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샤브

13세기 칭기즈칸이 대륙을 평정하던 시절, 투구에 물을 끓여 양고기와 채소를 익혀 먹던 야전 요리를 현대적으로 구성한 샤부샤부 전문 식당이 있다. 각종 재료들을 취향에 맞게 익혀 먹는 재미가 쏠쏠한 ‘은행나무샤브’다.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생각만 해도 땀이 흘러내릴 것 같은 샤부샤부, 그러나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에 좋은 음식이다. 날이 더우면 체온도 올라가기 때문에 덥다고 찬 음식만 찾다보면 내장 기관의 위축으로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이때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내장 기관도 보호할 수 있고 땀으로 노폐물이 배출되고 체온이 떨어져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샤부샤부는 튀기거나 굽는 요리보다 물에 살짝 익혀 먹는 건강 요리로, 다이어트나 미용식으로 더할 수 없는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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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샤브에서는 홍탕과 해탕을 국물로 내는데 기호에 따라 한 종류만 선택할 수도 있다. 국내산 고추씨 기름과 새우·표고버섯·멸치 등 16종류의 재료로 끓인 홍탕은 짜릿하게 맵고 표고버섯·무·다시마·가쓰오부시 등 6종류의 재료로 끓인 해탕은 맑고 부드럽다. 쇠고기나 해산물 또는 두 종류를 두루 즐기려면 모둠 샤부 세트를 주문하면 된다.

모둠 샤부 세트는 얇게 썰어 도르르 말린 쇠고기 한 접시와 낙지·주꾸미·새우·꽃게·백합·가리비 등의 해산물, 청경채·버섯·숙주 등의 채소와 두 종류의 생면·만두·새우완탕·죽거리까지 푸짐하다. 샤부샤부는 전골이나 찌개와 달리 재료를 살짝 익혀 먹는 요리이므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넣고 오래 끓이면 영양 손실은 물론 본래의 맛을 잃게 된다.

그래서 조금씩 넣어 채소는 아삭거리는 식감이 느껴질 정도로, 쇠고기는 흔들흔들 흔들어서 핏물이 가실 정도로, 해산물은 지나치게 익으면 질겨지므로 적당히 익히는 것이 맛도 영양도 좋다. 상큼한 폰즈소스와 매콤한 칠리소스에 적셔 먹고 찍어 먹으면 재료 고유의 맛이 한층 살아난다. 건더기를 다 건져 먹을 즈음이면 채소·버섯·쇠고기·해산물의 맛과 향이 녹아든 국물이 진해진다. 그 국물에 클로렐라와 치자로 물들인 생면을 끓여 먹고 난 후에는 죽을 끓인다. 다진 채소와 김·밥을 넣고 무르게 끓인 후 달걀을 풀어 넣으면 걸쭉한 죽이 완성된다. 새로운 요리의 탄생이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샤부샤부의 완성이랄 수 있는 죽은 꼭 먹어야 할 만큼 놓칠 수 없는 맛이다. 평일 점심에는 소등심, 버섯, 해산물 샤부 칼국수를 런치 메뉴로 즐길 수 있다. 고기와 해산물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국수에 죽까지 먹으면서 살찔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곳, ‘은행나무샤브’다.
[맛집] 삼복더위 잊게 하는 이열치열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