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직업병과 같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자신만의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 정도는 하나씩 지니고 있다. 최근 들어 미술·음악·향기·컬러 테라피 등의 각종 테라피 요법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런 테라피들로 각종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힐링모션의 한지영 대표는 춤·동작·호흡 등을 이용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대표적인 댄스 테라피, 즉 무용 심리 치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뷰티풀 라이프] “무대 위의 샤우팅으로 스트레스를 확 날리죠”한지영 예술치유센터 힐링모션 대표
원래 그녀의 대학 때 전공은 심리학이었다. 연세대 재학 시절 취미 활동으로 힙합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것이 그녀의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사실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엄청 내성적이었거든요. 남학생이 있으면 얼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할 정도였죠. 하지만 춤을 추는 동안은 달랐어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에너지와 활기를 발견하게 됐고 이후 심리학과 춤의 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후 서울여대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동작 치료를 전공하고 대학병원 정신과 폐쇄 병동 등에서 무용 동작 치료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상담자의 심리 상담과 함께 춤·호흡·동작 등을 이용해 상담자를 이해하고 심리적 문제를 치유해 가는 일은 어렵긴 해도 보람이 큰일이었다. “하지만 상담자와 공감하고 그의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동작으로 표현해 내는 건 제 자신에게도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죠.” 남달리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상대와 교감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에게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가 쌓이곤 했다. “타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생긴 제 자신의 스트레스는 록밴드 활동을 통해 풀곤 해요.”



심리학과 춤의 결합

매주 주말이면 그녀는 밴드 동료들과 함께 합주실에 모여 음악에 열정을 불사른다. 1주일간의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되는 순간이다.

“주로 하는 음악은 세대가 비슷한 자우림밴드의 노래들이나 픽시로트의 ‘마마두’같은 음악들이에요.” 소프트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록 음악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하는 록밴드에서 그녀가 맡은 포지션은 ‘보컬’이다.

“한때 드럼을 연주하려고도 했었는데 의외로 팔 힘이 약해 오래 연주할 정도는 못 됐어요. 그래서 보컬을 맡고 있는데 따로 악기를 살 필요도 없고 이동할 때도 힘들게 악기를 운반하지 않아도 되니 보컬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웃음)”

지금 그녀가 몸담고 있는 밴드는 어느덧 5번째 밴드다. 대학 시절 우연히 밴드 활동을 시작한 이후 15년여의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은 밴드들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시작한 건 정말 우연이었어요. 대학 재학 시절 힙합 동아리로 활동하며 다양한 교내 공연이나 대외 활동을 기획하곤 했는데, 당시 대형 무대에 오를 때는 밴드가 꼭 필요했었거든요.”

당시에도 교내외에는 많은 밴드들이 있었지만 기획 의도에 맞는 밴드를 섭외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을 수소문해 직접 밴드를 조직하고 연습을 거친 뒤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요.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마음을 애써 부여잡고 무대에 올랐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니 어느새 무대를 한껏 즐기고 있는 제 자신이 보이더군요.”

얌전하기만 했던 그녀가 힙합 동아리에 이어 록밴드 활동까지 하는 것에 주변에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정도다. ‘저러다 말겠지’라는 시선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불이 붙은 음악에 대한 열정은 15년이 흐르는 동안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용 심리 치유 활동을 하며 얻은 일상의 스트레스는 밴드 활동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4년 전 전문적인 동작 치유를 펼칠 수 있는 예술 치유 센터 ‘힐링모션’을 오픈한 이후 센터 내에서의 프로그램 진행은 물론 외부 강연이나 단체 프로그램 진행 등으로 바쁜 나날이 계속될수록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버릴 수 있는 주말의 밴드 활동이 더욱 고맙게 여겨졌다.

“아무리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도 무대 위에 올라 음악에 나를 맡기고 실컷 샤우팅하고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다 쏟아버린 기분이 들어서 최고죠.” 그래서인지 무대 위에서의 그녀는 마치 딴사람인 것처럼 변한다. 평소에 침착한 어조로 다른 이의 심리 상담을 해 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무대 위에서는 열정적인 무대 매너로 관중을 좌우하는 카리스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일종의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무대에서 노래할 때, 특히 노래 가사나 노래 자체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게 뛰어나다는 칭찬을 많이 듣곤 해요.(웃음)”

“밴드 활동이 취미로 가장 좋은 점은 대부분 자신과 음악적 취향이 같은 동료나 친한 친구들끼리 함께하는 활동이라는 점이죠.”

요즘 대학 때 음악에 심취했다가 사회인이 되어 음악과 한때 거리를 뒀던 이들이 다시 밴드를 만들고 활동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대표와 함께 밴드를 하고 있는 동료들 역시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아무래도 각자의 생활과 직장이 있는 만큼 서로 시간을 맞추는 일이 제일 힘들긴 해요. 그래서 사회인 밴드 활동을 잘하려면 그 나름대로의 요령이 필요하죠.”

그 요령 중의 하나가 바로 합주실의 위치다. 대부분의 사회인 밴드들은 쌈짓돈을 털어 함께 연습하고 호흡을 맞춰볼 수 있는 합주실을 얻는데, 이때에는 멤버 모두가 쉽게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마련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뷰티풀 라이프] “무대 위의 샤우팅으로 스트레스를 확 날리죠”한지영 예술치유센터 힐링모션 대표
사회인 밴드 활동, 어렵지 않아요

“처음 밴드를 조직할 때도 물론 음악적 성향이 일치하는 멤버들끼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되도록 같은 동네에 산다거나 같은 직장에 다닌다거나 하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끼리 모여 밴드를 만드는 것이 좋죠.” 만약 밴드 활동을 할 의향이 있지만 함께 밴드를 만들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면 다양한 사회인 밴드 관련 사이트 등에서 멤버 충원이나 멤버 모집 공고를 찾으면 된다. 그 후 멤버들과 함께 연습할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연습 곡명이나 연주 곡명을 정하면 본격적인 사회인 밴드로 활동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꾸준히 연습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무대를 즐기려는 태도도 잃지 않아야 한다.

“연습을 충분히 하고 호흡을 맞춘다면 작지만 오를 수 있는 무대는 적지 않아요. 홍대 인근에 무대가 마련된 곳들도 많고 밴드가 직접 공연을 기획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그녀도 지난 6월 말 청담동 유씨어터에서 직접 밴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게 공연하며 얻은 열정과 활기는 다시 일로 이어지곤 한다.

“동작 치유의 궁극적인 목표인 마음과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일과 취미의 균형을 잡는 일도 중요한 것 같아요.”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