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대학 개혁의 실험에 나섰던 중앙대가 어떤 성과를 낳았을지 가장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학생들의 경쟁력 제고일 것이다. 예전에 비해 얼마나 더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고 재학 4년간 얼마나 업그레이드되며 졸업 후 사회의 어떤 요직에 진출하는지다. 대학의 존립 이유는 바로 인재 육성이기 때문이다.

우선 입시에서 중앙대는 양적 성장을 기반으로 질적 성취를 이뤄냈다. 2012년 입시에서 수시·정시 총 모집 인원 5264명에 무려 10만8889명(수시 9만5835명, 정시 1만3054명)이 지원했다. 23.4 대 1이라는 국내 대학 중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산 법인 영입 전인 2008년도 입시의 경쟁률이 9.6 대 1인 것에 비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법인 영입 후 첫 입시였던 2009학년도에 13.7 대 1로 가파른 상승을 보이더니 4년 만에 경쟁률이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2012학년도 수시 일반 의대 모집에서는 10명 모집에 4243명이 몰려 424 대 1이라는 천문학적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대의 인기 학과의 수시 일반 경쟁률을 살펴보면 심리학과 181 대 1, 신문방송학부 154 대 1, 광고홍보학과 145 대 1, 화학신소재공학부 134 대 1 등으로 경쟁이 치열했다.

중앙대는 입시생 사이에서 인기가 치달으면서 양질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중앙대 이찬규 입학처장에 따르면 정시 모집 합격생들의 수능 성적은 최종 등록자 상위 80%의 누적 백분위를 기준으로 인문계는 96.4%, 자연계는 93% 수준에서 수능 합격선이 결정됐다. 의학부는 수능 백분위 99.3%, 글로벌금융과 공공인재학부는 97%로 합격선이 높았다. 특목고 출신 지원자는 2008년도 1423명에서 2012학년도 7408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중앙대의 질주] 신입생·사회진출·연구실적 ‘ 눈에 띄네’
특목고 출신 지원자 수 4년 사이 5배 늘어

중앙대의 모든 시스템은 철저한 경쟁 체계다. 상위에 있는 5명의 5개 계열 부총장에서부터 계열 간, 학문 단위 간, 교수 간 그리고 재학생들도 치열하게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 중앙대가 개혁을 진행하면서 도입한 5개 계열 부총장제, 교수 정년 보장 심사 제도 및 전원 연봉제, 학문 단위 재조정 등 모든 제도가 경쟁을 통해 시너지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재학생들의 경쟁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 수업의 강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학점 인플레 현상도 없앴다. 일반적으로 취업에 용이하도록 대학이 학점을 후하게 주던 관행을 타파한 것이다.
[중앙대의 질주] 신입생·사회진출·연구실적 ‘ 눈에 띄네’
중앙대는 철저한 학사 관리와 상대평가제 등으로 주요 대학 중 학점 따기가 가장 어려운, ‘공부를 시키는 대학’으로 변모했다. 미국 주요 대학의 학생들은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 밤낮없이 보고서를 준비하고 발표하는데, 이러한 학풍을 가져오자는 취지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분석한 182개 4년제 대학의 2011년 졸업 평균 학점(100분위 환산) 분포 현황에 따르면 중앙대의 졸업 평균 학점은 74.5점이다. 서울대 77.5, 연세대 78.1, 고려대 78.3에 비하면 학점이 상대적으로 낮다. 중앙대는 학점을 박하게 주는 효과로 재학생들이 공부에만 몰두하게 되고 그 덕분에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재수강 제도도 없앴고 F학점이 나타나지 않는 취업용 성적표 발급도 폐지했다. 1.5점 이하였던 학사 경고 기준을 1.75점으로 올렸고 평균 평점이 2.0에 미달하면 졸업도 할 수 없다. 철저한 상대평가 속에서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공부하지 않으면 A학점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다.

