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5000만 명을 돌파한 6월 23일은 세계 인구가 70억5213만 명에 달하는 날이다. 한국 인구가 세계 인구의 0.71%를 차지하는 것. 1983년의 비율(0.61%)보다 0.1%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선 시간당 평균 52명이 태어나고 31명이 사망하고 있어 자연 증가에 의해 시간당 21명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1983년의 시간당 증가 규모(59명)보다 둔화되긴 했지만 통계청은 인구의 국제 이동을 포함해 출산율·사망률·기대수명 등의 다양한 변수를 ‘중위 가정’으로 대입했을 때 2045년까지 순증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45년부터는 다시 5000만 명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 인구가 3000만 명을 찍은 시점은 1967년, 4000만 명을 돌파한 시기는 1983년이다. 3000만 명에서 4000만 명으로 올라서기까지 16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1983년부터 인구 증가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다. 5000만 명에 도달하기까지 29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2006년 통계청이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장래 인구 추계를 내놓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 493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2006년 인구 추계 때 기준이 된 2001 ~2005년만 해도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5개년 평균을 기준으로 해마다 7만9000명의 내국인이 빠져나간 반면 외국인은 3만8000명이 늘었다. 연간 4만2000명이 순유출된 셈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2006년부터 달라졌다. 이민과 외국인 근로자와의 결혼 등에 힘입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28만3000명이 순유입됐다. 이에 따라 인구 정점에 대한 예상 시기도 2018년에서 2030년으로 12년 늦춰진 것.
출산율도 변화했다. 2005년에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기의 수)은 1.08명으로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지만 이후 소폭 상승하면서 2011년 1.24명까지 올랐다. 통계청은 지금과 같은 출산율 추이가 지속된다면 합계출산율은 2045년 1.42명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대 수명 연장도 인구 5000만 명의 원동력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지난 30년간 10년마다 평균 5세씩 늘어났다.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 수명은 1980년 61.8세에서 2010년 77.2세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도 70세에서 84.1세로 연장됐다. 2040년에는 남녀 각각 83.4세, 88.2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로 전체 인구에서 15~64세에 이르는 생산 가능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노인 인구는 늘어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은 2010년 72.8%에서 2020년 71.1%로 줄어든 이후 2040년 56.5%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속도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각국의 생산 가능 인구를 2010년 기준으로 100으로 환산하면 30년 뒤 일본 75.5, 독일 78.4, 한국 80.2 수준으로 떨어진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거시경제실장은 이에 대해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면 인적 자본이 근간인 잠재 성장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중위 가정은…
고위·저위와 함께 출산율·사망률 등을 예측할 때 적용하는 인구 시나리오의 하나. 낮은 정도의 인구 성장을 예상해 계산된 것이 저위 가정이라면 높은 정도의 출산율과 기대 수명을 바탕으로 구성된 시나리오가 고위 가정이다. 통계청이 내놓는 인구 수치들은 대부분 그 중간인 중위 가정을 기준으로 한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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