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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이나 조직 구조, 기업 문화 등 어떤 것도 건드리지 말라. 엔씨소프트가 갖고 있는 장점과 브랜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지켜내야 한다.”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지분 14.7%)가 된 넥슨 창업자 김정주(사진) NXC(넥슨지주회사) 대표의 첫 메시지는 ‘엔씨소프트에 대한 무개입’이었다.

이런 방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엔씨소프트의 브랜드 이미지와 게임 개발 노하우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 간의 인수 조건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고 당분간 엔씨소프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5.25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5.25
엔씨소프트에 ‘점령군’ 안 보내

넥슨 고위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가 ‘엔씨소프트에 넥슨 사람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임원들에게 얘기했다”며 “엔씨소프트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라는 지시만 있었다”고 6월 13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중 접속 역할 게임(MMORPG)을 개발하는 회사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곳이 엔씨소프트”라며 “임원이나 인력 파견은 물론 사소한 간섭까지도 하지 말라는 것이 김 대표의 뜻”이라고 전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했다고 이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넥슨은 지금까지 인수한 업체의 핵심 보직에 자기 사람을 보내는 방식으로 조직을 관리해 왔다. 예컨대 2010년 인수한 게임하이는 넥슨의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한 김정준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 2월 경영권을 확보한 JCE에는 조성원 넥슨 퍼블리싱본부장과 김태환 넥슨 기획조정실장을 사내 이사로 파견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체는 개발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에 대해 독립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업체를 초기 단계에 인수하는 전략으로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한편에서는 인수 기업에서 히트작이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초기 벤처기업(스타트업)의 기질이 사라지고 넥슨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게임 개발 업체들이 안주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넥슨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에 상당수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것도 ‘국내 대표 게임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개발 의욕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넥슨의 무개입 선언에 따라 넥슨은 해외 마케팅 등 일부 분야에서만의 엔씨소프트와 협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블레이드앤소울’이 텐센트와 중국 진출을 함께 진행하고 있고 ‘길드워2’ 또한 북미에서 이미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당장은 따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작게는 넥슨의 주 무대인 일본 시장에 엔씨소프트의 IP를 활용한 독자적인 게임이 등장할 수도 있고 향후 ‘리니지 이터널’부터는 본격적으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공동전선을 펴 나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업계에 지배적인 상황이다.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 “NC<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 “NC<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 “NC<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