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한 명이 이적할 때마다 이적료 명목으로 중소기업 매출에 해당하는 거액의 뭉칫돈이 오간다. 건전한 스포츠계에서 웬 돈타령일까 싶지만 축구가 발달한 유럽에서 축구는 스포츠이자 훌륭한 비즈니스 수단이다. 실력을 갖춘 선수의 인기는 곧 구단의 실력이자 수입과도 직결된다. 각 구단들이 수백억 원씩, 많게는 1000억 원이 넘는 이적료를 ‘기꺼이’ 지급하고서라도 슈퍼스타를 영입하지 못해 안달하는 이유다. 물론 같은 이적료라도 유럽 축구계와 국내 K리그의 실정은 많이 다르다. 철저한 경제 원리와 가치에 따라 때로는 구단의 재정 상황과 맞물려 ‘합법적으로’ 돈뭉치가 오가는 이적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의 백그라운드]경제 원리에 따른 ‘머니게임’ 축구 비즈니스의 결정판
지난 7월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밀뱅크 타워에서는 박지성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입단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 7시즌을 뛴 박지성은 맨유와의 계약 기간 1년여를 남겨두고 QPR행을 택했다. 맨유와 QPR는 박지성의 이적료 등에 대해 ‘미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영국 현지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오는 박지성의 이적료는 500만 파운드(약 88억 원) 선이고 6만 파운드(약 1억 원) 수준의 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은 2005년 PSV에인트호벤에서 맨유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는 400만 파운드(약 71억 원), 7만~9만 파운드(약 1억6000만 원)의 주급을 받았다.

박지성의 이적 소식 후 많은 팬들은 그의 ‘이적료 수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QPR 구단의 잠재적 재력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슈퍼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결국 44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거머쥔 맨체스터 시티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 터라 더욱 그랬다.

QPR 구단주는 여객 규모 세계 11위인 말레이시아 저가 항공사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으로 순자산만 7억 달러(약 7900억 원)인 거부이고 ‘인도 철강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며 현재 영국 내 가장 부유한 인물로 꼽히는 락슈미 미탈도 구단 지분을 갖고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더구나 셀틱 소속인 기성용의 QPR행이 언급되는 가운데 기성용의 이적료가 700만 파운드(약 124억 원) 선에서 합의 중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박지성의 이적료와 비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별로 이상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IB스포츠 축구사업본부 박강훈 전무는 “이적료는 미래 가치를 포함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추세인 기성용의 이적료가 박지성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들이 구단을 옮길 때 등장하는 ‘이적료(Transfer Fee)’는 피파(FIFA) 에이전트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선수의 ‘몸값’으로 어떤 선수가 소속된 팀과의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고자 할 때 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New Club)이 원 소속팀(Former Club)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데도 다른 팀과 계약하게 됨으로써 일종의 계약 위반이 되고 그 위반에 따른 위약금을 새로운 구단이 원구단에 지급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의 백그라운드]경제 원리에 따른 ‘머니게임’ 축구 비즈니스의 결정판
수요 공급 원칙 따라 ‘몸값’ 책정

엄밀히 말해 이적료란 개념은 축구에만 존재한다. 야구·농구·배구 등은 트레이드 제도를 통해 선수를 맞교환하거나 선수와 현금을 트레이드하기도 한다. 물론 일정 기준에 따라 원소속 구단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축구의 이적료와는 다른 개념이다.

머니 파워가 확실한 유럽 축구계는 단연 이적료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일례로 역대 최대 이적료 기록을 갖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유에서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는 9400만 유로(약 1660억 원)였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초 페르난도 토레스가 리버풀에서 첼시로 이적할 때 5000만 파운드(약 923억 원)의 이적료가 오고갔다. 토레스의 이적료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이기도 하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수준의 이적료가 오가는 것은 이적료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슈퍼스타급 선수일수록 이적료는 그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다. 같은 시기에 한 선수를 두고 여러 구단이 영입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물론 선수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이적료를 높게 제시한 팀으로 이적될 확률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적료가 곧 구단의 재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수에 따라 ‘다음 이적 시 이적료의 일부를 선수에게 지급한다’는 옵션 계약을 할 때도 있지만 보통 이적료는 100% 구단의 몫이기 때문에 이적 시장에서 ‘장사’를 잘하는 것이 구단으로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 구단의 선수 이적료는 광고료 등과 함께 구단의 큰 수익원 중 하나다.

