 20대 후반~30대 초반 한창 일할 나이의 기회비용까지 계산하면 수억 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실제로 학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지난해 10월 한 지방대 로스쿨생 차모(26)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 로스쿨은 정원의 한계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자 등록금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대학별로는 한국외국어대 로스쿨이 1학기 800만 원에서 880만 원으로 10% 인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 충남대·중앙대·서울시립대·아주대 등이 5% 이상 등록금 인상을 추진했다. 2017년에 사법시험이 완전히 없어지면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독점하게 돼 등록금을 지금보다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돈 없이는 법조인이 될 수 없다’는 공식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 한 언론사가 25개 로스쿨 1, 2, 3기 5074명의 거주지 정보를 분석한 결과 로스쿨생의 61.4%가 서울에 거주했고 또한 부촌으로 알려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거주 비율은 27.2%에 달했다. 즉 로스쿨생 5명 중 1명은 강남에 살고 있었다. 반면 서울 거주자 중에서도 금천구·도봉구·중랑구는 각각 0.6%, 1.3%, 1.0%로 수십 명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를 보고 법조계에서는 “경제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세습되는, 희망이 사라진 시대의 우울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양한 지역 출신 안배를 위해 설립된 지역 로스쿨에서도 서울 주요대 출신 중심으로 선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소위 비명문대 출신은 우수한 성적과 자질을 갖춰도 법조인 진출이 초기에 봉쇄된다는 의미다. 수도권에 있는 아주대·인하대 로스쿨은 대부분 서울 지역 대학 출신 학생들로 채워졌다. 아주대 로스쿨은 지난 4년간 214명의 입학생들 중 자대 학생은 7.5%(16명)를 뽑은 반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의 비율은 47.7%(102명)에 달했다. 인하대 로스쿨 역시 지난 4년간 입학한 207명 중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학생들은 48.8%(101명)이고 다른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인하대 출신은 10.6%(22명)이고 지난 3년간의 인천 지역 대학 출신으로 집계해도 10.8%(17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지방 대학 출신 수험생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로스쿨들의 서울 명문대 출신 선호 경향 때문에 지방대 출신은 법조계 진출 경로가 아예 막히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올해 법학적성시험을 치른 신모(29·여) 씨는 “지방대 출신이 그 지역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지역사회에서 공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로스쿨의 취지일 텐데,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이 지방 로스쿨에서 입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졸업 후 서울에 가서 일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지방대 출신으로 법조인 되기가 점점 구조적으로 힘들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더 나아가 로스쿨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지방대 학부 출신에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채용에 외면 받을 수 있다. 성적이 전부 공개되는 사법시험에 비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실력을 평가할 결정적인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대학 명성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스쿨 10월 대란 오나] 사법시험 존치론이 고개 드는 이유… 로스쿨생 5명 중 1명 강남 거주
한 해 자퇴 100여 명씩 나와

경제적 여건, 타 로스쿨로의 재입학을 위한 반수 등의 문제로 매년 로스쿨 입학생 중 100여 명이 자퇴하고 있다. 최소 40명 최대 150명의 다양한 정원으로 25개 로스쿨별로 입학 정원이 분산·유치된 만큼 100여 명은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이다. 이는 곧 소규모 로스쿨의 재정 및 학사 운영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로스쿨협의회·교육과학기술부·법무부 등이 이 문제를 두고 고심했다. 그리고 대응책으로 신입생 미충원 및 재학 자퇴 등 제적으로 발생한 영구 결원 충원을 위해 개별 학교 입학 정원의 10% 이내에서 전년도 결원 인원 만큼 차년도에 충원하도록 2010년 2월 로스쿨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로스쿨의 취지 중 하나가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을 법조계로 유입해 다원화된 사회의 수요를 충족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계사로서 다년간 일한 경험으로 회계 분야 전문 법조인으로 일할 수 있고 혹은 IT 분야 전문가라면 IT 분야 소송에서 전문가로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요 로스쿨들은 명문대를 갓 졸업한 나이 어린 우수 인재로 채우고 있어 나이가 많은 전문직 직장인들도 로스쿨에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운 양상이다.

주요 로스쿨의 입학생 연령대를 살펴보면 30세 미만이 약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 1, 2, 3기 입학생 367명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3~25세가 38.4% (14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26~28세 33.5%, 29~31세가 13.1%로 나타나 재학생의 4분의 3이 20대였다.

결론적으로 로스쿨 시행 4년 동안 선발된 입학생을 분석한 여러 통계를 보면 ‘돈 있고’, ‘서울 명문대 출신’에 ‘나이가 어려야’ 로스쿨에 진입하기 유리하다. 이는 명백히 공정사회에 어긋나기 때문에 사법시험 존치나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예비시험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 법과대 이호선 교수는 ‘법학 교육 정상화와 법조 인력 양성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현 25개 로스쿨을 200명 규모의 5개 로스쿨만 남기되 300명 정원의 사법시험 내지 예비시험을 운영하자”는 대안론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의 존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사법시험 존치 주장은 온라인상에서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을 중심으로 ‘사법시험 존치 입법 청원 서명운동이 지난 6월 14일 발의돼 오는 12월까지 1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 1428명(8월 9일 기준)만이 동참했다.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대해 “사법시험은 그동안 너무 어려웠고 로스쿨은 너무 고비용”이라며 “양 제도를 병치하면 모두 단점만 드러날 뿐”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 기간 진통을 더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수험생은 “사법시험은 누구나 노력하면 빈부·환경·배경·나이·조건 등 어떤 것에도 좌우되지 않고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제도”라며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