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현 상가투자컨설팅 대표


경국현 상가투자컨설팅 대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부동산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대개 ‘부동산 컨설팅’의 상호를 단 곳은 컨설팅보다 중개업이 본질인 곳이 많다. 경 대표는 특히 일반 부동산이 아닌 ‘틈새’로 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고 2008년부터 상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미친 임대료의 역습] “가로수길 3층 건물 권리금만 10억 원”
대부분의 컨설팅 업체가 실제는 중개업체 아닌가요.

사실 그렇습니다. 표현상으로는 컨설팅이지만 사실은 중개업이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컨설팅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구매자는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검증해 주는 것을 원합니다. 시장에 그것을 해주는 사업자가 없었습니다. 저는 정보기술(IT) 업체에서의 컨설팅 경험, 또 분양 현장에서 수백 건의 상담 사례를 경험한 뒤 ‘진짜 컨설팅을 해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몇몇 업체가 있는데 아마 제가 가장 처음 시작했을 겁니다. (부동산 거래를 해 본 사람이라면, 중개업소에서 매물의 장점만 얘기하지, 단점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해 주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아직 국내에서 컨설팅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에 인색하지 않습니까.

컨설팅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중개업을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컨설팅 비용만 받습니다. 컨설팅 의뢰가 오면 일단 착수금을 받고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잔금을 컨설팅비로 받습니다. 현재까지는 개척한다는 의미로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커지고 발전하려면 컨설팅 시장이 확대돼야 합니다. 미국·호주 같은 외국은 컨설팅 시장이 중개업보다 더 큽니다. 대신 단순 중개가 아니라 법적인 하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집니다.

고객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40대 중·장년은 주로 직장인으로 퇴직 후를 대비하기 위해 상담하고요, 이미 퇴직한 60대는 주거용 부동산을 처분해 수익형으로 갈아타는 분들입니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기 싫다는 거죠. 법인은 부동산을 취득할 때 수익형으로 갈 수밖에 없어 상가 쪽을 알아보는 편입니다.

임대료는 왜 오르는 겁니까.

일단 임대료는 평균적으로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임대인(건물주)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리지도 못합니다.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형성된 임대료가 ‘시장 임대료’인데, 이걸 임대인 마음대로 올리면 임차인(자영업자)이 받아들이지 못해 나가버리게 되고 공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경우이고, 명동·가로수길처럼 ‘부르는게 값’인 곳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장사가 안 돼도 권리금 때문에 임차인이 못 나가지 않습니까.

사실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불법 거래입니다. 그러나 임대인은 세입자들끼리 권리금을 주고받는 것을 묵인합니다. 권리금을 많이 주고 들어올수록 장사가 안 돼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공실의 우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사업 실패는 이 권리금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창업 때 드는 비용이 임대 보증금이 40이라면 권리금이 100입니다.

해외에도 권리금이 있습니까.

권리금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관행입니다. 해외는 권리금이 없지는 않지만 보증금에 비하면 아주 적습니다.
[미친 임대료의 역습] “가로수길 3층 건물 권리금만 10억 원”
강남 지역 권리금은 요즘 얼마나 합니까.

가로수길의 33㎡(10평) 가게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600만 원인데 권리금은 3억5000만 원입니다. 대로변 3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임대하려면 보증금 30억 원에 월세 5000만 원, 권리금이 10억 원인 곳도 있습니다. 신사역 부근도 권리금이 1억~3억 원가량입니다. 강남역은 33㎡짜리 점포가 보증금 10억 원, 월세 3000만 원에 권리금은 3억~5억 원입니다.

강남역은 보증금이 권리금보다 더 많은 편인데, 그러다 보니 개인보다 법인 임차인이 많습니다. 반면 압구정동은 권리금이 1억~1억5000만 원인데, 이는 현재 병원·의상실·양복점 등 저녁이면 불이 다 꺼지는 업종 위주여서 상가 활성화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임대료가 그렇게 비싼 데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은 건 왜 그렇습니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는 창업자의 과신입니다.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남들은 망해도 나는 안 망한다’고 생각하지요. 둘째는 시장조사를 잘못 해서입니다. 과학적 데이터보다 중개업자가 하는 비과학적인 데이터, 과장된 얘기에 현혹돼서입니다.

임대인으로서는 개인보다 법인을 임차인으로 더 반기는 편입니까.

아무래도 법인은 이익을 남기기보다 마케팅 차원에서 들어오는 거니까 임대료 올리기가 좋으니 법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임차인은 높아진 임대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 분석입니다. 유동인구의 특성, 이를테면 나이·성별·직업 등이 있고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앞이냐 같은 교통량 분석, 주거 시설이냐 상업 시설이냐의 배후 세력 분석과 또 유동인구의 동선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후 업종을 정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 직장인이 많은데 소줏집을 하면 안 되는 게 당연하지요. 그다음 추정 매출액을 분석해야 합니다. 소줏집을 하겠다면 근처 비슷한 규모의 삼겹살집을 분석하면 되겠지요. 그다음 임대료로 싸우는 겁니다. 그렇지만 장사가 안 돼도 권리금이 발목을 잡지요.

권리금을 못 받는 사례도 많습니까.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화장품 가게를 8개나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버스정류장 앞이었는데 중앙버스차로가 생기면서 사람이 다니지 않게 되면서 권리금을 다 날렸습니다. 권리금은 변수가 많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창업자가 조심해야 합니다.

상가 매매 동향은 어떻습니까.

명동·가로수길·강남역처럼 주요 상권은 눈 씻고 찾아봐도 매물이 없습니다. 좋은 상가는 매물로 나오지 않고 다 상속으로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그만한 수익이 나는 데가 없는데 팔겠습니까.

타임스퀘어·디큐브시티 같은 몰(mall)은 임대인이 법인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곳은 공동 마케팅을 하니까 장사가 잘 될 수도 있지만 임대료 재협상을 매년 해야 합니다. 장단점이 다 있습니다. 리모델링 명분으로 재계약을 안 할 수도 있고요.

그런 곳도 권리금이 있습니까.

권리금은 불법 계약이므로 안 할 겁니다. 계약서대로 하면 권리금이 있을 수가 없지요. 또 권리금이 있으면 임대인이 리모델링(시설 개선 또는 업종 구성 변경을 위해) 때 내보내기가 힘들어지기도 하고요.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