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가 내부적으로 각종 비관론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시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외국인 자금 등 앞으로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시각을 알 수 있는 각종 단기 지표들은 유럽 위기 진전 여부에 따라 등락이 있긴 하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초단기 해외 지표에 해당하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금리는 지난해 말 이후 30bp(1bp= 0.01%)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 외평채 가산금리도 2014년 만기물은 무려 60bp 이상 떨어져 중·장기 지표일수록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DS 금리를 기준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도 우리에 대한 해외 시각 지표는 상대적으로 괜찮다. 최근 2~3년간 우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고 프랑스보다 낮은 수준이다. CDS 금리와 외평채 가산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중·장기 지표에 해당하는 우리의 신용 등급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속한 국가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계 3대 신용 평가사 가운데 유럽의 피치와 미국의 무디스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에 우리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수준은 우리보다 2배나 잘사는 일본의 신용 등급이 우리와 같은 ‘A’등급이지만 전망이 ‘부정적(negative)’인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용 등급 전망은 미래 의향 지수로, ‘부정적’이라면 수개월 내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안정적’이라면 현 등급 수준이 적정하고 당분간 유지된다는 점을, ‘긍정적’이라면 수개월 이내에 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최고치를 기록한 3일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화폐정리를 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20503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최고치를 기록한 3일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화폐정리를 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20503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개선되는 데에는 1997년 외환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위기 대처법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적절했다고 잇달아 평가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위기 극복 경험 등은 각종 국제 협약의 부속서에 넣을 만큼 표준화(bench-mark)되고 있다.

우리가 속한 신흥국의 해외 시각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외화보유액이 충분히 확충되고 있는 것도 커다란 요인이다. 우리 외화보유액은 6월 말 현재 3100억 달러가 넘는다. 일부에서 외화보유액을 더 쌓아야 하는 요구가 있지만 외환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적정 수준에 와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 위기 이후 적용하고 있는 3대 신용 평가사의 새로운 평가 기준에서 가중치가 가장 높은 재정 건전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재전 건전성 평가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국가 채무 비율은 기준에 따라 크게 나지만 국제 비교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32%로 위험수위인 7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신용 등급 언제쯤 상향될까, 외화보유액 적정…실물 부문 개선돼야
금융 위기 이후 각종 위기설이 나돌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개선됨에 따라 다방면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 위기 후 해외 시각이 개선되는 초기 국면에서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용 투기적 성격의 외국인 자금이 먼저 들어온다. 그 후 해외 시각이 계속해 개선될 때에는 ▷기초 여건 개선을 겨냥한 중·장기성 외국인 자금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의 해외 차입 금리 하락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올 들어서도 유럽 위기 진전 여부에 따라 유출입이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개선됨에 따라 외국 자금이 무려 10조 원 넘게 들어오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는 지난 7월까지 무려 5조3600억 원이 들어왔다. 질적인 성격에 있어서는 논란이 있지만 감독 기관은 중·장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은 유럽 위기로 어려운 가운데 안정을 찾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유럽계 자금의 유출입 여부에 따라 기복이 있지만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올랐다. 외국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국내 채권시장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큰 폭으로 하락(국채 값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달러당 1150원대에서 최근에는 1130원대로 절상됐다.



CD 금리에 대한 확실한 대책 표명해야

국내 기업과 금융사의 해외 차입도 악화되는 대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비교적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금까지 일본의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차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계 사무라이 본드 발행액은 올 들어 7월까지 2700억 엔으로 지난해 연간 수준의 73%에 달하고 7월에는 무려 1000억 엔으로 월간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과 관련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은 ‘실제 등급이 언제 상향 조정되느냐’ 하는 점이다. 종전의 관행대로 우리 신용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된 점을 감안하면 올 11월에 있을 3대 신용 평가사들의 정례 조정 시 실제 등급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적용되고 있는 3대 신용 평가사들의 평가 기준을 감안해 우리의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많이 해결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부문에서는 지금 당장 국가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환율·주가·외화보유액 등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기 위해서는 신용 스프레드와 CDS 금리가 더 떨어져야 한다.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 부채와 조작 사건에 휘말리고 있는 CD 금리에 대한 확실한 대책과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신용 등급 언제쯤 상향될까, 외화보유액 적정…실물 부문 개선돼야
실물 부문이 개선되느냐의 여부는 우리 국가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기 위한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의 상징성이 높은 수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형성에 직접적인 동력이 되는 설비 투자는 각각 플러스 10%대의 증가율은 유지해야 한다. 대표적 경기 후행 지표인 고용 사정도 개선돼야 신용 등급 상향 조정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비록 가중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북한을 비롯한 대외 환경도 우리 신용 등급 평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 시장의 대표적 주택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지수가 3개월 이상 상승세가 지속될 정도로 안정 국면에 진입해야 한다. 북한도 많은 변수가 있는 만큼 S&P사를 비롯해 세계 3대 신용 평가 기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도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최근 들어 ‘유로 존을 살리겠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으로 일부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도 영합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하지만 유럽 위기를 낳게 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고 드라기 총재의 발언도 이행 계획(action plan)이 나오지 않았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