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로 간 유럽 최고 갑부

이케아의 신화는 우연한 발명에서 시작됐다. 1950년 초 한 직원이 차 트렁크에 테이블을 집어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급기야 그는 테이블 다리를 잘라냈다. 이렇게 해서 운반하기 좋도록 납작한 상자에 부품들을 넣어 파는 조립식 가구인 ‘플랫팩 가구’가 탄생했다. 이 발명은 선적 공간의 낭비 없이 가구를 전 세계로 운송할 수 있고 가구 조립비를 고객에게 떠넘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후 이케아는 가구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의 이야기다. 그는 1943년 스웨덴 남부의 시골 마을 작은 헛간에서 이케아를 창업했다. 80세가 넘은 지금도 전 세계 이케아 매장을 돌며 가격표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며 개선점을 메모한다. 그와 관련된 전설은 대부분 검소함에 관한 것이다. 이코노미 클래스 탑승과 버스 이용은 기본이고 호텔 냉장고에서 음료를 하나 마시면 대신할 것을 사러 슈퍼마켓에 꼭 들른다. 슈퍼마켓이 더 싸기 때문이다. 그는 1973년 세금이 많은 스웨덴을 떠났으며 지금은 스위스 로잔에 거주한다. 그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젊은 시절 친나치 조직에 가담했으며 30년 동안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다.
[Book]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外
창업자만큼이나 베일에 싸인 것이 이케아의 소유 지배 구조다. 이케아와 이를 둘러싼 사업체들은 복잡한 비밀의 장막에 가려 있다. 비상장사인 이케아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네덜란드에 등록된 공익 재단 스티흐팅 잉카재단의 소유다. 이 재단이 이케아 그룹 계열사 전체의 모회사인 잉카 홀딩을 소유하고 있다. 이케아의 콘셉트와 상표권, 제품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은 인터 이케아 시스템스라는 별도 회사가 갖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는 주식시장 상장, 적대적 기업 인수, 상속세 등의 위험으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엘렌 루이스 지음┃이기홍 옮김┃232쪽┃이마고┃1만3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차의 세계사’
중국 ‘차’가 서양 ‘티’가 된 이유

차(茶). 우리나라·일본·중동 그리고 특이하게 포르투갈에서도 차(Cha)라고 말한다. 반면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은 티(Tea) 혹은 동일한 어원의 단어를 쓴다. 처음 입수된 경로가 다르기 때문인데 ‘차’라고 말하는 곳은 낙타를 끌고 온 아랍 상인들에 의해 실크로드 북로를 통해 수입됐다. 반면 ‘티’라는 단어를 쓰는 곳은 17세기 초 복건성에 시작된 해상 무역로가 이용됐다. 북경에서 쓰는 ‘차’라는 단어의 복건성 사투리가 ‘테(Te)’이고 이게 변해 ‘티’가 됐다.

차의 원조는 중국이다. 신화에 따르면 기원전 2732년 삼황오제 중 한 명인 신농씨가 차나무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도교 덕분에 차가 중국에서 성행했다. 육체가 건강해야만 영혼이 죽지 않는다고 믿었던 도교의 도사들은 차를 눈을 맑게 해주고 상처를 치유해 주는 작물로 여겼다.

차성(茶聖)으로 알려진 육우가 차의 세계를 체계화했다. 도교 사원에서 자랐지만 도사가 될 마음이 전혀 없었던 그는 차나무의 재배와 찻잎의 제조법 등을 모아 ‘다경’을 편찬했다. 이후 차는 각 지역으로 퍼져 다양한 변화를 겪는데 일본에서는 다도라는 의식으로 발전했고, 유목민들에게는 지금의 보이차 형태인 긴압차가 유행했다.

차 때문에 세계 역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한 번은 보스턴 차 사건이고 또 한 번은 아편전쟁이다.
[Book]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外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조미라 외 옮김┃404쪽┃열린세상┃2만3000원


차에 얽힌 재미있는 사실도 많다.

200~300년 전만 해도 서양에서는 지금과 다른 방법으로 차를 마셨다. 뜨거운 찻잔을 맨손으로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잔 받침대에 차를 조금씩 따라 식혀가면서 마셨다. 중국에서는 황제가 마시는 차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청순한 처녀들만 찻잎을 딸 수 있게 허락됐다.

차는 향료와 함께 동양이 서양에 전해준 선물이다. 옛날에는 향료가 차보다 더 관심을 모아 ‘후추 한 알을 얻으려면 금이 필요하지만 차는 은이면 족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당대의 평가일 뿐, 지금은 차가 훨씬 더 큰 교역물이 돼 매일 아침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차가 가지고 있는 역사, 여러 에피소드,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차의 세계사’에서는 이 모든 것을 들려준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보물섬
니컬러스 색슨 지음┃이유영 옮김┃560쪽┃부키┃2만 원
[Book]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外
조세 피난처의 실체를 파헤쳤다. 오늘날 조세 피난처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무역량의 절반 이상이 서류상으로 역외의 조세 피난처를 거친다. 은행업에 관련된 총자산의 절반 이상과 다국적기업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의 3분의 1도 마찬가지다. 1790년대 이후 발생한 거의 모든 금융 스캔들과 금융 위기의 배후에 역외 금융이 있다. 범죄자들과 금융 엘리트, 외교 기득권 세력과 다국적기업은 역외 체제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당신은 소셜한가?
유승호 지음┃184쪽┃삼성경제연구소┃7000원
[Book]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外
소셜 미디어의 속성과 역할, 그리고 여기에 집착하는 인간의 사회심리학적인 이유를 분석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철학자 니체의 논의를 빌려 소셜 미디어가 펼쳐내는 무리와 애착의 변증법 속에서 삶의 목적의식을 상실한 ‘최후의 인간’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하루하루 자신과 전투를 벌이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초인’이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로워지는 사람들
셰리 터클 지음┃이은주 옮김┃560쪽┃청림출판┃2만3000원
[Book]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外
테크놀로지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또 다른 책이다. 저자는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페이스북의 프로필이나 세컨드 라이프의 아바타 꾸미기에 열중한 이들이 실제와 다른 자신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러한 연기가 위험한 이유는 온라인 삶을 위해 작성한 내용과 자기 모습을 혼동하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릴 위험성 때문이다. 네트워크화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를 ‘다 함께 홀로’인 상태로 만든다.



음악회 가려면 정장 입어야 하나요?
이장직 지음┃406쪽┃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1만6000원
[Book]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外
한국 최초의 음악 전문 기자가 오랜 기간 세계 각국의 음악회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체험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클래식 콘서트 안내서다.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실내악단, 공연장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음악회를 찾는 청중이 느끼는 101가지 궁금증에 대해 간략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악장 사이에 손뼉을 치면 되는지 안 되는지, 인터넷 예매할 때 같은 값이면 어느 자리가 좋은지, 피아니스트는 독주회 때 악보를 보지 않는지, 거장의 연주는 무엇이 다른지 등을 알 수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