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측이 힘든 시대, 어떻게 대응할까

21세기를 맞은 지 벌써 12년이 됐다. ‘희망 반, 두려움 반’으로 맞았던 또 하나의 세기에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본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유럽 위기와 같은 예외적인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는 ‘절벽 효과’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미래 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각 분야에서 차별화(nifty fifty)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는 점이다. 각국과 기업들이 21세기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경쟁 우위 요소를 잘 포착해 대응할수록 이전보다 빨리 중심국, 우량 기업에 올라서고 그 지위가 오랫동안 유지된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세계 모든 기업들은 고성장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세계 경영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생산 거점을 가장 싼 지역으로 옮기거나 인력·자본·자원 등을 가장 싸고 효율적인 지역에서 아웃소싱할 수 있어야 국제 분업상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 생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계 산업구조도 정보·통신과 같은 첨단 기술 업종이 국부 창출의 주력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가 노동·자본에서 지식·정보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메인 혹은 앱’ 경쟁력이 21세기에 새로운 국가 경쟁력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COMMERCIAL IMAGE - In this photo taken by AP Images for Sony Computer Entertainment America, guests line up to play Gods of War Ascension at the PlayStation booth at E3 on Tuesday, June 5, 2012 in Los Angeles. (Chris Weeks/AP Images for Sony Computer Entertainment America)
COMMERCIAL IMAGE - In this photo taken by AP Images for Sony Computer Entertainment America, guests line up to play Gods of War Ascension at the PlayStation booth at E3 on Tuesday, June 5, 2012 in Los Angeles. (Chris Weeks/AP Images for Sony Computer Entertainment America)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글로벌 아웃소싱 능력 확보 ‘ 필수’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 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 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과 기부 등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세계인의 생활도 인터넷·모바일이 현실 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전자화폐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혹은 소득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21세기의 새로운 질서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동시에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크게 제고되면서 그동안 위기 요인으로 작용했던 도덕적 해이 현상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개인의 비밀 보호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정보 유출과 이에 따른 개인의 사생활 보호 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어 향후 규제 움직임이 주목된다.

소득도 근로자에서 지식인과 대주주로 옮겨가면서 빈부 격차가 커다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으로 조직보다 개성과 개인이 중시되면서 솔로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도 이른바 ‘에타(η)’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계층에 의해 주도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산업 혹은 기업, 개인 생활상의 이런 변화는 글로벌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시장 지배력을 겨냥한 선제적 공격 경영 ▷신수종 사업 개발 ▷아웃소싱을 통한 전략적 인수·합병(M&A) ▷주력 제품의 서비스화 ▷모바일을 통한 신사업 모델 개발 ▷친환경 서비스 제공을 지향하는 기업일수록 주가가 오르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글로벌 아웃소싱 능력 확보 ‘ 필수’
위기관리 능력도 갖춰야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신세기를 맞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데도 이론이나 규범은 빨리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경제 이론에 있어서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제학의 혼돈 시대(chaos of economics)’를 맞고 있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대전제에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 심리학·생물학 등을 접목해 행동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 위기와 같은 시장 실패 부문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가자본주의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이 때문에 모든 경제정책에서는 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 간의 충돌이 날로 심해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대내외 경영과 투자 환경 패러다임이 변한 만큼 기업과 투자자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먼저 국내 기업은 여러 가지 전략 가운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제 분업상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 경영도 더 이상 한 나라에 국한된 경영 전략은 효용이 없어짐에 따라 다른 국가 혹은 외국 기업과의 조화(調和) 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 각종 관행과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게 손질한다든가, 앞으로 갈수록 브랜드 이미지가 중시됨에 따라 기업명이나 기업을 상징하는 로고와 상품명도 글로벌 스탠더드 시대에 맞게 바꾸는 방안이 그것이다.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핵심 산업은 수확 체증 시대에 맞게 지식 업종을 전략적인 품목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기업 운영도 지식 시대에 있어선 가능한 한 종업원 자율에 맡겨 창의력을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책 당국자와 최고경영자일수록 모든 규제가 국가나 기업, 개인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경제범(經濟犯)’이라는 자세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식 산업으로의 업종 전환과 함께 기업들의 생존 역량은 종전처럼 범위나 규모보다 위기관리 능력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영 여건 위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인력·자본·자원을 필요할 때 언제든지 조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은 것이 글로벌 아웃소싱의 핵심적인 관건이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21세기 들어 많은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은 아직까지 젤리(jelly)형 상태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새로운 스탠더드로 빨리 정착하지 못한다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위기 이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지금보다 더 큰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젤리형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주식 투자 등 모든 경제활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쏠림 현상이다. 언제든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과욕을 부린다면 ‘하이먼-민스크 모델’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큰 화(禍)를 당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