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연일 뉴스에 치명적인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한국은 경제 규모 등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지만 교통안전 분야에서는 후진국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교통안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30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교통사고가 운이 없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 부족이 절대적인 이유라고 강조한다. 지난 6월 19일 안산 교통안전공단 사옥에서 국내 교통안전 상황과 수준에 대해 물었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교통안전은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죠”
한 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해 발생한 자동차 사고 건수는 총 22만1711건, 사망자는 5229명에 달합니다. 하루 평균 교통사고로 약 14명이 사망하는 셈이죠. 도로 교통사고에 따른 피해 비용은 약 13조 원에 달합니다. 교통사고는 단순히 수치적으로 사망 몇 명, 피해액 얼마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의 문제이고 나와 내 가족이 매일 삶에서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교통안전은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의 영역으로서 우리 사회 공동체가 구성원을 지켜줘야 하는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교통안전이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셨는데,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교통안전 수준은 어떻습니까.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한국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2.86명으로 OECD 32개국 중 30위로 최하위 수준입니다. 교통안전 수준이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슬로바키아와 터키에 불과하죠. OECD 국가 평균이 1.2명인데 비해 약 2.4배 많은 것이고 교통 선진국에 비해서는 약 20년 이상 교통안전 수준이 뒤진 셈입니다. 이제는 교통안전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교통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통안전공단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많은 국민들이 교통사고를 ‘운이 나빠서’ 또는 ‘재수가 없어서’ 발생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국내 교통사고는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가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도로와 자동차 등 물리적인 시설과 장비가 전에 비해 많이 안전해졌다고 하더라도 이용자의 의식과 행태가 보다 안전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교통사고의 위험은 상존하고 있어요. 공단은 무엇보다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을 변화시켜 성숙한 교통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4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전 좌석 안전띠 매기, 운전 중 DMB·휴대전화 사용 금지, 에코드라이브 경제 운전 실천, 교통 약자 배려 문화 운동이 그것입니다. 특히 버스나 택시는 한 번 사고만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기 때문에 사업용 자동차 사고 감소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전체 사망자 수 4500명, 사업용 사망자 수 750명 이하’로 정하고 사고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4대 캠페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안전띠 미착용은 착용 때보다 사망률이 3배 높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안전띠 착용률은 73.4%로 일본 98%, 독일 96%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5%대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입니다.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를 착용한다면 연간 약 600명의 생명을 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국 지역본부를 통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 얼마 전 경상북도 의성군 국도에서 화물차가 사이클 선수단 일행을 덮쳐 3명이 사망한 사건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원인은 바로 운행 중 DMB 시청에 몰두한 운전자의 과실이었죠. 운전 중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일임에도 운전자의 의식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단은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과 TV 광고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급제동·급출발·급가속 안 하기 등 에코드라이브 습관은 경제성·환경·생명을 살리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어요. 이 밖에 경제속도(일반도로 시속 60~ 80km, 고속도로 90~100km) 준수하기, 트렁크 비우기 등은 10~20% 연료 절감 효과가 있어 범국민 실천 운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령 운전자, 유아 탑승 차량,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해 교통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의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교통 약자 스티커 부착 차량에 대해 양보·배려하도록 권장하는 것이죠. 지난 4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단·국토해양부·전국운수사업자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교통 약자 배려 운동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교통안전은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죠”
최근 주폭(酒暴)과의 전쟁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음주운전은 감소하고 있습니까.

음주운전과 관련해 교육 홍보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처벌도 요구됩니다. 처벌이 강화되면 확실히 음주운전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선진국에선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면 처벌이 매우 강력합니다. 한편 국내 대리운전 문화가 확산된 것도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다소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검사 기술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공단은 국내 최초로 자동차 검사 분야의 ISO-9001 품질 경영 시스템 및 ISO-14001 환경 경영 시스템 국제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검사 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 지난해까지 22곳에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검사 기기는 핵심 검사 장비 4개(사이드 슬립 측정기, 브레이크 시험기, 속도계 시험기, 배출가스 측정 장비)를 하나로 통합, 안전도 검사와 배출가스 검사를 동시에 실시하는 장비죠. 이 장비를 도입한 결과 안전도 검사와 배출가스 검사가 2개의 진로에서 별도로 시행되던 방식에 비해 차량 1대당 검사 시간이 31% 단축됐습니다.

자동차 검사 기술을 해외에도 보급한다고 들었습니다.

2010년 필리핀 교통통신부를 시작으로 몽골 도로교통건설도시개발부, 몽골 교통청과 차례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으로 확대하고 있어요. 지난해 몽골·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등의 교통 담당 공무원 및 관련자 94명을 대상으로 총 7회에 걸쳐 공단의 자동차 검사 기술에 대해 연수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해 개도국(중남미·아세안 등)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연수와 자동차 검사 등의 교통안전 협력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직원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직원들이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어 최고경영자(CEO)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공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전 직원들에게 ‘CEO 희망 편지’를 발송합니다. 한 주간의 업무에 대한 소회를 적기도 하고, 일에 대한 당부를 적기도 해요. 조직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상 사는 이야기, 책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누죠. 그와 함께 지역본부 및 검사소에 있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지역본부별로 돌아가면서 함께 등산을 갑니다. 6월에는 광주 무등산에서 호남권 직원 210여 명과 함께 등산을 하며 공단의 청렴 실천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었습니다.

공단의 비전 혹은 목표는 무엇입니까.

공단은 2020년까지 녹색 교통안전 분야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운전 습관이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듯이, 한 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국가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교통안전 수준이 향상되면 더불어 국격도 올라가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교통안전 문화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것입니다.

이 밖에 교통안전 의식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개인의 운전 습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듯이, 한 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그 국가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통 문화가 성숙돼야 하죠. 범국민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인격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교통안전 교육을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교통안전은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죠”
약력:1957년생. 80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8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88년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97년 영국 리즈대 경제학 박사. 79년 행정고시 합격(23회). 97년 건설교통부 고속철도 과장. 2005년 해양수산부 안전관리관. 2010년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 2011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현).


대담 = 김상헌 편집장, 정리 =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