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고 싶다면? 공간·정보·시간·인맥을 정돈하라
쌓인 업무 때문에 머리가 무거울 때, 생각이 막혀 한 발짝 앞으로 나가기 힘들 때, 늘어나는 자료와 파일에 답답함을 느낄 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정리’다.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날 필요도 없다. 가깝게는 주변 공간을 정리하고 쌓여 있는 서류와 파일을 처분해 보자. 꼭 물건만 정리하란 법이 없다. 시간을 통제하고 하루를 주도한다면 삶이 즐거워진다. 일상을 다듬어 인생을 정돈하는 정리의 힘이다. 최근 서점가에 ‘정리’ 열풍이 불고 있다. 예스24가 집계한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순위에 ‘하루 15분 정리의 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리 키워드의 신간도 속속 나온다. ‘복잡한 문제 깔끔하게 정리하기’, ‘생각정리 프레임워크 50’,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등이다. 그만큼 삶이 어지럽고 정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정리란 무엇인가. ‘하루 15분 정리의 힘’의 윤선현 저자는 ‘자신의 삶과 공간의 혼란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삶의 혼란 속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책상을 정리하면 업무가 정리되고 업무가 정리되면 퇴근 후 삶도 달라진다. 윤 저자는 정리는 곧 돈이자 시간, 삶의 의욕, 여유, 실행력, 창조력, 기회라고 강조한다. 정리를 중시하는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들을 주목해 보자. 일본 자동차 용품, 정비 서비스 전문 기업인 ‘옐로햇’의 창업자 가기야마 히데사부로는 그의 책 ‘머리 청소 마음 청소’를 통해 40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를 청소한 게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도 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망상·잡념으로 가득차고 적극적인 사고력이 쇠퇴하며 모든 것을 귀찮아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좋은 생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손이 닿는 곳부터 정리하며 몸을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가 만든 청소 모임에는 다른 기업 경영인 자영업자까지 동참해 10만 명을 넘어섰다.
‘성공하는 CEO들의 일하는 방법’을 쓴 스테파니 윈스턴은 성공한 CEO들의 공통점으로 깔끔한 책상을 꼽는다. 미국 포켓몬의 사장 아키라 치바(Akira Chiba)의 책상에는 컴퓨터, 책상용 소품, 그리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 서류가 몇 장 놓여 있고 석유 재벌 록펠러 역시 책상에는 몇 가지 필기구만 남겨 놓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책상 위에도 전화기 한 대와 서류 몇 장이 놓여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34대)은 책상 위를 4등분해 관리하는 ‘아이젠하워 법칙’을 만들었다. 일이 끝나면 종이 한 장도 책상에 남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제너럴모터스와 UPS 등 글로벌 회사들은 깨끗한 책상을 유지하는 정책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랜드 그룹이 ‘정돈·청결·위생’을 강조하는 이랜드 스피릿을 통해 정리 정돈을 습관화하고 있다. 출판사 김영사는 매주 아침 직원들이 함께 청소하는 시간을 규칙으로 만들었다.
적지 않은 기업에서 정리를 강조하는 건 기업의 성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리 습관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습관이다. 정리라는 활동을 통해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정리는 단지 청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류나 파일을 찾기 위해 허둥대는 시간을 줄이고 정보도 빠르게 검색해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스케줄과 남다른 인맥을 관리하는 능력도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하다. ‘정리의 달인’들을 통해 공간·정보·시간·인맥 정리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짚어보자.
공간 정리
책상 위엔 ‘진행 중’인 서류만 남긴다
윤선현 저자의 사무실 책상에는 노트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서랍은 아예 없다. 가위·칼·테이프 등 필요한 사무용품은 공용 공간에 놓고 사용한다. 일명 ‘퇴직자형’ 책상을 윤 저자는 최고로 꼽는다. “일을 하고 있는 순간의 스트레스보다 일이 쌓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큰데. 이를 시각적으로 통제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우편물이나 택배 등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책상 귀퉁이에 쌓이게 된다.
업무 관련 서류도 계속 쌓이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윤 저자는 “고객 정보, 프로젝트 기밀 등 회사 보안과도 직결된 서류가 방치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간 정리, how to?
