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난 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여의도 정치권은 어쩐 일인지 정치권 쇄신안을 두고 소란스럽다. 이슈는 새누리당이 먼저 촉발했다.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한나라당에서 아예 당명까지 바꾼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을 총선 공약집에 명기했다.

▷국회 구성이 지연되거나 ▷예산안 통과가 늦어지거나 ▷구속·출석 정지 등의 기간의 세비를 반납한다는 약속을 건 것이다. 민주당도 이에 뒤질세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과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국회의원의 직무 정지 등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맞받았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가 시작되자 이를 더 세분화해 이슈를 선점했다. 지난 6월 8~9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충남 천안의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의원 연찬회를 열고 국회의 6대 쇄신안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6대 쇄신안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 ▷연금제도 개선 ▷변호사·사외이사·의사·교수 등과의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윤리특별위원회 기능 강화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이다.
<YONHAP PHOTO-1047> 본회의장서 설명 듣는 초선의원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제19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무처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12. 5. 17
    srbaek@yna.co.kr/2012-05-17 14:42: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본회의장서 설명 듣는 초선의원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제19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무처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12. 5. 17 srbaek@yna.co.kr/2012-05-17 14:42: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 결의문이 나오자 이때부터 당 안팎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당내에서도 쇄신이란 총론엔 동의하지만 당의 지도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경선 룰 등 다른 문제를 덮기 위해 무작정 발표한 데 불만을 제기한 것.

쇄신파로 분류되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개원에 대한 협상을 책임져야 할 원내 지도부가 6대 쇄신안이다 뭐다 해서 초선 의원들 줄 세우기나 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리면 되느냐”고 기자들 앞에서 쇄신 내용을 발표한 김영우 대변인에게 따졌다. 실제 불체포 특권 포기는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 구금되지 않는다’는 헌법·국회법을 바꿔야 한다. 교수 출신도 반발하고 있다. 교수 출신의 새누리당 의원은 “교수는 변호사·의사·사외이사 등 영리적 목적이 아닌데다 학교마다 사퇴하는 데도 있다”며 “겸직을 금지하면 교수 출신들은 의원으로 올 이유가 없고 이는 다양한 전문가가 국회에 와야 한다는 명분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점을 감안해 새누리당 지도부의 결정을 ‘쇼’로 규정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내놓은 쇄신안이 헌법 개정 사항이란 것을 알면서도 야당과 협의도 없이 쇼만 벌이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이런 지적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불 끄기에 나섰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6월 14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절대 다수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동참하겠다는 뜻을 표시하고 있어 반드시 실천할 의무가 있다”고 공언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무노동 무임금을 포함한 6대 쇄신안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으며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노동 무임금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6월 세비가 나오는) 6월 20일까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세비를 당 지도부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의원 전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세비 반납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인데, 따라서 이런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