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기업도시 ‘왜’


여섯 곳의 기업도시는 2007년 외자 유치와 국토 균형 발전 명목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충주를 제외한 대부분이 현재 표류 중이다.

애초 기업도시로 지정된 곳은 모두 여섯 곳이었다. 충주, 원주, 태안, 영암·해남, 무안, 무주 등이다. 이 중 무주는 이미 지난해 일찌감치 사업을 접었으며 무안도 지난 6월 사업의 주체가 될 특수목적법인을 정리했다. 무안군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고 있는 중이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2011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북 무주에 7.6㎢(232만 평) 규모의 ‘무주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를 조성하려던 계획을 취소, 개발 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무주 기업도시는 무주군(4%)과 대한전선(96%)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전담법인 ‘무주기업도시(주)’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조4171억 원을 들여 무주 안성면 공정리·금평리·덕산리 일대 767만2000여㎡에 레저휴양지구·시니어휴양지구·비즈니스지구·관광위락시설 등을 조성하기로 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대한전선은 2008년 금융 위기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새 투자사가 나타나지 않아 사업 표류가 계속됐고 결국 2011년 1월 문을 닫았다. 사업무산으로 기업도시 조성 지역과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후유증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사업 기간 동안 주민들은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묶인 후 매매는 물론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건물을 짓거나 농작물을 재배할 때마다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으며 영농 지원은 물론 마을 지원 사업까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송사가 계속되는 중이다.

지난 6월에는 무주에 이어 무안 기업도시가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무안 기업도시는 무안읍과 무안국제공항 인접 지역 5㎢ 부지에 206만여㎡ 규모의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무안군은 중국의 투자자를 끌어들여 특수목적법인인 ‘한중미래도시개발’을 세워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월 29일 한중미래도시개발은 서울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채권 변제금과 배분 금액을 확정했다. 회사 결산 보고에 따르면 경암물산 등 9명의 주주가 출자한 주식의 액면가는 총 430억 원이지만 법인이 지출한 각종 비용과 채무액 등을 제외한 금액은 207억여 원으로 7월 말까지 주주 청구를 받아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청산에 들어가면서 이에 따른 책임론과 국내 출자사의 손실분에 대한 법정 소송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국내 출자사 중 185억 원을 우회 출자한 두산중공업이 투자 손실분을 지급 보증한 무안군에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도시 누가 죽였나] 투자 매력 ‘ 꽝’…러브콜 받는 기업들 ‘ 외면’
사업 규모가 가장 큰 해남·영암 기업도시 또한 지지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해남 영암 기업도시는 2조 원대의 사업비를 들여 삼호·삼포·구성·부동 등 4개 지구를 조성하는 내용이지만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곳이 없다.

부동지구는 올 초 한국개발연구원으로부터 “사업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뒤 반년째 아무 소식이 없다. 삼포지구는 아직 실시 계획 수립 용역에도 착수하지 못했다. 삼호지구는 오랜 기간 동안 토지 소유자인 농어촌공사와 사업 시행사 사이 토지 매수 가격 논란이 법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작년 말 토지 매입 가격에 대한 법정 싸움이 일단락됐지만 아직도 간척지 감정평가 방법에 대한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구성지구는 간척지 양도·양수 대금 지급에 관한 금융권과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잘하면’ 하반기 중 부지 공사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정도다.

태안 기업도시는 현재 진입로 등 일부 공사만 시작된 후 개발이 멈췄다. 태안은 작년 12월 사업 기간 연장안이 통과된 이후 개발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면서 먼저 골프장 조성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전반적인 개발 계획 및 실시 계획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사업 시행자인 현대건설을 인수 후 올해 6월 중 1단계 사업지인 오토리조트 공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실제 사업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원주·충주 기업도시는 이 중 가장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곳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문스럽다. 착공 5년째를 맞았지만 원주 기업도시 용지 조성은 20%에 그치고 있다. 사업 특수목적법인에 참여했던 경남기업과 벽산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애초 2012년을 목표로 했던 1차 사업 준공 시기가 2013년으로 연기됐다.

투자 유치도 부진하다. 13개 의료기기·제약업체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이전 협약을 체결했지만 제일약품과 진양제약 등 2개사만 계약을 체결했을 뿐 나머지는 오리무중이다. 원주 기업도시도 2008년 실시 계획 승인 직후 착공이 이뤄졌지만 분양률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YONHAP PHOTO-0736> 태안기업도시 개발사업 본격화
    (태안=연합뉴스) 미국ㆍ유럽발 금융위기와 현대건설 인수합병 추진 등으로 지연돼 왔던 충남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사업이 이달부터  본격 추진된다. 사진은 태안읍과 태안기업도시를 잇는 도로건설 현장. 2011.5.12 << 지방기사 참고 >>
    sw21@yna.co.kr/2011-05-12 10:19:09/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태안기업도시 개발사업 본격화 (태안=연합뉴스) 미국ㆍ유럽발 금융위기와 현대건설 인수합병 추진 등으로 지연돼 왔던 충남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사업이 이달부터 본격 추진된다. 사진은 태안읍과 태안기업도시를 잇는 도로건설 현장. 2011.5.12 << 지방기사 참고 >> sw21@yna.co.kr/2011-05-12 10:19:09/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무주는 이미 작년에 취소돼

이렇듯 현재 추진 중인 기업도시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하게 지방분권화를 위해 추진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와 혁신도시에 비해 관심도나 사업 추진 속도가 훨씬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기업도시가 기업의 필요에 의해 개발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개발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한 발씩 발을 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기존 도시의 수준 높은 인프라를 활용해 비용을 줄인다. 하지만 기업도시는 낙후된 지역에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입주하려는 기업에 열악한 경영 환경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기업도시 주변의 기반 시설이나 행정 지원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은 기업도시의 초기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낮춘다. 채산성에 대한 기대 저하는 투자 유치의 실질적인 걸림돌이다.

그러한 불리한 투자 환경을 고려한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할 토지 매입 비용이나 투자 비용을 줄여 주는 제도적 장치나 도로 및 도시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기업도시의 성공에 도움을 준다. 다만, 투자 책임의 비중을 낮추고 그 혜택만을 높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투자 유인을 적절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