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외국어는 무엇일까. 회화 측면에선 아랍어와 중국어가, 글을 읽고 쓰는 측면에선 한국어·중국어·일본어 등이 외국인에게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꼽혔다.

러시아 일간 프라브다는 최근 “정답은 없지만 영어권 사람들에게 벽처럼 느껴지는 언어는 아랍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가 꼽혔다”고 보도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는 모국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법이다. 일반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꼽히는 러시아어는 같은 슬라브어권인 우크라이나인이나 체코인이 배울 때는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외국어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측면에선 다른 언어들과 연관 관계가 거의 없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쓰이는 바스크어와 캐나다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치페와어 등이 전 세계인들에게 공통적으로 극도로 어려운 언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립국제교육원(원장 하태윤)은 29일 서울 부산 제주 등 국내 14개 시험장에서 15983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제25회 한국어 능력시험을 시행했다. 경희대에서 외국인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120129..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립국제교육원(원장 하태윤)은 29일 서울 부산 제주 등 국내 14개 시험장에서 15983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제25회 한국어 능력시험을 시행했다. 경희대에서 외국인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120129..
이처럼 모국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배우기 힘든 말이 다르긴 하지만 서양인들로선 어순 체계와 단어에서 큰 차이가 있는 동양권 언어를 어렵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인들의 시각에선 ‘문자를 배우기 위해’ 동양 사람들이 십수 년을 공부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프라브다는 “일본에선 학생들이 12년간 학업에 매진한다”며 “수학 기간 중 절반 이상을 국어와 수학 두 과목에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초 교육을 마친 이후에도 기초 한자와 외국어 1850자를 익히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 프라브다는 “일본 신문 기사를 읽기 위해선 최소 3000개의 한자와 가타카나 표시 외래어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디펜스언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영어권 사람들이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프리칸어·덴마크어·네덜란드어·프랑스어·아이티크레올어·이탈리아어·노르웨이어·포르투갈어·루마니아어·스페인어·스웨덴어 등이 꼽혔다. 같은 인도유럽어계 언어들이 ‘손쉬운’ 언어로 꼽힌 것. 23~24주 정도 600회 강의를 들으면 이들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가리아어·다리어·파리어(페르시아어)·독일어·그리스어·힌두어·인도네시아어·말레이어는 두 번째로 배우기 쉬운 그룹으로 분류됐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는 보통 44주 정도 공부하면 능숙하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벵갈어·버마어·체코어·핀란드어·히브리어·헝가리어·크메르어·라오스어·네팔어·폴란드어·러시아어·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태국어·터키어·베트남어는 배우기 힘든 언어로 꼽혔다.

그리고 아랍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는 극도로 배우기 힘든 말로 손꼽혔다. 한국어는 88주간 2200회 강의를 들어야 익힐 수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한국어 문장의 구조가 영어와 크게 다른 데다 동사 활용에 변화가 많은 점이 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모국어 문자 체계가 표의문자냐 표음문자냐에 따라서도 외국어를 배우는 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국어가 표음문자를 쓸 때는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외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반면 표의문자를 해독하는 데 사용되는 뇌 부위를 자주 사용하지 않은 탓에 문자 체계가 달라지면 외국어 습득 효율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하이파대 연구팀에 따르면 “아라비아어 텍스트를 배우는 데 영국인·유대인·아랍인이 차이를 보였다”며 “모국어 문자가 표음문자냐 표의문자냐에 따라 좌뇌와 우뇌의 사용 비율이 다른 점이 차이를 나타내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ldon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