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탐구-광명상사

중장년층이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다. 국가 기관에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고 작은 창업 교육을 확대하는 추세다. 기업에서도 조기 퇴직자를 위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지경이니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무직을 떠나는 직장인들에게 바야흐로 ‘창업을 권하는 시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이 예비 창업자들이 독창적인 아이템을 개발하거나 각각 개성을 살려 여러 업종으로 골고루 진입하는 것은 이상일 뿐, 현실은 거의 대다수가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요식업으로 몰려 한정된 상권 내의 고객을 갈라먹는 제로섬 게임에 허덕인다. 한편 유통 분야는 요식보다 치열함이 덜한 데도 불구하고 전문적이고 영업력이 필요하다는 짐작에 창업 아이템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둘러보면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창업자로서 요식업이 아닌 유통업을 과감히 택해 조용히 자리를 잡은 창업자들이 적지 않다.
[창업] “성실이 매출 상승의 원동력”
재고 걱정 없는 게 장점

청계천로에 자리잡은 ‘광명상사’는 간판으로는 20년이 넘는 접착제 및 댐퍼 유통 점포다. 마진율은 전보다 낮아졌지만 월매출 8000만 원 남짓 하던 것이 이제 월매출 3억 원 정도로 늘어났으니 개인 사업으로는 ‘억’ 소리 나는 점포다. 물론 요식업처럼 마진율이 높지는 않다. 김효숙 사장은 매일 남편과 둘이서 뒤쪽 창고를 제외하면 8.3㎡(2.5평) 남짓한 가게에서 단돈 1000원도 안 되는 본드에서부터 각종 접착 제품과 댐퍼류를 개인 고객과 기업 고객에게 판다.

프라모델 장난감이나 찢어진 슬리퍼 붙이는 가정용 본드를 사러 오는 개인 고객도, 인테리어 공사에 시설 공사하는 업체도 모두 광명상사에는 똑같은 고객이다. 지금은 도매와 소매가 8 대 2 정도로 도매 위주의 판매로 구성돼 있지만 한때 청계천 시장이 번성할 때는 거꾸로 소매가 80%까지 차지할 정도였다니 작은 가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을까 싶다.

처음 김 사장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본드 유통에 뛰어들게 된 건 운동선수 출신 남편이 지금의 광명상사에 직원으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게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사장이 당시 직원이던 김 사장의 남편을 비롯한 2명에게 퇴직금 대신 가게를 물려주고 떠나게 됐고 결국 남은 동료 2명도 1년여 만에 가게를 떠나게 됐다. 김 사장 부부는 아파트를 담보로 1억 원을 마련해 두 동료의 지분까지 오롯이 떠안아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하루는 내가 창고 물건을 반이나 팔아 치웠어요. 신이 나서 바깥양반이 돌아오자 붙잡고 자랑했죠. 그런데 글쎄 내가 50%나 손해를 보고 판 것이었어요.” 제품 수가 많다 보니 가격을 잘 몰랐던 김 사장에게 어느 약은 손님이 신나게 제품을 원가의 반값 정도에 쓸어간 것. 그 뿐이면 좋으련만 언젠가는 제품을 받아가던 국방부 시설 관련 직원이 자기 업체를 차린 뒤 근 3개월 동안 계속 물건을 받아가더니 부도를 낸 적도 있다. 당시 8000만 원에 달하던 그 미수 채권은 정말로 김 사장이 가게를 닫을 뻔한 큰 사건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호텔 주방장이셨어요. 언니도 요식업쪽 경험이 있고요.” 왜 쉬운 요식업이 아니라 유통을 택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김 사장의 대답이다. 유혹이야 여러 번 있었지만 먹는장사는 만날 하루하루 음식 재고 걱정뿐인데 유통은 그게 아니니 매력적이란다. “내 재고는 안 썩어요. 언젠가는 다 팔게 돼요.” 성실하게 일하면 신뢰가 쌓이고 그게 영업력이 되는 것도 유통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청계천의 도·소매점들도 이제 인터넷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마진율은 낮아졌지만 선입금 후물류를 보내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 잔돈 떼이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제조사의 대리점 영업권을 획득한 이후 도매 쪽 매출도 커졌다. 김 사장의 목표는 “연매출 50억 원”이다.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면 중·장년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여러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