앞서 말했듯이 이적료가 발생하려면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 흔히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구단이 계약이 종료되기 최소 6개월 전에 계약을 연장하는 이유에는 선수를 다른 구단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이적료를 챙기겠다는 심산도 포함돼 있다. 잔여 계약 기간이 6개월 이내인 선수는 보스만 룰에 따라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접촉이 가능하며 이적료 없이 팀을 옮길 수 있다.

구단들이 거액의 이적료를 주고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는 비즈니스 목적도 함께 내포돼 있다. 티켓 판매부터 유니폼 판매, TV 중계료 수입 및 광고료 등 잘하면 엄청난 이적료 그 이상의 수입이 보장되는 것이다. 실제로 호날두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레알마드리드에서는 그의 유니폼을 120만 장이나 판매해 무려 1540억 원을 벌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주고서라도 스타급 선수를 데려와야 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최근에도 맨유가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50억 원)에 카가와 신지를 영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력 보강과 함께 늘어가는 일본 광고로 엔화 유입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QPR에서 박지성을 영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팀을 이끌어 갈 실력 있는 거물급 선수가 필요하다는 니즈와 함께 아시아권에서 파워가 큰 박지성의 인기를 활용해 동남아권에서 마케팅을 펼친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아닌 게 아니라 QPR가 박지성을 영입하자마자 에어아시아는 ‘인천~마닐라 편도 10만 원’ 광고를 내세우며 이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프로축구 경기장 메운 관중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8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정규시즌 5라운드 수원 삼성과  FC 서울 경기에 많은 관중이 몰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f6464
    scoop@yna.co.kr
(끝)
프로축구 경기장 메운 관중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8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정규시즌 5라운드 수원 삼성과 FC 서울 경기에 많은 관중이 몰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f6464 scoop@yna.co.kr (끝)
FA 선수도 이적료가 발생하는 K리그

유럽 이적 시장에서 적게는 몇 십억 원, 때로는 1000억 원이 넘기도 하는 이적료 단위가 국내 K리그로 오면 단위 자체가 달라진다. 지난해 경남에서 성남으로 이적하며 2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한 윤빛가람 선수가 ‘기록적인’ 이적료 수준일 정도다. 이처럼 이적료 단위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시장 규모 자체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K리그에는 FIFA에는 없는 FA 이적료가 존재한다. FIFA 규정대로라면 보스만 룰에 따라 계약이 끝나 자유 계약 신분, 즉 FA가 되는 선수들은 별도의 이적료 없이 팀을 옮길 수 있지만 국내 규정에 따라 K리그 구단에서 다른 K리그 구단으로 이적할 때는 FA 신분이라도 이적료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행 프로축구 선수단 관리 규칙 제30조에 따르면 ‘(2005년 이전 입단했던) FA 자격 취득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할 때 양 구단 합의에 의해 양수 구단은 원소속(양도) 구단에 이적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적료는 일단 양팀 간의 협상이 우선이되 만약 협상이 틀어진다면 <표>의 공식에 따르도록 돼 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의 백그라운드]경제 원리에 따른 ‘머니게임’ 축구 비즈니스의 결정판
이처럼 K리그에 FA 이적료가 존재하게 된 것은 2004년까지 존재한 계약금 제도 때문이다. 당시 우수 선수 영입을 위한 경쟁 도구로 구단은 거액의 계약금을 내걸었고 과당경쟁으로 치솟은 계약금이 구단 재정에 영향을 미치자 K리그는 2005년부터 계약금 없는 완전 연봉제를 실시하고 그 대신 누구든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FA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즉 2005년 이전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들에 한해 구단이 그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서 FA 이적료라는 제도가 생긴 것이다.

