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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LG전자의 저력을 보여주자. 그리고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2010년 10월 취임과 동시에 ‘변화’를 강조했다. 위기 속 구원투수로 투입돼 줄곧 ‘독한 LG’를 외쳐 왔다. 그리고 1년 6개월 만인 지난 1분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구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처음으로 모든 사업본부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조2279억 원, 영업이익 4482억 원을 기록했다고 4월 25일 밝혔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 시장의 경기 침체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42.7% 급증했다.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2010년 1분기 이후 최대이며 영업이익률은 2009년 3분기의 6.2% 이후 최고치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843% 성장했다. 무엇보다 TV 부문이 돋보였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3302억 원, 영업이익 2171억 원을 기록했다. TV 부문에서 3D(입체) 스마트 TV 판매량을 늘려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92%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2%에서 4.1%로 배가 넘었다. 회사 전체 이익의 48.4%를 책임진 셈이다. 영업이익과 이익률 모두 LG전자의 전성기였던 2009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고치다.
‘돈 안 되는 사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백색가전과 에어컨 사업부도 껑충 뛰었다. 세탁기와 냉장고를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는 1분기 1516억 원의 이익을 냈다. 매출은 전 분기에 비해 15% 감소했어도 이익률은 2.4%에서 6%로 뛰어올랐다.
대형 양문형 냉장고와 대형 건조 겸용 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에어컨을 맡은 에어컨디셔닝·에너지솔루션(AE) 사업본부는 지난해 독립 본부로 나온 뒤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811억 원을 벌어 4개 사업본부 중 최고 영업이익률(6.7%)을 기록했다.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본부는 매출 2조4972억 원, 영업이익 389억 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모바일 부문에서 2010년 1분기 이후 작년 3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갔다. 작년 4분기에 다시 흑자 전환했고 올 1분기 전 분기 대비 3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낸 것이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된 휴대전화 사업에서 살아날 기미를 보여 기대감을 높였다. LG전자 측은 “롱텀에볼루션(LTE) 라인을 강화하고 그동안 약점을 보여 온 3G 폰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사업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하며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의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 개발과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한 휴대전화 사업에서 일반 휴대전화 물량을 줄이고 LTE 스마트폰에 올인하는 등 한계에 봉착한 사업들을 포기하고 ‘알짜’ 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이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핵심 인재 육성을 위해 역량과 성과가 뛰어난 연구개발 및 전문직군 부장을 임원급으로 특급 대우하는 ‘연구·전문위원 제도’도 성공적 혁신 사례로 꼽힌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 취임 이후 1년여 체질 개선에 나선 결과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사업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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