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석-휴대전화

정보기술(IT) 산업은 통상적으로 하드웨어(HW) 산업과 소프트웨어(SW) 산업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하드웨어는 PC·TV·휴대전화와 같은 세트 제품을 말한다. IT 부품은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이 있으며 이들을 생산하는 장비 업체들이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HW에 사용되는 콘텐츠인 게임·운영체제(OS)·프로그램 등을 말한다. 한국 IT 산업은 HW 측면이 강한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SW에서는 게임 산업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애플의 급격한 부상으로 시장 판도가 완전히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뀐 휴대전화 시장은 과거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모토로라 등을 붕괴시키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림(RIMM)사도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쇠퇴하는 국면을 맞았다.

새로운 시장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시장을 새롭게 장악하고 있는 기업은 애플과 삼성전자다. 이들은 시장을 새로운 판으로 이끌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의 진정한 경쟁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변화다. 과거에 모든 휴대전화 업체들은 선두 업체인 노키아를 쫓아가면서 2~5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경쟁했다.

폴더 타입, 바 타입의 휴대전화 등 제품의 모양새를 변형하면서 시장에서 신제품 경쟁을 하고 경쟁자들은 뒤이어 유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경쟁했다. 순위 다툼을 위한 마케팅 경쟁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휴대전화 판매를 위한 광고 시장과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보조금 지급 등이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선택하는 기준이었다. 차별적인 모습은 6~12개월이면 사라지는 경쟁 구도였다.

이전의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은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업인 애플은 시장을 변화시켰다. HW 산업에 SW 산업이 부가되면서 시장의 판도가 변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SW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

1990년대 말 필자는 미국에서 MBA 과정을 공부했다. 당시 필자의 큰딸은 닌텐도 게임기(게임보이 컬러)를 갖는 게 꿈이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닌텐도 게임기를 사기 위해 IT 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와 베스트바이 매장에 갔지만 이미 물건은 모두 판매된 상태였다.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을 마감하고 다음해 연초에 새로운 재고를 확보해 판매할 예정이라는 판매자의 말을 들었다. 필자의 딸도, 필자도 구매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며칠 전 한국에서도 애플의 뉴 아이패드를 구매하기 위해 명동 애플 매장에서 길게 줄을 선 행렬을 보면서 10여 년 전의 닌텐도 게임기 구매 행렬과 같은 양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판매 물량을 초기에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 애타게 기다리는 소비자들이었다. 애플 때문에 IT 유통 업체들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IT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급격하게 변화됐으며 변화가 진행 중이다.
<YONHAP PHOTO-0365>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핑크' 출시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여성과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갤럭시노트 핑크 모델을 출시한다고 9일 밝혔다. 갤럭시 노트 핑크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베리 핑크 컬러를 스마트폰 전면과 후면은 물론 S펜에도 모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2012.4.9 << 삼성전자 >>
    photo@yna.co.kr/2012-04-09 11:00:10/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핑크' 출시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여성과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갤럭시노트 핑크 모델을 출시한다고 9일 밝혔다. 갤럭시 노트 핑크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베리 핑크 컬러를 스마트폰 전면과 후면은 물론 S펜에도 모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2012.4.9 << 삼성전자 >> photo@yna.co.kr/2012-04-09 11:00:10/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시장 변화 놓친 기업은 ‘몰락’ 중

닌텐도는 게임기와 게임 SW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이다. 닌텐도는 나이키가 게임 산업의 경쟁자라고 선언했다. 닌텐도 게임기인 위(Wii)는 실내 스포츠 게임 SW가 많은 특성을 가지기도 한다.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 산업에서 1위의 기업이었다. 소비자들은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운동·TV시청·독서·음악감상 등을 한다. 여가 시간에 운동하기 위한 신발과 운동복을 사는 대신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게 하는 것을 사업 모델로 삼았다. 이에 따라 여가 시간의 경쟁 대상이 스포츠 관련 업체라고 본 것이다.

닌텐도는 2005년에 닌텐도 DS, 2006년에 닌텐도 DS 라이트(lite)를 출시했다. 당시 필자는 전철에서 닌텐도 DS를 가지고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20대 여성 소비자들의 닌텐도 게임기 삼매경을 목격했던 경험이 있다. 10대에서 20대로 확산되면서 닌텐도 게임기 성장세는 확장됐다. 휴대용 게임기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경쟁자는 게임기 생산 업체인 소니가 될 수 있었지만 나이키를 경쟁 대상으로 삼으면서 시장 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다양한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가능하게 됐다. 지금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 시청, 뉴스를 읽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게임기를 따로 가지고 다니는 소비자를 발견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최근 닌텐도는 여가 시간 활용이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 휴대전화는 통신 기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제품 모양새(디자인) 변형과 통신 네트워크 기술 변화에 따른 휴대전화 기기의 적응력이 제품의 경쟁력이었다. 통신용 반도체 SW 강자인 퀄컴과 노키아가 시장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운영체제 중심으로 시장을 변화시켰다.

휴대전화는 통신 기능+게임 기능+업무 기능+디스플레이 기능 등을 모두 포함하게 됐다. 그 결과 2008년 1월~2012년 3월 말 기간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은 3930억 달러로 성장했다. 반면 과거 스마트폰 1, 2위 업체인 RIMM과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각각 600억 달러, 1260억 달러나 축소됐다. 컴퓨터 생산 업체인 델(DELL)과 HP, PC OS(operating system) 선두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도 축소됐다. 애플 스마트폰의 변화는 휴대전화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IT 산업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IT 업체들의 영향이 넓게 확산되고 있다.



애플 시가총액 4년간 400조 성장해

다행스럽게도 한국에는 IT 산업의 변화를 가장 빠르고 경쟁력 있게 이끄는 기업이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선두 주자로서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고 있다. 다양한 SW의 생태계도 구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AP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댜.

대만의 TSMC도 AP를 생산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AP를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사업부도 공유하고 있다. HW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높다. AP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HW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기업이다. 충분히 제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휴대전화 시장에서의 2위권을 유지하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전체 사업 영역에서의 판매 증가 시너지 효과가 동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4월 24일 기준 시가총액은 205조9000억 원이다. 외국인들은 50.8%, 105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전체 보유 비중은 33%, 380조 원이다. 외국인들이 보유한 한국 주식 중에서 삼성전자를 27% 보유하고 있다(삼성전자 외국인 보유금액 105조 원, 외국인 한국 주식 보유 금액 380조 원).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 등 주식형 펀드는 동일 종목에 대한 10% 투자 한도 규칙, 시가총액 비중 한도 규정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처럼 27%씩 보유할 수 없는 한계성도 있다. 애플이 여타 IT 산업 내 업체들의 시가총액을 경쟁력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 필자는 수급적인 이유보다 IT 산업 변화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필자는 2011년 말에 노키아의 MS사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면서 관련 부품 업체에 대한 투자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2012년 1분기 노키아 신제품이 시장에 출시됐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미 애플과 삼성전자라는 스마트폰 선두 업체들의 산업 내 경쟁력에 대응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했다. 필자는 노키아의 규모와 개발 능력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영체제의 안정성과 관련 SW의 호환성 등 이미 갖춰진 스마트폰의 생태계 변화를 간과한 결과였다.

IT 산업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미 선두 지위에 도달한 기업들은 시장 변화의 과실을 더 많이 향유하고 있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후발 업체들은 바쁘게 쫓아가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듯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가 어디인지 찾아야 할 것 같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 업체들의 변화보다 IT 산업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이사 hoosik_min@pin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