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마켓은 잠재력이 크다. 노인 인구(65세↑)는 전체의 23.6%인 3016만 명이다(2012년 3월). 4명 중 1명꼴이다. 아쉽게도 이들의 삶은 불편하고 힘들다. 400만 명을 웃도는 홀몸노인은 더 그렇다. 돈이 있어도 이거다 싶은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참고 살 수밖에 없다. 다만 틈새를 읽은 기업은 예외다. 확인된 니즈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승승장구다. 생활 불편의 최전선에 선 홀몸노인의 잠재 수요가 이들의 우선 공략 화두다.

먼저 눈에 띄는 건 홀몸노인용 반찬 상자 사업 모델이다. 직원 10명에 불과한 ‘이와키노카상’이라는 지방 식품 업체의 아이디어다. 정기적으로 고객의 자택을 방문해 반찬 상자를 관리해 주며 말상대 해준 게 주효했다. 최초 반찬 상자를 전달해 준 후 1~2주일에 1회씩 찾아가 먹은 양만큼 돈을 받고 또 채워 주는 구조다.

1상자에 50종류의 반찬이 있는데 가격은 품목당 150~300엔대다. 반찬은 채소·생선의 일본식에서부터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년간 상온 보관이 가능하도록 진공·살균 처리해 안전성을 높였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모두 수제품이다. 긴급·비상시에 제격이고 메뉴가 다양하며 데우면 곧 먹을 수 있는 데다 적정 분량으로 구성돼 낭비를 막는다. 특이한 건 방문 스태프의 일처리 자세다. 정기 방문으로 반찬 교체뿐만 아니라 전등 교체 등 생활 불편까지 돌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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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부가형 고령자 주택 ‘인기’

단신 고령자는 주택 시장에서도 중요한 블루오션이다. 중산층 이상의 금전 여유를 갖춘 홀몸노인의 불편 해소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선두 주자는 파나소닉이다. 파나소닉이 오사카의 베드타운에 업계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 부가형 고령자 주택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거주 판매를 넘어 생활 서비스까지 포괄한 노인 친화적인 주거 상품이다.

가령 이곳엔 에어컨·TV·전화기·포트 등 모든 설비를 파나소닉 제품으로 구성했다. 전자 설비만이 아니다. 안락 기능이 붙은 침대에 옷장과 문 등 건자재도 모두 파나소닉제다. 여기에 식사를 포함해 각종 부가 시설까지 완비했다. 18㎡ 크기라면 집세·공익비·식비를 포함해 1개월 16만7000엔짜리다. 고령자 전용 임대 시설답게 전담 부서는 ‘파나소닉간병사업추진그룹’이다. 홀몸노인의 답답함을 주택에서 해결해 보겠다는 셈법이다.

가전 메이커가 노인 수요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여기엔 중요한 경영 전략이 들어있다. ‘일괄 사업’이 그렇다. 그룹 전체의 광범위한 상품 라인업을 일괄 납품 후 최종 서비스까지 맡는 사업 모델이다. 요약하면 ‘제품+서비스’의 신개념 전략이다. 2010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한 이후 병원·간병 시설부터 제조 공장까지 확대하려는 아이디어다.

영업비용을 줄이면서 일괄 관리가 가능해 호평을 받았다. 주지하듯이 파나소닉은 가전 메이커로 내우외환에 봉착했다. TV 사업 부진을 필두로 과거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돌파구가 일괄 사업이다. 제품에서 서비스까지 합해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식이다. 한계는 있다. 가격 부담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대감은 높다. 회사는 올가을 2개동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추후 15개동을 더 지어 시장을 확인한 후 전국에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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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사례는 또 있다. ‘NTT니시(西)일본’의 ‘아나타노덴와’라는 서비스다. 올가을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는 고령자 대화 상대 유료 사업이다.

현재 전화 상담 전문 기업을 불러 강사 초빙과 모의 훈련을 진행 중이다.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인 104번 직원을 활용해 고령자의 고민상담·푸념 등 어떤 전화에도 대응하도록 했다. 대화로 노인 생활을 즐겁고 편리하게 지원하는 게 포인트다. 부정·반론·정론은 물론 상대 얘기의 무시는 금기 사항이다. 요금은 10분에 수백 엔 정도로 계획됐다. 회사는 고정 전화 수입 하락을 타개할 신규 모델로 선정, 홀몸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