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차원에서 지난 5월 31일 재정부가 발표한 ‘2011 회계연도 국가 결산 보고서’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결산 보고서는 처음으로 발생주의 회계제도를 도입해 작성한 것으로 공공 기관의 각종 기금과 군인·공무원연금에 대한 충당금 등이 국가 부채로 새로 잡혔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현금주의 회계제도보다 국가 부채의 개념이 훨씬 광범위해진 것이다.
현금주의는 현금이 실제 오간 시점을 기준으로 회계에 반영하는 반면 발생주의는 거래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자산 부문에서 현금주의는 건설 중인 도로·철도·항만이나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된 자산 등은 국가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생주의는 건설 중인 사회 기반 시설도 공정률에 따라 국가 자산으로 인식된다. 또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도로나 각종 구축물도 별도의 평가를 통해 자산에 반영된다. 장부가로만 평가하던 자산 가치도 감가상각하게 된다.
부채도 마찬가지다. 지급 시점이 미래라는 이유로 현금주의 회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부채가 발생주의 회계에서는 보인다. 정부가 지급 책임을 지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 같은 연금의 미래 지급액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발표해 온 국가 채무가 420조 원인데 반해 현금주의 회계상 나타난 부채가 774조 원으로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연금 충당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중도 종전 34.0%에서 62.6%로 불어났다.
실제 국가 부채 774조 원 중에서 공무원·군인연금의 충당금은 무려 34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금 충당금도 결국 군인과 공무원들이 은퇴한 시점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정부가 지급해야 할 잠재적인 ‘빚’인 셈이다. 연금 충당 부채 342조 원은 GDP 대비 28% 수준이다. 정부는 미국(39%)과 영국(77%) 등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공무원과 군인들에 대한 연금 지급도 결국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향후 연금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무원·군인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에 비해 너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군인연금은 20년 이상 가입하면 퇴역 시 연령과 상관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고 공적연금 중 평균 수급 연령이 가장 낮다.
주요 공기업 부채가 빠져 실제 국가 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국책 사업을 대신 수행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를 국가 부채에 정식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재정부가 ‘공공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하는 286개 공기업의 총부채는 2010년 기준으로 386조6000억 원이다. 지난해 공기업들의 정확한 부채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난 4월 발표된 2011 회계연도 27개 주요 공기업의 총부채(328조4000억 원)를 합산하면 전체 나랏빚은 1000조 원을 훌쩍 넘게 된다. 공기업과 지방정부 등의 자산 부채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재무제표는 연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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