총 5단계를 거치면 정리가 가능하다. 먼저 정리할 공간의 목적을 파악한다. 회사에서 책상은 일하는 공간이고 계속 새로운 일이 들어오는 공간이다. 따라서 계속 일이 드나들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목적에 따라 물건을 분류하는 것이다. 업종·직책·업무에 따라 필요한 도구가 다를 수 있다. 필요와 불필요한 것, 자주 사용하는 것과 가끔 사용하는 것 등의 기준으로 분류한다. 개인적인 물건은 집에 가져가고 업무에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버린다. 책은 기증하거나 중고 서점에 판매하면 된다.
셋째는 물건이 항상 있어야 할 ‘지정석’을 마련해 주는 과정이다. 넷째는 청소 단계로,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매일 한 번 닦는 것만으로도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은 물건을 순환하는 단계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일정 기간이 지난 파일은 책상 아래로 내린다. 서류를 넣을 때 한 쪽 방향(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관되게 넣는다면 시간이 지난 후 반대 쪽 서류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슈별·기간별·도구별 등에 따라 파일링을 하는데 보관 중인 것과 현재 진행 중인 서류만 구분해도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정리의 핵심은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간 정리
자투리 시간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라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부문 이사는 직장 생활을 하며 정보기술(IT)과 자기 계발 관련 서적 46권의 책을 써왔다. 기업에서 강의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의 겸임교수로 임명돼 또 하나의 직함을 갖게 됐다. 김 이사는 이 모든 게 ‘시간을 잘 정리한 덕’이라고 말한다.
그의 하루는 스마트폰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캘린더를 보고 하루의 해야 할 일(To do list)을 점검한다. 마감 업무를 체크하고 회의나 약속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그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출근 길, 외근 중에도 수시로 확인한다. 특히 자투리 시간에 메모나 회의록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너무 일에 매여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야근과 주말 출근을 줄이고 세컨드 잡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간 정리의 원칙은 ‘우선순위’의 관리다. 업무 중에도 또 다른 일이 몰려 들어오는 직장인들에게 무엇을 먼저 처리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김 이사는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 일의 개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의 개수가 쌓이면 쉽게 지치기 때문에 10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빨리 한다는 것이다. 그 후에 중요한 일을 한다. 다만,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중요한 일보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먼저 처리한다.
회의나 약속도 정리한다. 하루 3개 이상의 회의나 약속은 잡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기타 의사결정은 e메일 혹은 전화로 빠르게 처리한다. 일종의 시간 다이어트를 통해 주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퇴근 직전에는 하루에 했던 일을 점검하고 성과를 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시간 정리, how to?
시간 정리를 하기에 앞서 명심해야 할 것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자세’다.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일은 결국 다 처리해야 할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이면 정리할 수가 없다. 김 이사가 추천하는 방법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한 시간 정리’다. 다음 캘린더, 구글 캘린더 등으로 일정 관리를 할 수 있고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관리해 주는 ‘리멤버 더 밀크’라는 도구도 있다. 에버노트와 같은 메모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나 기록하고 필요할 때 확인하는 습관도 업무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캘린더를 기록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한다. 먼저 분류한다. 미팅이나 회의, 약속 등이 회사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미래 비전과 관련된 것인지, 현재 자기 계발에 관계된 것인지, 혹은 가족과 관련된 일인지 등을 분류해 색상으로 표시해 두는 것이다. 색상을 달리 표시하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시간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1주일, 한 달, 1년 등의 주기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캘린더에 기록할 때는 최대한 자세히 적는다. 제목과 시간, 장소뿐만 아니라 만남의 목적, 만나는 사람, 회의 주제와 개요 등을 기록할 것을 김 이사는 추천한다.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볼 때 일목요연하게 검색할 수 있다. 정보 정리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라
‘혜민아빠 블로그’의 운영자이자 ‘에어노트 라이프’를 쓴 홍순성 저자는 시간적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공간을 정리하는 것과 정보를 정리하는 것은 같다고 말한다. 사진·동영상·메모 등 일상의 모든 기록과 자료를 필요할 때 곧바로 꺼내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자료의 종류가 다양하고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오프라인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때 사용하는 툴은 에버노트다.
