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가 금융권을 강타하면서 김동수 공정위원장의 업무 스타일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공정위가 이 같은 과단을 내린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의 추진력이 한몫했다는 긍정적인 평과 정무적 판단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부정적인 분석이 공존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지난해 김 위원장이 공정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모든 정책 역량을 담합 적발을 통한 물가 잡기에 쏟아 부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 위원장이 2011년 공정위로 오면서 담합 적발 건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공정위의 담합 사건 처리 건수는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109건과 104건이었지만 지난해 134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과징금 부과 건수는 더 큰 상승 폭을 보였다. 2009년 78건이었던 과징금 부과 건수는 2010년 66건에서 2011년 156건으로 뛰었다.
[경제부처 24시] 또다시 관심 끄는 김동수 업무 스타일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사건 처리 실적 늘어

사건 처리 실적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눈에 띄는 사안들이 많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두유·설탕·아이스크림 등 서민 물가 품목에 대해 집중적인 담합 조사에 들어갔다. 하반기에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이 중소 납품 업체들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를 3~7% 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일부 직원들은 공정위가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역대 공정위원장들을 살펴보면 농림부 출신인 이남기 전 공정위원장이 2003년 3월 물러난 이후 강철규(우석대 총장), 권오승(서울대 교수), 백용호(이화여대 교수 출신, 대통령실 정책실장), 정호열(성균관대 교수) 등 학자 출신의 위원장이 잇달아 취임했다. 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오랜 기간 경제 관료를 지내서인지 교수 출신들에 비해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며 “공정위 직원들의 업무 로드가 이전보다 두 배는 늘었다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가 산적한 현안들을 정무적 판단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다 보니 이번 정권의 정책 집행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3월 물가 및 유류 가격 안정 대책의 주무 부처인 재정부와 지경부를 제쳐 놓고 석유 유통시장 개선을 위한 실질적 시행 주체로 나섰다. 당시 재정부와 지경부는 혼합석유 판매 활성화를 석유 가격 안정 대책으로 내놨다. 문제는 혼합유 판매 확대는 공정위의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SK 간판을 걸어 놓고 별도의 고지 없이 GS 제품을 팔면 법 위반이다.

당시 공정위도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내부적으로 많이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 품목만 표시광고법의 예외로 두자니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 하지만 공정위는 결국 지경부와 재정부 논리에 밀려 주유소들이 판매량의 20%까지 타사 제품을 팔더라도 관련 내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공정위의 이번 CD 금리 담합 조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서민 가계 부채가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대출금리 지표인 CD 금리 담합 조사를 진행한 것을 우연이라고만 보기 힘들다는 것. 과거 김 위원장이 거쳐 갔던 재정부와 수출입은행 등에서도 이번 CD 금리 담합 조사에 대해 김 위원장의 예민한 촉수가 최근 가계 대출과 관련된 사안들을 잡아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2010년 김동수 당시 수출입은행장이 숨겨진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히든 챔피언 제도를 시작한 것도 청와대가 공생 발전과 동반 성장 등을 강조하던 분위기를 감지한 결과라는 관측이 있다”며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 조사를 강행한 것도 여론이 공정위를 지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