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주범으로 지목된 가구수 증가
통계로 확인한 핵심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대수 증가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대수 증가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폭등을 거듭하는 원인에 대해 정부는 저금리 상황과 가구 수 증가를 꼽고 있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은 가구 수 증가가 과연 집값에 유의미하게 작용했는지 살펴본다. 이를 위해 <표1>의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부터 2021년 1월까지 45개월의 기간과 그 이전의 45개월(2013년 7월~2017년 4월) 동안의 인구 증가율과 가구 수 증가율을 살펴보자.
바보야, 문제는 ‘다주택자 규제’야…미친 집값 만든 진짜 원인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월 말 기준으로 한국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5932명에 달한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직전보다 겨우 10만3029명 증가한 것이고 비율로 따지면 0.2% 증가에 그친 것이다. 그 직전 45개월(2013년 7월~2017년 4월) 동안의 인구 증가가 65만8062명이었고 증가율이 1.3%였던 것에 비하면 인구 증가세가 거의 정체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인구수는 정체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구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한국의 가구 수는 2140만2062가구였는데, 45개월이 지난 2021년 1월 말에는 173만5110가구가 늘어난 2313만7172가구나 된다. 이 기간 8.1%나 늘어난 것이다. 다시 말해 인구수 증가는 0.2%에 그쳤지만 가구 수 증가는 8.1%나 됐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가구 수 증가, 현 정부에서 지난 10년 평균치 이상 증가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직전 45개월(2013년 7월~2017년 4월)간에 비해 최근 45개월을 비교해 보면 인구수 증가율은 1.3%에서 0.2%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가구 수 증가는 5.1%에서 8.1%로 오히려 더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구 수 증가율이 인구수 증가율보다 높은 현상은 핵가족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가구 수 증가율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표2>를 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인구 증가율은 꾸준히 낮아져 왔다. 심지어 2020년에는 2019년에 비해 인구가 감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가구 수 증가는 해가 갈수록 점점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에는 지난 10년 평균치인 1.52% 이상으로 가구 수가 늘어나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다주택자 규제’야…미친 집값 만든 진짜 원인
인구 증가율보다 가구 수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한 가구당 가구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가구 수 증가율이 계속 높아진 것만은 아니다.
바보야, 문제는 ‘다주택자 규제’야…미친 집값 만든 진짜 원인
<표3>은 외환 위기 직후부터 그린 것이다. 인구수 증가율은 2010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구 수 증가율은 일정한 패턴을 찾기가 쉽지 않다. 2011년 이후 가구 수 증가율이 점점 높아졌지만 그 이전 시기에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구수가 증가하면 가구 수도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신도시가 들어서면 인구수가 늘고 가구 수도 증가한다. 그런데 <표3>에서 볼 수 있듯이 인구수 증가율과 가구 수 증가율이 정확히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가구 수 증가율이 인구수 증가율 외에 다른 요소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것이 무엇일까.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20년까지 23년 동안 가구 수 증가율에서 인구수 증가율의 차이는 평균 1.47%포인트다. 어떤 해는 평균치보다 더 벌어지기도 했고 어떤 해는 평균치 이하로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평균치 이상으로 벌어지는 해를 살펴보면 2002~2006년과 2018~2020년 두 기간뿐이다. 이 기간 중 평균치는 각각 2.25%포인트와 2.17%포인트다.

이 두 시기의 공통점은 집값이 크게 오르는 시기였다는 점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거나 강화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른다고 가구 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구 수가 늘어나면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가구 수 증가는 원인이고 집값 상승은 결과라는 뜻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와 가구 수 증가는 인과 관계가 다르다. 가구 수 증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가구 수가 증가하면 집값이 오르게 되고 이를 다주택자의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오인한 정부가 규제 강화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역의 관계는 성립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가구 분리를 통해 1가구 1주택자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가구 수가 증가할 수 있다. 물론 현재 급속히 늘어나는 가구 수 증가를 모두 투자를 위한 가구 분리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하지만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의 집값 상승 원인을 단순히 가구 수 증가로 보는 것보다 그 가구 수 증가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에 대응해 가구 분리라는 행위를 통해 가구 수 증가가 이어져 왔고 이것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이다. 이런 가설은 지역별로 가구 수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