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개혁 4년 스토리

올해로 두산그룹의 법인 참여 4주년을 맞는 중앙대는 ‘변화’를 넘어 ‘혁신적 재탄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대학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08년 6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이름만 빼고 다 바꾼다”는 각오로 대학 전반에 걸친 ‘파격적 개혁’을 단행한 결과다. 개혁의 핵심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대학의 각 주체인 교수·직원·학생 등 3가지 구성원에 관한 각 제도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제도를 시행한 것도, 대대적인 교육 시설 투자 등을 통한 각종 인프라 개선도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필요 조건인 셈이다.

학문 단위 재조정, 교수 연봉제, 계열별 부총장 제도 등 중앙대가 선제적으로 시행한 일련의 혁신 정책들은 중앙대의 대외 평가 순위 상승, 입시 경쟁률 상승 등의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학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으며 동시에 국내 대학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중앙대의 질주] 구조 혁신·인프라 개선…경쟁력 ‘쑥쑥’
최대 규모의 학과 통폐합·교수 연봉제

중앙대 개혁의 시작은 학문 단위 재조정이라는 파격적 구조 개혁으로 시작됐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학문 단위’는 그간 국내 대학 교육 시스템의 대표적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사실 학과 명칭 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학과 이기주의나 형평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내가 몸담은 과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일차원적인 걱정마저 구조 개혁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중앙대는 학생·교수·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1년 이상의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개혁안을, 도출해 내는 데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적용, 운영된 학문 단위 재편성의 기본 목적은 ‘대외 경쟁력 있는 학과 육성, 유사 중복 학과 통합을 통한 교육 수월성 제고, 국제사회가 선호하는 인재 양성’이다.

중앙대는 창학 이후 최대 규모의 학과 통폐합을 실시, 기존 18개 단과대학에 77개 학과(부)로 이뤄져 있던 학문 단위를 11개 단과대학, 46개 학과(부)로 재조정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학과는 없애고 미래 지향적 학과를 육성하는 식의 재편이다. 이어 전 학문 단위를 인문사회·자연공학·경영경제·의약학·예체능 등 5개 계열로 나눈 후 각 계열별 책임부총장을 임명해 학문 단위별 자율 경영 체제를 만들었다.

각 계열 책임부총장은 각자 인사·예산·기획에 대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유수 대학과의 비교, 경쟁을 통해 세계가 선호하는 명문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대학 본부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된 국내 대학의 운영 시스템에 비춰볼 때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학문 단위의 특성을 살린 발전 계획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책임형 계열 부총장제의 구현을 위한 행정조직 개편도 잇따랐다. 다수의 본부 기능을 계열로 이관해 본부 조직을 최소화했고 기획·인사·연구·예산 등의 업무를 계열별로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열별 통합행정실을 출범시켜 업무의 광역화·효율화를 꾀하는 등 주먹구구식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KPI(주요 업무 지표)와 MBO(목표 관리 경영)를 도입한 자율적인 책임 행정을 구현하고 있다.

계열별 연구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지난해 8월 오픈한 학문 단위별 성과 관리 시스템이 그것. 학부, 일반대학원의 전 학과, 전문·특수대학원을 대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이 성과 관리 시스템은 연구 역량 및 교육 성과, 교육 운영 및 국제화, 학문 단위별 타 대학과 비교 평가하는 대외 경쟁력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기 점검을 할 수 있게 한 조치다.

일례로 국내외 전문 학술 논문, 대외 연구비, 취업률 등과 같은 핵심 성과 관리 지표에서 전국 대학과 비교 분석한 그래프를 제공, 해당 학문 단위의 현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데이터에 근거를 둔 실질적 발전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전체 교수들에게 오픈되는데, 해당 학문 단위의 실적, 해당 계열의 평균 실적 및 최고 실적을 볼 수 있고 나아가 대학과 계열의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대의 또 다른 파격적 실험은 ‘100% 교수 연봉제’다. 이는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된 것으로, 이전까지의 연공서열 중심 보상 체계로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끌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재 영입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철저히 성과와 능력에 따라 보상을 차별화하는 교수 연봉제는 S, A, B, C의 네 등급으로 교수들의 업적 평가를 시행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반발 분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한 경쟁 시대에 동기를 부여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앙대의 질주] 구조 혁신·인프라 개선…경쟁력 ‘쑥쑥’
교수들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연공서열식 급여 체계를 성과형 연봉 제도로 전환해 효율적인 행정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월별 예산 제도 운영을 통해 월 단위로 예산 실적을 체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고 소모성 제품 구매 대행 시스템(MRO)을 도입해 연간 20억 원의 예산을 절약하는 등 행정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교수 연봉제라는 혁신적 제도를 넘어 중앙대는 올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연구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교수 정년 보장 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2014년부터 시행될 이 개정안은 동료 평가(peer review)를 의무화하고 연구 업적이 뛰어난 교수는 조기 정년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개정된 정년 보장 제도는 현재의 5개 계열 별로 업적 평가 기준을 달리 적용해 자율 평가를 시행하게 된다.