한편 선수가 이적할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비용으로는 훈련 보상금과 연대 기여금이 있다. 먼저 훈련 보상금은 선수가 성장하는 동안 교육과 훈련에 기여한 팀에 새로 이적하는 팀이 지급하는 보상금이다. 훈련 보상금의 범위는 12세 생일~23세 생일까지(21세로 교육 훈련이 종료된 것이 입증되면 21세 생일까지 가능) 선수의 교육과 훈련에 기여한 팀 모두에게 지급되는데 선수의 훈련에 투자한 정도에 따라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비용이 산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까지 포함된다. 훈련 보상금이 발생하는 것은 선수가 프로 선수로 처음 계약했을 때와 만 23세 생일 이전에 다른 협회 소속 클럽으로 이적할 때 등 두 가지로 정해져 있다. 훈련 보상금 명목이 K리그 선수 관리 규칙에는 육성 지원금으로 규정돼 있다.

연대 기여금은 이적료와 마찬가지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적했을 때 발생한다. 이적료의 5%를 선수의 교육과 훈련에 기여한 이전 팀에 정해진 비율대로 지급하는 것. 박지성 선수가 PSV에인트호벤에서 맨유로 이적할 당시 맨유에서 연대 기여금 명목으로 이적료의 5%인 3억5550만 원 정도를 박지성의 모교와 이전 소속팀에 지급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누는 승강제 도입과 함께 선수 보상금 제도를 부활시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수 보상금은 원소속 구단과 계약이 만료된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면 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원소속 구단에 보상 차원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올 시즌 종류 후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부터 적용된다. 선수의 직전 연도 연봉의 100%, 최대 3억 원이 보상금 규모이며 2005년부터 K리그에 입단한 선수 중 만 32세 이하 해당 구단에 2시즌 연속 등록됐던 선수에게 적용된다. 같은 디비전 간 이적, 하위 디비전에서 상위 디비전으로 이적 시 보상금이 발생한다. 이로써 FA 이적료 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2005년 이후 입단한 선수들에게도 사실상 FA 이적료가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악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용어 설명>
보스만 판결(보스만 룰)

축구 선수의 자유 이적 권리를 선언한 것으로, 20세기 스포츠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승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판결이다. 1990년 벨기에 출신 프로 축구선수 장 마르크 보스만이 벨기에의 RFC리에주 클럽팀에서 프랑스의 뒹키르팀으로 이적하려다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는 이적할 수 없다는 규정에 묶여 팀을 옮기지 못하자 선수들에게 불리한 이적 규정에 대해 유럽축구연맹(UEFA)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결과는 보스만의 승소. 1995년 유럽사법재판소는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의 동의와 이적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고 팀 내 외국인 선수의 숫자는 제한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판결 후 유럽연합(EU) 국적을 가진 축구 선수들은 계약 만료 후 자유 이적의 권리를 갖게 돼 이적료 없이 원하는 팀으로 이적할 수 있게 됐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의 백그라운드]경제 원리에 따른 ‘머니게임’ 축구 비즈니스의 결정판
이적 시장의 큰손들, “내가 갑부 구단주다”

축구계의 원조 재벌은 러시아의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석유 재벌로, 러시아 정유 회사인 시브네프티의 회장이다.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빚더미에 있던 첼시를 5900만 파운드(약 1000억 원)에 인수하며 30대 젊은 나이에 구단주가 된다. 당시 중상위권 전력이던 첼시는 구단주의 투자에 힘입어 이적 시장에 나온 선수들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이 우승에 실패하자 AC밀란의 영웅 세브첸코를 데려왔고, 지난해 겨울에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대 이적료인 5000만 파운드(약 923억 원)를 주고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해 ‘선수 쇼핑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가 된 후 10년간 첼시가 이적 시장에 쏟은 돈만 무려 4억 파운드(약 7400억 원)가 넘을 정도다.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한 지 2년 만에 첼시는 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드디어 10년 만인 지난 5월에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우승컵을 안았다.

