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력난이 반복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력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력 수요는 매년 평균 5.7%씩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 지나친 전력 과소비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연말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전력 공급을 당장 크게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 등을 고려하면 2014년쯤에나 가까스로 전력 수급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수급 ‘구원투수’… 전체 비중 7%

흥미로운 것을 이러한 전력난이 민간 발전 회사에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현재 포스코에너지, GS EPS, GS파워, 메리야전력회사(MPC), SK E&S 등 5개 회사가 7152MW 용량의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국내 전체 발전설비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중 대다수가 액화 천연가스(LNG) 복합 화력발전소다.

민간 발전 회사들은 각자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과 전력 수급 계약(PPA)을 맺고 공급하거나 경쟁 시장인 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한다. 전력거래소는 평상시에는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 기저 발전을 기본으로 하면서 수요 변동에 따라 그때그때 중유와 LNG 복합 발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조절한다. 요즘처럼 전력 공급이 빠듯해지면 민간 발전 회사들이 소유한 LNG 복합 발전소 가동률이 치솟아 수익이 급증하게 되는 구조다.

더구나 민간 발전 회사들은 한전이 전력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인 ‘보정계수’도 적용받지 않는다. 보정계수는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 부담을 낮춰 전기요금 인상을 막는다는 취지로 2008년 도입됐다. 이에 따라 한전은 5개 발전 자회사에서 대해서는 ‘시장가격(계통 한계 가격)’에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한 낮은 가격에 전기를 사들인다. 반면 민간 회사들은 이런 제한없이 ‘제값’에 전기를 팔 수 있다.

최근 현대증권에서 낸 보고서는 전력난 속에서 남몰래 웃고 있는 민간 발전 회사들의 속사정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곳은 SK E&S다. 애초 도시가스 사업을 해온 이 회사는 작년 10월 전남 광양에 LNG 복합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파워를 합병했다. 200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광양발전소는 총 989MW 발전 용량의 복합화력 1호기와 2호기로 구성돼 있다. 국내 민간 발전 회사 중 최초로 PPA 없이 자 체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발전 경쟁 시장에만 참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전력난 속 몸값 치솟은 민자 발전, 가동률 올라 수익 ‘ 눈덩이’…대기업 눈독
“ 초기 투자비 부담이 크긴 하지만 일단 가동에 들어가면 수명이 다하는 20~30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평균 가동률이 80%를 기록한 이 회사는 전력난이 이어지면서 지난 1분기 이 수치가 8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광양발전소 평균 가동률이 올해 90%를 유지하면 SK E&S의 이익은 15%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3004억 원을 기록했다. 지주회사인 SK의 1분기 지배 주주 순이익 중 45%가 바로 SK E&S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 오성 LNG 복합 화력발전소(833MW)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이 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면 SK E&S의 매출과 수익성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당초 내년 1월 상업 운전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예정보다 공사가 빨라져 회사 측은 연내 가동도 기대하고 있다.

다른 민간 발전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민간 발전 회사인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1조9176억 원, 영업이익 140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매출은 2.2배, 영업이익은 1.8배 늘어난 수치다. 충남 당진에 부곡 LNG 복합 화력발전소를 운용하는 GS EPS도 지난해 매출 8112억 원, 영업이익 854억 원을 올렸다.

최근 민간 발전 회사들은 석탄 화력발전 참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석탄 발전은 LNG 복합 발전보다 연료비가 훨씬 저렴해 수익성이 높다. 발전 순위도 원자력 다음이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초기 투자비 부담이 크긴 하지만 일단 가동에 들어가면 수명이 다하는 20~30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주민 반발 등 여러 가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대기업들이 석탄 발전에 군침을 흘리는 것 은 이 때문이다.

5월 말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발전설비 건설 의향 조사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의 막이 올랐다. 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은 2013년부터 2027년까지 전력 수급의 틀을 짜는 것으로 8주간의 의향 조사를 거쳐 연말께 최종 확정된다. 석탄발전소를 새로 지으려면 일단 이 기본 계획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당초 민간 발전 회사들은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밀려 발전설비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본 계획은 2027년까지 원자력과 석탄, 중유, LNG,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각각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이지 규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소비를 따라잡기 위해 발전설비 확충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원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다면 석탄과 LNG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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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앞서가는 곳은 STX전력과 동부발전이다. 이들은 2010년 ‘제5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국내 첫 민간 석탄 화력발전 사업자로 선정된 곳이다. 그동안 주민 동의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으나 6월 초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탄력이 붙었다. STX전력은 강원도 동해 북평공단 인근에 100kW급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는다. 동부발전도 충남 당진에 100kW급 발전소를 건설한다.

5월 말 건설 의향 조사가 시작되자 발전 사업에 눈독을 들여온 대기업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무려 15개 기업이 석탄 화력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에너지, SK E&S, MPC 등 민간 발전 회사뿐만 아니라 SK건설·삼성건설·현대건설·한양 등 건설사까지 대거 가세했다. 이들이 제시한 설비 용량을 모두 합하면 4만1600MW에 달한다. 원전 41기에 달하는 양이다. 포스코에너지는 강원도 삼척에 4000MW 규모의 화력발전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율촌복합·대산열병합을 운영 중인 홍콩계 MPC도 유연탄 화력 건설을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다. STX에너지는 2019년까지 삼척에 1000MW급 2기, GS에너지는 한국동서발전과 손잡고 전남 여수에 1000MW급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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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발전소 건설에 15개사 출사표

건설사들도 건설 경기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발전 시장 진입에 발 벗고 나섰다. 삼성건설은 강원도 삼척에 4000MW급 석탄 화력을 준비 중이며 현대건설도 포항시 장기면에 2000MW급 발전소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SK건설은 3조 원 규모의 신삼천포 친환경 석탄 화력발전소(2000MW)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컨설은 전남 고흥(2000MW)에, 동양건설산업(2000MW)은 강원도 삼척에, 한양은 전남 여수(1000MW)에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각각 계획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사업자들이 제출한 건설 의향서를 바탕으로 사업 경제성, 지역 주민 수용성, 연료 수급 계획, 계통 연계 방안 등을 평가해 9월 말 초안을 마련한 뒤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기본 계획을 최종 확정한다.

민간 석탄 화력발전소에는 LNG 복합 화력발전소와 달리 보정계수가 적용된다. 7월 말 보정계수 세부안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사업자들의 계산이 또한번 복잡해질 전망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