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조남관)는 회사 돈 45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강신호(85) 동아제약 회장의 차남 강문석(51) 수석무역 부회장을 구속했다고 6월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부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수석무역 명의로 2008년 6월 모바일 솔루션 업체인 디지털오션을 인수한 뒤 지난해 9월 경영권을 매각하기 전 이 회사 공금 45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부회장은 우리들제약 인수 과정에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디지털오션의 공금을 수석무역에 빌려주도록 했지만 수석무역이 이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동원, 개인 사업에 유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5월 2일 디지털오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도 강 부회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면서 “당시 회사 회계장부 및 통장 거래 내역, 각종 계약서와 이사회 의사록 전부를 압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횡령금의 정확한 사용처와 강 부회장이 지난해 우리들제약 인수를 추진하다가 포기하면서 디지털오션에 20억여 원의 손실을 입힌 사실도 이번 혐의 내용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박카스 황태자’ 강문석 구속 전말, 제약 업계 복귀 시도가 화 불렀나
우리들제약 인수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차남으로 잘 알려진 강 부회장은 2004년 동아제약 대표에서 해임된 뒤 2007년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동아제약 지분을 매입해 주주총회서 표 대결까지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강 회장의 장남 강의석(59)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강 부회장이 실질적인 장남 역할을 했지만, 강 회장은 강 부회장의 이복동생인 강정석(48) 동아제약 부사장에게 물려줬다. 강신호 회장은 3명의 부인(이혼 포함) 아래 4남 4녀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복잡한 가족 관계가 강 회장과 강 부회장 사이 갈등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의 신사업 발굴을 두고 아버지인 강 회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강 부회장은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기도 한다.

강 부회장은 이후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수석무역을 통해 2008년 디지털오션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디지털오션을 통해 우리들제약 인수에 나서면서 제약 업계 복귀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중도에 인수를 포기했다.

디지털오션은 지난해 129억 원의 당기손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강 부회장의 수석무역은 지금도 디지털오션 지분 16.7%를 보유하고 있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강 부회장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며 “강 부회장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 강 부회장을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상장사인 디지털오션도 거래소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 대표이사의 구속만으로는 별다른 제재 사항이 없지만 검찰의 수사로 횡령 금액이 확정되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제재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 규정에 따르면 자산 총계 2조 원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전·현직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이 자기자본 대비 3% 이상 또는 10억 원 이상 횡령·배임 사실이 밝혀지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디지털오션의 올해 1분기 말 자기자본은 196억 원으로 3%인 6억 원 이상 횡령·배임이 발생하면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게 된다.

상장폐지실질심사에 들어가면 상장사는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가려지기 전까지 주식의 거래가 정지된다. 디지털오션은 올해 5월 거래소 정기 심사를 통해 투자 주의 환기 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