“단순한 노트 애플리케이션이지만 사용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활용할 수 있죠. 워드·엑셀·파워포인트·PDF·영상·이미지·녹음 파일 등 다양한 파일을 다 담을 수 있고 키워드로 쉽게 검색이 가능해요.”
책이나 신문 등 오프라인의 자료는 사진을 찍거나 스캔을 통해 디지털화해 저장할 수 있다. 명함도, 아이디어 노트도 다 저장해 관리한다. 정보 정리, how to?
정보 정리는 크게 컴퓨터 파일 정리와 데이터 정리로 나눌 수 있다. 핵심은 정리의 행위보다 ‘잘 찾는 것’이다. 컴퓨터 파일을 정리할 때는 폴더를 잘 분류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만의 분류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대·중·소 분류를 추천한다. 대분류는 연도나 부서 등이, 소분류엔 프로젝트가 포함될 수 있다. 또한 파일명에 통일성을 줄 것을 강조한다. 프로젝트명이나 날짜가 들어가는 식이다. 최대한 자신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중요한 키워드를 함께 적는 게 좋다. 바탕화면엔 현재 진행 중인 폴더 하나 정도만 남겨 놓아도 된다.
데이터를 잘 정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 발견한 정보를 수시로 분류해 저장할 필요가 있다. 에버노트·딜리셔스·핀터레스트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회의 기록과 같은 오프라인 문서는 사진을 찍거나 스캐너를 통해 파일을 변환한 뒤 에버노트 등에 보관하면 된다.
웅진패스원 아카데미에서 스마트 환경과 업무 효율성 관련 강의를 하는 이임복 과장도 좋은 정보는 팀원 및 지인들에게 e메일을 보내 ‘공유’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넘치는 정보를 다 볼 수는 없다. 평소 관심 있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것도 효과적인 정보 정리의 기술이다. 이를 위해 이 과장은 피드 서비스를 통해 관심 키워드를 설정해 놓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는다. 키워드만 설정해 놓으면 기사를 굳이 찾지 않아도 e메일에 알아서 저장된다. 아이폰의 딩동뉴스 애플리케이션은 검색어를 입력해 놓으면 관련 기사가 즉시 저장되고 구글 리더는 원하는 블로그나 사이트를 모아 볼 수 있게 하고 구글 알리미는 블로그·사이트·뉴스 등을 종합적으로 모아 볼 수 있게 한다. 인맥 정리
소셜 인맥의 세계를 아십니까.
3S마케팅의 황성진 대표는 ‘브릿지 피플’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친목 도모 그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CEO 층이 많은 이 모임에서 사업 아이템을 나누기도 하고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돼 성과를 내기도 한다. 황 대표는 자신의 롤모델인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와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이 모임이 ‘소셜’을 통해 형성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트위터를 통해 두세 명이 친목 도모 모임으로 만났죠. 모임 후기를 다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니 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렇게 해서 80여 명이 모이게 됐어요. 오프라인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유명인들도 소셜을 통해 만날 수 있었어요.”
혈연·지연·학연을 넘어서는 소셜 인맥이 비즈니스에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진정성을 가지고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잘 관리하면 그 누구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인맥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세계가 소셜 네트워크라고 말한다. 인맥 정리, how to?
인맥에도 정리가 필요할까. 비즈니스맨들은 업무상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명함을 나눈다. 인맥 정리를 잘한다는 것은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을 알고 있는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선현 저자는 이를 위해 먼저 명함, e메일 주소록, 휴대전화 주소록 등 가지고 있는 연락처를 모두 정리해 보라고 조언한다. 인맥에도 우선순위를 매겨 필수적인 인맥, 중요한 인맥, 선택적 인맥 등으로 나눈다. 불필요한 명함은 과감히 버리고 필요한 인맥은 적극적으로 관리한다.
새로운 인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 때 SNS가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서비스에 가입한다고 인맥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다. 각 서비스의 기능을 충분히 숙지하고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황성진 대표는 “남들이 나를 관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뜻이 통하는 사람끼리 오프라인 모임으로 연결 짓되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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