그러나 돈에 관해서라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따를 자가 없다. 맨체스터 시티가 2011~2012 영국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르자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오일 머니’에 관심이 집중됐다. 맨시티의 구단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초대 대통령의 아들이자 현 대통령의 동생으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인물이다. 재산을 추정하기 어렵지만 만수르 가문 보유 재산만 5600억 파운드(약 10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2008년 9월 만수르의 구단 인수 후 맨시티는 일약 세계 최고 부자 구단으로 등극했다. 만수르는 ‘선수 쇼핑’에 있어서도 아브라모비치를 훌쩍 넘어섰다. 첼시가 10년간 기록한 이적료를 3년 만에 훌쩍 넘어선 것. 맨시티가 지난 3년간 이적료로 쓴 금액만 4억150만 파운드(약 7411억 원)다. 이뿐만 아니라 홈구장 좌석에 히터 설치, 구장 리모델링 등 부대시설에 들어간 비용을 더하면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 원)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만수르의 씀씀이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맨시티 선수들의 프리 시즌 이동을 위해 전용기를 구입했고(전용기가 있는 구단은 맨시티가 유일하다)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팬들을 위해 사비로 모노레일을 깔고 있으며 이번 시즌 우승이 확정된 후에는 이티하드 스타디움을 찾은 모든 관중들에게 다음 시즌 10경기 무료입장권을 제공하는 등 맨시티 도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스페인의 맨시티’로 불리는 팀이 있으니 바로 말라가다. 만수르와 마찬가지로 중동 자본이 유럽 시장에 진출한 사례로, 2010년 여름 카타르 왕족인 압둘라 빈 나세르 알타니가 말라가를 3600만 유로(약 533억 원)에 인수했다. 스페인 만년 하위 팀이었던 말라가는 알타니의 인수 후 줄리우 밥티스타, 마르틴 데미첼리스 등 베테랑들을 영입해 선수를 보강했고 이후로도 계속된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을 정비했다. 그 결과 2011~2012 프리메라리가 정규 리그 4위를 차지해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을 확보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맹도 중동 자본 진출 사례다. 2011년 카타르의 차기 국왕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왕세자가 구단을 인수했다. QIA 국영 투자회사의 최고경영자이며 항공사 및 천연가스 회사도 다수 소유한 알타니는 구체적 재산은 확인되지 않지만 개인 자산이 잠정 64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2010~2011 시즌에서 4위로 부활의 서막 알린 파리생제르맹은 카타르 왕세자의 구단 인수로 엄청난 부까지 손에 넣게 됐고 실제로 알렉스, 디에고 루가노, 밀란 비세바치 같은 선수들을 영입해 프랑스 정상권으로 재진입했다.

말라가가 스페인의 맨시티라면, 안지 마하치칼라는 러시아의 맨시티다. 러시아의 석유 재벌로 알려진 술레이만 케리모프가 2011년 구단을 인수하며 화제를 뿌렸다. 케리모프는 2011년 포브스 부자 순위 118위로 재산 규모가 78억 달러로 추정된다. 갑부 구단주를 맞은 안지 마하치칼라는 브라질의 축구 영웅 호베르투 카를로스를 비롯해 디에고 타르델리, 사무엘 에투, 유리 지르코프 등을 영입했고 지난 2월에는 148억 원의 파격적 연봉으로 거스 히당크 감독에게 지휘를 맡겨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아시아에도 맨시티가 있다. 광저우 헝다가 그 예. 중국 굴지의 부동산 그룹 헝다의 총수인 쉬자인이 구단주로, 2010년 2부 리그 구단을 인수한 직후 천문학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 시즌 중국 1부 리그 우승을 이끄는 과정에서 광저우의 투자 금액은 무려 650억 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뛰던 루카스 바리오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고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하며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