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기업 홍보는 물론이지만 정부 홍보도 꼼꼼히 따져본다.
특히 경제 부문 홍보에 대해서는 엄밀하게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식 투자에서는 종종 홍보를 팩트로 인식할 때가 많다. 그러나 홍보에는 팩트가 들어있지만 희망 사항도 많이 내재됐기 때문에 홍보와 팩트는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 필자는 홍보와 팩트 간의 차이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체험한 바 있다. IMF 시절에는 모두가 고통스러웠지만 필자도 회사에서 어려운 처지에 몰렸었다. 당시 필자의 담당 업무는 주가 전망 책임자였는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사실 199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필자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투자 설명회에서는 기립 박수도 받았고 대한민국에도 저런 전문가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과찬도 들었다.

하지만 IMF 상황이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필자를 믿었다가 망했다는 비난이 온통 쏟아졌고 필자로서는 어떻게 처신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된 것은 필자의 짧은 지식 탓이지만 부분적으로는 당시 정부 홍보를 믿었던 점도 있다. “우리는 남미 국가와 다르며 어려운 상황은 정리될 것”이란 당시 정부 홍보는 지식이 짧았던 필자를 고무시켰는데, 실제와 희망 섞인 예상 간에는 차이가 컸다.

그 후 필자는 기업 홍보는 물론이지만 정부 홍보도 꼼꼼히 따져본다. 특히 경제 부문 홍보에 대해서는 엄밀하게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나 정부가 홍보하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의심 없이 절대적으로 믿는다. 다만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상황이 악화된 이후에 설정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국민적 공감이 충분히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로는 IMF 시절과 2007년 말 금융 위기 이후에서도 찾아진다. 1998년 IMF는 우리에게 20% 이상의 금리를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말이 권고지 사실은 강압이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은 매우 침체됐는데, 당시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금리를 낮추려고 했다. 금리를 낮춰야 기업이 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산책] ‘홍보’와 ‘팩트’ 사이
그러나 당시 금융시장 분위기는 IMF의 눈치 때문에 20% 이상의 금리가 연중 내내 유지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정부는 부단하게 노력해 1998년 연초에 30% 가까이 하던 회사채 금리를 연말에 8.3%까지 낮췄다. IMF 발생 전 12%대보다 더 낮아진 것인데, 이 점이 기업들에 큰 활력을 주었고 1998년 6월 말 297이었던 주가지수가 1999년 말 943까지 상승하는 데 큰 힘이 됐다.

2008년에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에도 대다수 경제학자들과 시장에서는 각국의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은 매우 강한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다.

예컨대 돈을 헬리콥터에서 뿌린다고 할 정도로 자금 공급을 확대했고 미국은 2014년까지 기준금리를 ‘0’ 수준으로 하겠다고 했다. 방향이 설정되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정부의 속성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각국의 경기는 되돌아섰고 기업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현재 국제적으로 경제 사정이 방향성 면에서는 금융 위기 이후 제법 회복됐지만 경기 수준 면에서는 미흡하다. 특히 고용 사정을 감안하면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주저할 형편은 아닌 것 같다. 이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믿음을 갖고 주식을 보유했으면 한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