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유럽의 재정 위기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트리플 악재로 들이닥쳤다. 실물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산업 활동 동향에서 6월의 생산·소비·투자 모두 전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 위기뿐만 아니라 경제 민주화 이슈 부각, 대선 정국 등과 같은 대내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7월 31일 발표한 6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설비 투자 역시 기계류 등에서의 투자 감소로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도 전달보다 0.5% 줄었다.

생산에선 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 등 대부분의 분야에 걸쳐 감소세를 보였다. 건설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3.3%, 작년 같은 달보다는 16.5%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율은 2011년 2월(-20.6%) 이후 최대였다.

이는 6월 27~29일 사흘간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파업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 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6월의 건축 공사 부진 등으로 전달보다 3.3%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건축과 토목공사가 모두 부진해 16.5% 줄었다. 광공업은 그나마 반도체와 담배 생산이 뒷받침하며 충격이 더 깊어지지는 않았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재고 줄이기에 나섰다. 6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8.2%로 전월 대비 1.2% 포인트 떨어졌다. 2000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평균치(78.7%) 밑으로 다시 가라앉은 것이다. 제조업 출하가 0.8% 줄어드는 등 생산과 출하가 줄며 재고도 2.1% 감소했다.
[경제부처 24시] 실물경제 ‘ 트리플 악재’ 실상은?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도 미뤄

이번 산업 활동 동향에선 설비 투자의 부진이 눈에 띈다. 설비 투자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결과 마이너스 6.3%를 기록했다. 생산·소비와 비교해서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 민주화 논란, 대선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기업으로선 돈을 투자에 쓰기보다 순환 출자, 출자총액제한제 등이 도입됐을 때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 위기가 상반기에 안에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잠시 미룬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3~6개월 이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0.5포인트 오른 100.0을 기록했다.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100 선에 오른 것은 2011년 7월 100.2 이후 처음이다.

순환 변동치에서 경제성장과 같은 추세치를 반영한 선행 종합지수는 142.7로 전월보다 1.0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선행 종합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지표를 봤을 때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소비자 기대 지수는 마이너스 0.5포인트를 기록한 반면 변동 폭이 큰 건설 수주액은 8.9%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행지수도 겉보기엔 긍정적인 수치가 나왔지만 내용상으론 소비자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건설 수주액은 규모가 큰 건설 공사 한두 건에 따라 수치가 큰 폭으로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0년 5월 1.1% 이후 12년여 만에 최저치인 1.5%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장마 피해가 크지 않아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된 데다 최근 국내 기름 값 하락 등 공급 측 불안 요인이 해소된 것이 물가 안정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 경제 주체들의 부담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물가 하락이 경기 둔화를 동반하고 이에 따른 소비 감소가 성장의 동반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8월 6일 발행 871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