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무료 통화 허용…공정위 판단 촉각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출시 후폭풍이 LG유플러스의 무료 통화 전면 개방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6월 4일 카카오톡이 무료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보이스톡을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처음 선보인 이후 통신 업계의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국내에서 38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무료 통화 서비스가 몰고 올 파장이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이튿날인 6월 5일 안드로이드용 보이스톡을 연이어 공개했다. 그러자 SK텔레콤과 KT가 6월 6일 이 서비스를 전격 차단하고 3세대(3G) 이동통신에서 월 5만4000원 이상 정액 요금제 가입자만 쓸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6월 7일 LG유플러스가 돌연 보이스톡을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 전개였다. 당초 LG유플러스는 3개 이동통신 사업자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SK텔레콤과 KT가 월 5만4000원 이상 정액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보이스톡 서비스를 허용한 반면 LG유플러스는 요금제에 상관없이 이를 전면 금지해 왔기 때문이다.
통신 시장 재편 예고하는 보이스톡 후폭풍
3위 사업자의 반란…‘VoLTE로 승부하자’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통신 사업자들이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터져 나온 ‘돌출 행동’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입장은 명확하다. 보이스톡 같은 mVoIP를 전면 개방하고 mVoIP 음성 통화 품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상민 LG유플러스 상무는 “mVoIP는 트래픽 문제 외에도 통화 품질이 떨어지면 통신망 제공자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다음의 마이피플이나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등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면서 단순히 망을 차단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이번 방향 선회는 이상철 부회장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영상이 차세대 음성이다. 2012년 하반기엔 통신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롱텀에볼루션(LTE)망을 이용한 인터넷 전화 VoLTE(Voice over LTE) 시장 선점 선언으로 해석한다. VoLTE는 데이터 전용망을 통해 음성과 동영상까지 전송하는 서비스다. 음성 통화를 하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는 등의 멀티 태스킹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VoLTE 시연 행사를 개최하는 등 집중적인 투자를 해 왔다. ‘mVoIP 이후’에 대한 준비를 나름대로 해 온 셈이다.
통신 시장 재편 예고하는 보이스톡 후폭풍
통신 시장 재편 예고하는 보이스톡 후폭풍
물론 3위 사업자로서 카카오톡 전면 개방이라는 카드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어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계산도 무시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음성 통화 수익이나 앞으로 VoLTE 서비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LTE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더 큰 원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전국에 깔아 놓은 LTE망의 트래픽에 여유가 있다는 것도 개방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반면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는 부담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들은 보이스톡 서비스로 12조9000억 원(2011년, 이통 3사 합계)에 달하는 음성 수익이 붕괴될 것을 우려한다. 물론 보이스톡 이전에도 무료 mVoIP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음의 마이피플이나 스카이프, NHN의 라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음질이 그리 좋지 않은 데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이통사들은 2010년 mVoIP에 대해 일정 요금제 이상에서만 제한된 용량의 서비스를 허용(SK텔레콤·KT)하거나 이를 전면 차단(LG유플러스)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하지만 3800만 명의 사용자가 있는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을 내놓으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먼저 LG유플러스가 기존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었고 SK텔레콤과 KT의 고민도 깊어간다.

SK텔레콤과 KT는 3G 스마트폰에서 5만4000원 정액 요금제부터 무료 mVoIP를 허용하고 있다. 5만4000원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통화량이 많아 6만4000원 이상 요금제를 썼던 사람이라면 카카오톡 무료 전화를 쓸 경우 요금제를 갈아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LTE에서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없어 상황이 이르긴 하지만 음성 통화 수입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시장 재편 예고하는 보이스톡 후폭풍
SK텔레콤·KT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검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무선 인터넷 전화가 상하향 60kbps 트래픽을 유발할 때 1MB로 2.28분의 통화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4만4000원(200분 무료 통화에 데이터 500MB) 요금제 이용자의 추가 음성 통화가 200분이면 2만1600원(초당 1.8원)을 더 내야 하지만 mVoIP를 쓸 때는 88MB의 데이터 요금만 물면 된다. 전체 데이터 용량에 비교하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실제로 mVoIP가 이통사들의 주장처럼 대규모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또한 상당수 이용자들이 음질만 보장된다면 무료 통화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말해준다. 이통사로서는 음성 통화 매출 기반이 붕괴되는데 데이터 통화 매출은 크게 성장하지 않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이통사들은 보이스톡 등 mVoIP에 대한 규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통신사들은 mVoIP가 이동통신 트래픽을 급증시키기 때문에 사업자에 대한 추가 과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포털 및 인터넷 사업자는 이미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사업자에 서버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최 애널리스트는 사용자들도 월정 이용료를 지불하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mVoIP 콘텐츠라고 해서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이 카카오톡에 추가 비용을 받거나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 모두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박송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통사들의 대응 방안을 카카오톡에 망 사용료 부과, 통신 서비스 요금 인상 등 두 가지로 예상했다. 첫 번째 망 사용료 부과는 망 중립성에 대한 국제적·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요금 인상도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화 여부가 불확실하다. 박 애널리스트는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의 망 중립성과 mVoIP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 달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과 KT mVoIP 제한 정책에 대한 불공정 여부 판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5만4000원 이상의 요금제에서만 제한적으로 mVoIP를 허용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이 mVoIP 문제를 공정위에 고발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KT가 mVoIP를 제한하는 것이 공정거래법(3조 2항)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에 위배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이용자들이 이미 3G망에 대한 데이터 요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일방적으로 mVoIP를 제한하는 것이 불공정 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mVoIP 제한에 대한 처벌은 통신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보이스톡 서비스와 망 중립성 논란과 직결되는 문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