심사 기준에 미달하는 대상자는 5년 동안 정년 보장이 유보되며 양적 기준인 논문 실적이 기준의 2배 이상 달하는 교수는 부교수 재직 기간이 5년에서 2년으로 줄어 정년 심사를 3년 앞당겨 받을 수 있는 조기 정년 보장 심사도 도입된다. 이미 시행 중인 교수 연봉제와 함께 정년 심사까지 강화함으로써 교수들의 연구실에 불 꺼질 날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학교 측의 의지다. 중앙대 관계자는 “이를 통해 중앙대 교수들의 연구 경쟁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수들의 연구 실적을 말해주는 SCI(SCI-E) 논문 게재 현황을 보면 두산 법인 영입 전인 2007년 504편이었던 논문 게재 수는 2008년 614편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091편까지 대폭 증가했으며 올해는 1140편으로 예상된다.

두산 법인의 대학 경영 참여 후 구성원들에게 가장 체감되는 큰 변화는 대대적인 교육 시설 투자다. 이는 교육 환경 개선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학교 측과 법인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167억 원을 쏟아 부은 중앙도서관 증축, 325억 원을 들인 기숙사 신축, 630억 원을 투자한 약학대학 및 연구·개발(R&D)센터 신축을 비롯해 중앙대병원 증축과 퓨처하우스 신축 등 2008년 이후 4년간 약 2100억 원 정도 투자가 진행돼 캠퍼스의 전면적인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이 밖에 올해 착공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의 경영경제관 신축, 제2 기숙사 신축 등 지속적인 교육 인프라 투자가 계획돼 있어 중앙대의 대외적 위상 및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앙대의 질주] 구조 혁신·인프라 개선…경쟁력 ‘쑥쑥’
[중앙대의 질주] 구조 혁신·인프라 개선…경쟁력 ‘쑥쑥’
대대적 투자로 교육 환경 개선

본교와 분교의 통합, 적십자간호대 합병, 멀티 캠퍼스 추진 등을 통한 명문 대학으로의 비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본교와 분교의 구분을 없애고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를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함에 따라 신입생 역시 통합 선발하게 됐으며 캠퍼스별 교육장의 효율적 활용도 가능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캠퍼스 간 전과 및 학점 교류, 복수 전공 등의 선택 확대로 학사 운영의 효율성 제고라는 효과적 측면도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3년제 적십자간호대와 법인 합병 및 대학 통합을 성사시켜 입학 정원 300명의 국내 최대 규모의 간호대학으로 승격 출범하게 됨에 따라 의·약계열의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올해 5월에는 인천시와 검단지구 내 대학 설립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멀티 캠퍼스 구축에도 첫걸음을 뗐다. 중앙대는 검단캠퍼스 내 1000병상의 종합병원과 산학협력단지를 조성해 신성장 엔진으로 육성한다는 장기 플랜을 세우고 있다. 이는 개교 10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 세계가 선호하는 명문 대학을 만든다는 중앙대 중·장기 발전 계획 ‘CAU 2018+’ 계획의 일환이다.

이처럼 법인 교체 후 나타난 중앙대의 혁신적 변화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도 학교의 발전 잠재력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고, 이는 입시 경쟁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법인이 바뀌기 전 2008년 수시 경쟁률이 14 대 1에서 2009학년도 22 대 1, 2010학년도 35 대 1, 2011학년도 29 대 1로 해마다 전국 대학 최고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각 언론의 대학 평가도 법인 영입 이후 지속적인 상승 궤도를 그리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나타냈다.

중앙대의 개혁 정책이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큰 성과를 보인 데는 법인의 확고한 육영 의지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 비전에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조했기 때문이다.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개혁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한 많은 구성원들의 발전 의지가 변화의 동력이 돼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중앙대의 개혁 사례는 우리 대학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