또한 최소 전공 이수 학점을 기존 36점에서 45점 이상으로, 심화 전공 이수 학점을 기존 60점에서 66학점으로 높여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대학 최초로 전교생이 의무 교양 강좌로 ‘회계와 사회’를 들어야 한다. 이는 졸업 후 어떤 비즈니스든 소화하기 위해서는 회계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중앙대의 강력한 의지다.

중앙대는 지난 4년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사제도를 단계별로 적용했지만 성과는 두산 재단 영입 후 첫 졸업생이 배출되기도 전에 이미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고시의 합격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08년만 해도 행정고시·변리사·언론사 합격자는 각각 1명, 3명, 11명이었다. 하지만 2011년 각 합격자는 7명, 12명, 2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2011년 행정고시 전체 수석을 중앙대 사회학과 졸업생이 차지해 경사를 맞았다. 그리고 2011년 기준 사법고시 합격자는 13명, 공인회계사 42명, 노무사 14명, 관세사 7명 등을 기록했다.
[중앙대의 질주] 신입생·사회진출·연구실적 ‘ 눈에 띄네’
교수 사회 철밥통은 옛말

중앙대의 ‘교수 연봉제’는 교수들 역시 경쟁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다. 교수 연봉제는 연구와 교육 사회 봉사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평가 대상 교수를 S, A, B, C 4등급으로 나눠 각 등급별로 연공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게 된다. 긍정적인 교수 평가로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교원 정년 보장 제도를 개선해 교수 승진 시 연구 실적 심사를 통해 미달자는 정년 보장이 유보된다.

각 대학의 교수 연구 실적의 평가 기준인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 게재 수는 2008년 666편에서 지난해 1175편으로 늘었고 올해 1230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앙대는 2009년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연구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효율적인 지원에 나섰다. 위원회는 기존의 분배주의식 연구비 지원을 철저히 지양하고 중앙대만의 특성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앙대의 질주] 신입생·사회진출·연구실적 ‘ 눈에 띄네’
지원자 몰리는 까닭…‘전통+성장 가능성’


이찬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학교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면서 입시 일선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고 말한다. 중앙대의 여러 변화를 적극적으로 입시생과 지도교사에게 알려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처장은 올해 전국 고교 300곳을 직접 방문하고 있고 입시 설명회는 한 해 약 500회 하고 있다. 그 어느 대학보다 입시 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는 입시연구팀을 별도로 둬 각 고교별로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지도교사와 입시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대에 지원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중앙대에는 상위권부터 중위권 학생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중앙대가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우선 학문 단위 포트폴리오가 좋다는 점이다. 중앙대만큼 의대·약대·자연과학대·인문대·예술대 등이 골고루 발달돼 있는 대학은 없다. 이와 함께 두산 재단 영입 이전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가운데서도 좋은 교수를 많이 확보했다. 지난 90여 년의 역사에서 전통을 잘 유지해 왔고 두산 재단 영입 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원 때 성적뿐만 아니라 입시 전략도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다.

각 대학마다 입시 특징이 다르므로 학생들이 입시 정보를 많이 요구하고 있다. 중앙대는 입시연구팀을 별도로 두고 고교별로 지원자 통계, 지원자 논술 성적, 합격자 개인별 스펙, 전국 입시생 수능 결과 분석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분석 자료로 지도교사와 지원자가 입시 전략을 짤 수 있다. 최근 전국 고교생 1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모의 논술 전형을 실시했다. 1만 명의 답안을 우리 교수들이 전수 첨삭하고 분석까지 제공했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는 대학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술 전형의 예시 답안도 없는 곳도 있다. 중앙대는 큰 예산을 들여 전국 입시생 3000명을 초청해 전공에 대한 정보를 얻는 전공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중앙대는 2007년부터 다빈치 전형이라는 펜타곤 평가 5가지를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평가 기준을 세부 항목까지 밝히고 있고 입학사정관이 지방 고교까지 직접 찾아가 기준을 설명하고 상담해 주고 있다. 입학사정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하버드대 입학사정관 콘퍼런스에 정기적으로 연수하고 있다. 중앙대는 의대생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한다. 공정성과 정확한 평가에서 우리 입학사정관제에 자신이 있다는 증거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