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 카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구현한 모델이다. 2012 뉴욕 국제 오토 쇼에서 ‘2012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판금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평평한 철판으로 처음 차를 만들었던 랜드로버도 이렇게 차를 예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작심하고 보여주는 듯하다. 어마어마한 20인치 휠의 대형 바퀴와 극도로 납작한 유리창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은 거리에 나가면 확실히 눈길을 끈다.
[카&라이프] 레인지로버 이보크 2.0 쿠페, 비현실적 외모와 성능…왠지 끌리네
국내에서 판매되는 랜드로버(Land Rover)의 제품은 크게 프리랜더·디스커버리·레인지로버’의 3가지인데, 이 중 최고가인 ‘레인지로버 5.0 SC’의 가격은 1억7460만 원에 달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함께 고급을 상징하는 레인지로버 라인업에 포함된다. 디젤엔진과 가솔린 터보엔진의 2개 파워트레인으로 나왔고 각각은 편의 사양에 따라 ‘다이나믹’과 ‘프레스티지’로 나뉜다.

시승차는 가솔린 터보엔진이 장착된 ‘레인지로버 이보크 2.0 Si4 다이나믹’인데 4가지 라인업 중 유일하게 3도어 쿠페로 나왔다. 콘셉트 카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다.

직렬 4기통 엔진을 가로 배치해 후드는 짧고 트렁크가 없어 측면 비율은 기아자동차 쏘울이나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와 비슷하다. 비교적 긴 탑승 공간을 짧은 후드가 끌고 나가는 듯한 모양이다. 물론 풀타임 사륜 구동이다.
[카&라이프] 레인지로버 이보크 2.0 쿠페, 비현실적 외모와 성능…왠지 끌리네
[카&라이프] 레인지로버 이보크 2.0 쿠페, 비현실적 외모와 성능…왠지 끌리네
올해 ‘뉴욕 오토 쇼’ 최고 디자인상 수상

내관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걸맞지 않게 붉은색 가죽으로 된 스포츠 버킷 타입 시트다. 시트만 보면 포르쉐나 람보르기니다. 지붕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실내 가림막을 열면 하늘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해가 쨍쨍한 날엔 뜨겁지만 비가 오는 날엔 낭만적이다. 통유리이기 때문에 선루프처럼 열리지는 않는다.

제원상으로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의 제로백(0→100km/h)은 7.6초지만 1999cc 배기량과 1790kg(공차 중량)의 무게 때문인지 등이 시트에 쫙 붙을 정도의 가속력은 아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평범한 자동차들을 따돌리는 실력을 보면 출발이 조금 더딜 뿐이다.

과거 아우디 Q5가 국내 첫 시판됐을 때 2.0 TDI만 나와 배기량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후 3.0 TDI가 주력으로 나온 바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도 배기량에 조금 변화를 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데, 최근 해외 언론에서 한층 스포티한 버전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바람도 연비를 보면 조금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 출시돼 전 기준으로 표기된 연비는 리터당 10.3km다. 이론상 연료탱크 70리터로 700km는 갈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500km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디스커버리4’에서 경험한 극한의 부드러움을 기대했지만 ‘쿠페’를 지향해서인지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한 편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