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안정성의 가치 프리미엄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란 말이 있다. 많이 인용되는 문구다. 이성적인 사고 속에서 계산적으로 접근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강조하는 말이다. 근대에서는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 경제학자가 케임브리지대 교수 취임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할 때 사용했다.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이 일치하는 균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냉철한 이성이라고 하면 정상적인 경제 논리로 가난한 노동자를 구할 수 없으니 부자들에 의해 세상을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반어적인 문구가 있다. ‘고집과 유연함’을 동시에 강조한다. 주식시장에서는 하루하루의 변화,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10 년 이상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면 단 하루도 보유하지 말라”고 말했다. 주식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주식 투자를 하기 전에 충분히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투자하라는 말이다.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대한 확고함을 가지고 장기 투자를 권하고 있다. 주식 투자에서 고집의 전형일 수 있다.

반대는 유연성이다. 시장은 변하고 산업도 변한다. 위험 인자도 변한다. 변화의 요인들은 매일 새롭게 생성되기도 한다. 주가가 끝없이 하락하고 있는데 고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다. 시장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있고 충분히 가치가 높아졌는데도 욕심을 부리고 보유하고 있는 것은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다. 필자도 지난 투자 경험에서 태양광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과도하게 평가하고 산업 내 재고 증가에 대한 노력 부족으로 뼈아픈 투자 실패를 경험한 적도 있다. 고집과 유연성이 동시적으로 필요한 것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덕목이다.
[중국시리즈]
중국 상하이 LG생활건강.
김정욱기자 haby@2007.12.19
[중국시리즈] 중국 상하이 LG생활건강. 김정욱기자 haby@2007.12.19
경기 주기, 1년가량 앞당겨져

석유화학·정보기술(IT) 산업 등은 이익의 변동성이 높은 특성을 가진다. 이익이 증가할 때는 2~3배 이상 증가하기도 하지만 급격히 쇠퇴할 때도 있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이익 성장의 신뢰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은 이들 업종에 대해 할인 요인을 적용하기도 하고 성장 프리미엄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익이 성장 국면인지 아니면 하락 국면인지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산업이 경기 하락기에는 이익 축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으며 수요·공급에 따라 적자 전환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

시장은 과거 경기 호황 국면보다 더 많은 할인율을 적용한다. 반대로 경기 호황기에는 성장 확장 국면이 더 유지되고 예상보다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제공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어쩌면 변동성이 큰 업종에선 가치 평가 기준 잣대가 고무줄처럼 유연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반면 이익의 변동성이 안정적이라면 지속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가치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할증률을 적용한다. 상대적으로 이익 가시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보다 높은 할증률을 적용한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경기 순환 주기는 약 50개월, 3~4년의 주기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의 확산, 재고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등 외생변수들의 영향으로 순환주기가 짧아지는 특성으로 40개월, 2~3년 전후로 축소되고 있다. 경기변동 주기는 주요 외생변수들에 따라 다르게 변화될 수 있다. 기업은 전체적인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3~4년 성장 기조를 유지한다면 시장 평균보다 이익의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가치 평가에서 일정 수준의 할증률이 적용될 수 있다. 시장 평균치 대비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서의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며, 이는 가치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게 된다.



이익이 안정적이면 주식의 상대적 가치 올라

필수 소비재 산업의 선두 업체인 LG생활건강은 시장에서의 평가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0년간 순이익이 연평균 10.4%씩 성장했다. 이익의 규모가 계단식으로 증가하는 국면을 보여준 것이다. 10년 동안 경기의 호황, 불황 국면이 있었지만 LG생활건강의 이익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LG생활건강 주주들은 이익의 가시성과 신뢰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기변동성이 높은 산업은 경기 변화에 따라 흑자와 적자의 변화로 인해 변동성이 높아지는 위험성과 비교하면 LG생활건강과 같은 기업의 이익 안정성은 가치 평가에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줄 만한 이익 안정성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2009~2011년 3년간의 이익 변화를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의 이익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액과 순이익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21.8%, 28.5%다. 외형 성장보다 이익 성장률이 더 높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주 가치인 자본 총계도 27%대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였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익 성장률은 시장 성장률을 웃돌고 있으며 이익률도 시장 평균의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반면 LG그룹 내 LG전자의 같은 기간 동안 변화는 LG생활건강과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종이 다르고 기본적인 사업 환경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차별적인 상황은 LG생활건강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LG전자의 매출액은 연평균 제자리 수준이었으며 이익 성장률은 오히려 축소된 상태다. 2009년 2조3000억 원의 이익을 창출했지만 2011년에는 적자 전환됐다. 이익에 대한 변동성이 컸다.

2012년 7월 12일 기준 LG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8.7배,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84배 수준이다. 반면 LG생활건강은 12개월 선행 PER 41.8배, PBR는 10.3배 수준이다(Fnguide 참조). 현재의 기준에서 가치 평가는 LG전자가 당연히 PER와 PBR 모든 면에서 LG생활건강 대비 현격히 저평가돼 있다고 일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민후식의 투자 노트] ‘투자의 딜레마’…해결책은 꾸준한 이익
하지만 필자는 일반적으로 LG전자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LG전자를 매수 포트폴리오의 고려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익의 변동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시장의 컨센서스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LG생활건강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이익의 안정성 ▷재무적인 건강함 ▷탁월한 수익 창출 능력을 통한 주주 가치 증대 능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현 가치가 저평가 영역인지, 고평가 영역인지는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래 가치를 사는 것이 주식 투자라면 과거의 평가가 미래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LG전자의 휴대전화와 TV 등의 새로운 프리미엄화 혹은 세계경기의 호전세 반전 등이 이뤄진다면 LG전자의 매출액과 이익 성장률은 과거 부진과 다르게 인식될 것이고, 이는 전환형(Turan Around) 종목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인 분기별·연도별 실적 구조가 아닌 3~4년의 구조적인 변화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산업·경기변동의 영향인지, 경쟁 업체들도 동일한 상황인지 살펴보면 기업의 사업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사업 모델 평가 측면에서 LG생활건강에 LG전자보다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가치 평가 프리미엄을 추가적으로 더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재무적인 요인이다.

LG생활건강이 고평가 영역인지, 저평가 영역인지 그리고 가치 프리미엄의 추가적인 재무적 요인들은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현재는 변동성보다 안정성을 더 선호하는 것이 시장의 추세인 듯하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