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1세기를 맞은 지 벌써 12년째가 됐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본다면 당초 희망과 기대와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유럽 위기와 같은 예외적인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는 ‘절벽 효과’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미래 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각 분야에서 차별화(nifty fifty)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과 기업들이 21세기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경쟁 우위 요소, 즉 ‘제3의 섹터’를 잘 포착해 대응할수록 이전보다 빨리 중심국, 우량 기업에 올라서고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한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포스트 브릭스’다. 포스트 브릭스로 거론됐던 국가로는 비스타(VISTA: 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아르헨티나), 마빈스(MAVINS: 멕시코·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유일하게 우리가 포함돼 있는 믹트(MIKT: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 등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시베츠(CIVETS)’ 국가들은 올 상반기 주가가 평균 25% 오를 정도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시베츠는 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저널리즘 용어다.

좀 더 시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베츠는 브릭스처럼 단순히 인구가 많은 국가가 아니라 청년층이 두터운 국가들의 성장세가 빠르다는 점이다. 청년층은 전통적으로 생산 가능 인구이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 익숙해 핵심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집중 지원 대상이다.

새로운 주력 산업도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알파 라이징’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이들 업종은 시간이 경과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빅 마켓(big market)’으로 떠오른다.
올 하반기 이후 큰돈을 벌 수 있는 ‘제3의 섹터’는… 40억 빈곤층 대상 비즈니스 뜬다
또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business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업종도 주목하고 있다. BOP는 1998년 미시간대의 코임바토레 크리슈나라오 프라할라드 교수와 코넬대의 스튜어트 하트 교수가 처음 만들어 사용한 용어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약 72%인 40억 명에 이르며 시장 규모도 약 5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polarization) 문제가 더 심해지면서 위기 이전의 중산층이 상위 계층인 부유층보다 하위 계층인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선진국 중심의 수요 확대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앞으로 저소득 계층의 구매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BOP 비즈니스는 BOP 계층을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 시장으로 간주해 이들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존 시장과 다른 방법으로 제공해 수익을 확보하고 빈곤층의 후생 수준을 높이는 사업 모델이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 ‘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간주하고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4년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확실한 주력 산업으로 위상을 굳힌 증강현실 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인터넷·스마트폰·아이패드 등과 같이 두들기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산업을 일괄해 말한다. 지금은 산업 이외 모든 분야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YONHAP PHOTO-0646> Vic Gundotra, senior vice president of engineering at Google, appears in front of the attendees with a Google Glass to start the keynote at Google's annual developer conference, Google I/O, in San Francisco on June 28, 2012 in California.     AFP PHOTO / Kimihiro Hoshino../2012-06-29 07:53:19/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Vic Gundotra, senior vice president of engineering at Google, appears in front of the attendees with a Google Glass to start the keynote at Google's annual developer conference, Google I/O, in San Francisco on June 28, 2012 in California. AFP PHOTO / Kimihiro Hoshino../2012-06-29 07:53:19/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하지만 증강현실 산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고 생산성이 늘어난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물가가 안정되는 ‘골디락스’와 같은 종전의 경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 즉 신경제(new econom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고용 창출 없는 경기 회복(jobless recovery)’이다. 증강현실 산업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 취약한 청년층들의 실업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42%에 달한다.

청년층이 두터워짐에 따라 증강현실 산업 발전에 따른 반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모든 매스컴에서 지난해 이후 10대 뉴스로 꼽힐 만큼 런던 폭등 사태와 반(反)월가 시위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대한 반사회 운동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를 중심으로 런던 폭등 사태와 반월가 시위를 낳게 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부유층과 대기업이 청년층과 빈곤층에기부, 세제 지원 등을 통해 도움을 주는 ‘온정적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4.0 세대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반작용은 증강현실 산업의 최대 이용자이자 피해자인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신러다이트 운동이다. 신러다이트는 19세기 초 기계를 파괴시키자는 러다이트 운동에 빗대 증강현실, 즉 첨단 기술을 파괴시키자는 운동이다. 일부에서는 각종 바이러스 전파, 디도스 공격 등을 이 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신러다이트 운동과 함께 온라인상에 경계선을 긋고 사유화 혹은 유로화하자는 신인크루저 운동, 선거법에 규정돼 있는 연령 제한과 관계없이 증강현실 산업 이용자들의 정치 참정권을 늘리자는 신차티스트 운동,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자는 신브나로드 운동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법적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신차티스트 운동은 확산돼 갈수록 증강현실 산업 이용자들의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향후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 이후 큰돈을 벌 수 있는 ‘제3의 섹터’는… 40억 빈곤층 대상 비즈니스 뜬다
신인본주의 운동도 주목된다. 증강현실 산업의 발전으로 온라인 공간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줄어들고 감정이 메말라 간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사람을 ‘온라인상의 고립된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 신인본주의 운동이다.

증시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청년층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사회적인 기부 등을 통한 ‘프로 보노 퍼블릭코(pro bono publico)’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안철수연구소 등 사회 공헌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갈수록 메말라 가는 인간의 감정을 채워줄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요구로 공연 문화 등이 확산되면서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PY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크게 오르고 이들 종사자들이 속속 신흥 부유층으로 편입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올 하반기 이후 주가 예측을 보면 대체로 어둡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라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제3의 섹터’를 발굴하면 의외로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때가 2012년 하반기 이후라고 판단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