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유럽 통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럽 금융사들이 겪고 있는 자본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충분한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좋은 한국과 같은 국가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위기로 점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 통합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유로본드로 상징되는 재정 통합에 합의하는 일이다. 관건은 ‘최종 책임(last resort)’을 맡아야 할 독일이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회원국 조정도 불가피하다. 바이너(J. Viner) 이론 등에 따르면 경제 통합에 따른 무역 창출 효과가 무역 전환 효과보다 커 역내국뿐만 아니라 역외국에게 동시에 이득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 단계가 비슷한 국가가 통합해야 한다.
유럽 위기를 풀어가는 기조도 공고히 해야 한다. 그동안 ‘긴축’이냐 ‘성장’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지만 이제는 ‘후자’ 쪽으로 가닥을 잡혀 있다. 하지만 규모를 늘리는 일이 남아 있다.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다. 종전과 다른 것은 이런 과제 해결에 회원국들이 ‘갈등’보다 가능한 한 ‘타결’ 쪽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쉽지 않아 보이지만 독일의 자세가 바뀌어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재정 통합이 보완된다면 세계경제나 글로벌 증시에는 의외로 큰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상황은 재정 통합에 난항을 보이면서 그리스 등 경제 여건이 나쁜 회원국(bad apples)들의 탈퇴가 잇따르면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네 가지 과제에 대해 시간을 갖고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세계경기는 ‘진흙탕 속(muddling through)’을 헤매고 글로벌 증시는 ‘숙취 현상(hangover)’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 같은 성향을 ‘하이먼 민스키 모델’과 같은 위기론에 적용한다면 앞으로 유럽 위기와 관련된 커다란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경기나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갈수록 작아진다는 의미다. 시장 참여자들이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유럽 위기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는 다른 현안들도 생각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장 글로벌 공조 방안이 부각되고 있다. 시금석은 때맞춰 올 6월에 멕시코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로스카보스 선언문’의 실현 여부다. 이번에도 말만 있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나토(No Action Talk Only)’에 그친다면 세계경기는 복합 불황보다 더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본의 엔고 디플레이션도 우려된다. 경제 변수는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통제 변수(control variable)’와 ‘행태 변수(behavior variable)’로 나뉜다. 유럽 위기 이후 엔화 강세는 행태 변수다. 일본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유럽 위기 상황이 악화되면 엔화 강세가 재현됐다. 이 때문에 노다 정부가 출범 이후 주력해 온 엔고 저지책이 무력화됐다. 최후 부양책으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패한다면 노다 총리는 조기에 하야하게 될 운명이 놓여 있다.
‘그린 슛’ 현상은 호재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은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변수다. 올 2분기 성장률이 7%대 초반으로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자 금리 인하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위안화 국제화 과제 차원의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지만 경기 부양책의 성격이 짙다. 미국의 금융 위기를 예상보다 빨리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 경제의 역할이 컸었다. 경착륙된다면, ‘최후 보루(last resort)’까지 깨진다면 상실감까지 겹쳐 의외로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신흥국의 대규모 자본 이탈 여부도 언제든지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잇단 위기로 신흥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진 데다 외국 자금 유입으로 일부 자산에 거품이 끼었다. 올 4월 중순 이후 유럽계 자금 대거 이탈로 한국 등 신흥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을 방지하는 과제는 종전과 다른 각도에서 다뤄질 문제다.
최근에 제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 국채에 낀 거품이 붕괴될 우려도 언제든지 복병이 될 수 있다. 국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이 제함됨에 따라 미국 국채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인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국채 가격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미국 국채 거품이 꺼진다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제 간 자금 흐름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각국이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뛰어드는 것도 최악이 될 수 있다. 평가절하는 대표적인 ‘근린 궁핍화 정책’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각국 간 협조가 긴요한 상황에서 경쟁적인 평가절하와 같은 극단적인 경제 이기주의로 나아간다면 글로벌 증시는 각각 복합 불황,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넘어 대공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어려울 때일수록 중심국들이 ‘마샬 플랜’과 같은 공생적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경제나 우리 경제에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위기 속에서도 호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그린 슛(green shoot)’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부실 기업이 주로 거래되는 세컨더리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실 기업이 정리된다는 것은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깨끗(clean)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부(富)의 효과’가 부동산 가격이 주가보다 약 2배나 큰 점을 감안하면 최근 회복 조짐이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세계경기와 글로벌 증시에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다. 유럽 위기 여전히 큰 변수이긴 하지만 이제는 다른 현안, 즉 증시 함수 ‘y=a+bx’에서 ‘x’가 될 수 있는 변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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