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정책 변화가 ‘ 핵심 변수’

지난해 말 수준에 비해 주가가 크게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연초의 신중론과 달리 글로벌 증시와 한국 증시 모두가 3월 말까지 후끈 달아올랐다. 올 1분기 글로벌 주가는 나라별 평균으로 12%, 우리가 속한 신흥국 주가는 13% 올라 연율로 따지면 신흥국 주가는 50%가 넘는 수준이다. 그 후 글로벌 증시와 한국 증시는 한 달 넘게 주춤거리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주가와 한국 주가가 동반 상승한 가장 큰 요인은 돈의 힘으로, 이른바 ‘유동성 장세(liquidity market)’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때 가장 흔한 질문은 ‘과연 이 장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잘 올라가던 주가가 한 달 이상 주춤거리자 증시 참여자를 중심으로 이런 의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 돈의 힘으로 오른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에 의해 경기와 같은 기초 여건이 개선돼야 가능하다. 이것이 뒤따라오지 않으면 거품으로 조만간 주가는 하락한다. 이 때문에 월가와 국내 증시를 중심으로 증시 앞날과 관련해 ‘거품 붕괴론’과 ‘실적 장세론’ 간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YONHAP PHOTO-0046> American University students walk among recruiting booths during a career job fair at American University in Washington March 28, 2012. Colleges across the country say they have seen a marked uptick in the number of companies recruiting students and in the number of job opportunities available for graduating seniors. Career fairs on campus have had anywhere from 15 to 25 percent more companies in attendance and the number of interviews on campus are up as much as 10 to 15 percent.  Picture taken March 28, 2012.  REUTERS/Jose Luis Magana (UNITED STATES - Tags: EDUCATION BUSINESS EMPLOYMENT)/2012-04-02 05:03:56/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merican University students walk among recruiting booths during a career job fair at American University in Washington March 28, 2012. Colleges across the country say they have seen a marked uptick in the number of companies recruiting students and in the number of job opportunities available for graduating seniors. Career fairs on campus have had anywhere from 15 to 25 percent more companies in attendance and the number of interviews on campus are up as much as 10 to 15 percent. Picture taken March 28, 2012. REUTERS/Jose Luis Magana (UNITED STATES - Tags: EDUCATION BUSINESS EMPLOYMENT)/2012-04-02 05:03:56/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자산 소득은 임금 소득보다 소비 성향이 높은 불로소득 성격이 짙다. 일반적으로 ‘부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려면 가계의 자금 사정(cash flow)이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디레버리지(deleverage:부채축소·저축증대)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부의 효과가 적게 나타나 경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약해지는 것이 종전의 경험이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가계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디레버리지에 치중해 왔다. 이것이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금리 인하, 양적 완화를 통한 유동성 공급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디레버리지가 마무리되면서 한때 8%에 육박하던 저축률이 위기 이전 수준인 4%대로 복귀되고 있다.

월가와 예측 기관을 중심으로 미국 경기의 앞날을 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이후 경기 논쟁은 ‘회복’과 ‘침체’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하지만 올 4월 이후 벌어지고 있는 경기 논쟁은 회복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속도에 대해 빠른 ‘V’자형과 늦은 ‘U’자형, 그 중간 수준의 ‘나이키 커브론’ 간의 입장차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동성 장세 이후 글로벌 증시 앞날은?
유럽 가계들은 위기 발생국 국민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지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위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실물 경기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2월 디플레 대책 이후 빨라지는 엔화 약세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언제든지 강세로 돌아설 수 있어 일본 국민들은 디레버리지 함정에 빠져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흥국의 자금 사정은 여전히 괜찮은 편이다. 지난 2년간 추진했던 금리 인상을 ‘빅 스텝’ 금리 인하로 정상 수준만 돌려놓는다면 자산 가격이 오르고 ‘부의 효과’로 경기는 최소한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유동성 장세가 ‘부의 효과’로 연결돼 경기 회복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 등의 변수가 있는 만큼 그 정도는 약해 유동성 장세에 대해 거품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 투자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좋은 참고 지표를 갖는 일이다.

우리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순환 사이클로는 올 1분기가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는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향후 흐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예측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평균 3.7% 내외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성장률을 놓고 한국은행 등 정책 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3%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3.7% 내외의 성장률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경착륙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최근에는 경기선행지수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백화점 매출액, 자동차 판매 대수 등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증시에는 언제든지 복병이 될 수 있는 ‘꼬리 위험(tail risk)’이 발생할 수 있다. ‘꼬리 위험’은 정규분포의 양쪽 끝 부분으로 경영과 증시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경기와 증시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변수를 말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동성 장세 이후 글로벌 증시 앞날은?
이 중에서 미국의 고용 문제를 둘러싼 정책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미국 경제 회복의 지속 가능성과 3차 양적 완화 철회, 출구전략 추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평가, 한국 등 글로벌 증시와 통화정책 기조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가장 큰 ‘꼬리 위험’은 실업률 급락이 ‘일시적’인데 ‘추세적’으로 착각해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경우다. ‘일시적’이라면 지금의 경기 회복과 고용 시장 개선이 ‘그린 슛(green shoot)’ 단계라는 의미다. 위기 극복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장률과 실업률을 각각 잠재 성장률, 자연실업률로 끌어올리는 ‘골든 골(golden goal)’을 달성하는 일이다.

‘골든 골’을 달성하기 이전에 실업률 급락과 같은 일시적인 현상을 착각해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하다간 어렵게 마련한 ‘그린 슛’이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공황 실수 혹은 1930년대 당시 Fed 의장의 이름을 딴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다.

앞으로 추진될 출구전략도 그 성격과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고 버냉키 의장이 역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골든 골’을 앞당기기 위해 본대가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착시 현상과 같은 곁가지를 자르는 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미 버냉키 의장은 이런 정책들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표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나 최근 들어 강조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없는 양적 완화’ 정책이 그것이다. 이 정책들은 전체적으로 유동성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에 직결되는 장기 금리를 낮춰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를 강화해 경기 회복과 고용 창출을 늘려가는 것이 주목적이다. 버냉키 의장에 대한 신뢰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용어 설명●
부(富)의 효과 (wealth effect)는…


‘부(富)의 효과’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면 경제 기초 단위인 가계에서 불로소득 성격이 짙은 자산 소득이 증가해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회복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