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부터 4·11 총선 후보자 등록이 전국 246개 선거구 선관위에서 시작되면서 금배지를 따기 위한 총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각 당은 저마다 경제통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민생의 중심에 ‘경제’가 핵심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기업인, 경제 관료, 학계 등 출신은 다르지만 저마다 경제·경영 전문가로서 국정 운영에 그들의 노하우를 녹여내겠다고 말한다. 한경비즈니스는 경제통 총선 후보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2008년 4월 9일 치러진 18대 총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업인 출신 후보들이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을 내세워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이 기업인 출신을 많이 공천했기 때문이었다.
기업인 출신 정치인에 대해 집중과 효율 면에서는 탁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요구되는 협상과 협력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에서의 성공적 리더십은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열정적 몰입과 타협 없는 확신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치에서의 성공적인 리더십은 그 시점에서 최선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협상의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자로서 성공 방정식을 정치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기업인 출신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 대통령과 함께 현 18대 기업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 평판은 바로 오는 4월 11일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대 총선에서도 18대의 ‘CEO 바람’은 이어졌지만 그 강도는 다소 약해진 듯하다. 주목할 만한 재계 인사 후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 권은희 헤리트 대표, 유경희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등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신 ‘경제 브레인’으로 일컬어지는 경제 관료와 교수들이 전진 배치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현 정부의 경제 부처에서 활약했던 장차관급 인물과 함께 경제학 전공 교수, 경제연구소 연구원 출신 후보가 두드러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 각 당에서 출마한 후보자 중 무려 30명이 넘는 후보가 경제 관료 출신이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강남을에 후보로 공천됐다.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과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2차관은 대구 동구갑과 중·남구의 후보로 나섰다.
그리고 심학봉 청와대 경제수석실 지식경제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박요찬 전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등이 대거 금배지에 도전했다.
경제학 교수와 연구원을 위시한 학계파로는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이민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폴리페서 후보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김교흥 전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김희정 국제경영경제 연구원장 등 싱크탱크 출신 ‘경제 브레인’들이 현실 정치에 나섰다.
경제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의 가능성을 가진 후보들이 최근 위기에 봉착한 정당정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테크노크라트는 전문 지식과 기술로 조직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수십 년 동안 전문 지식을 쌓은 기술 관료를 포함한다. 각 정당은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보다 탄탄한 전문 지식과 개혁 성향을 가진 전문가를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거시경제와 함께 통상·복지·노동·세금·국토개발·산업·금융 등 후보별로 각 분야에서 실무 경험 혹은 이론적 배경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들은 정체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민심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관료 출신 정치인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교수 출신은 현실 정치에 취약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아무튼 이들은 구정치에 대한 혐오가 극심한 상태에서 정계 인적 쇄신의 답이 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한경비즈니스는 주요 정당(새누리당·민주통합당·자유선진당·통합진보당·창조한국당·국민생각)의 공천자 및 비례대표의 주요 경력을 토대로 경제통 후보를 선별했다. 3월 21일까지 확정된 각 당의 후보를 대상으로 ▷기업인(공기업 포함) ▷경제 관료 ▷학계(경제학 교수 및 연구원)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눠 어떤 인물인지 정리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취재=이진원·박진영 기자┃사진=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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